독하다, 독해~’ 이건 요즘 개그 프로그램에서 한창 인기있는 유행어이다. 그런데, 요즘 이 유행어를 연발하게 만드는 드라마 속 인물이 있다. 그 사람은 이렇다.
첫째, 자기한테 이익이 되면, 사람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고 일을 저지른다.
둘째, 오직 야망을 위해서, 아들한테도 나쁜 일을 서슴치 않고 시킨다.
셋째, 진정한 사랑? 그런 거 없다. 그저 돈이 최고, 성공이 최고다.
일단 이 세 가지만 봐도 ‘독하다, 독해~’가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이 세 가지가 다라고? 아니다. 이건 기본 재료일뿐 여기에 온갖 지저분하고, 못된 양념들이 버무려져서 이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인두겁을 쓰고 저렇게 못될 수가 있을까?’ 싶을만큼 악랄하다. 자, 이 사람이 누구냐, 하면? 그렇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조민기가 연기하는 인물, 신태환이다.
‘신태환’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진짜로 비오는 날 먼지나게 패주고 싶을 만큼 울컥~ 올라올 때가 많은데... 아마도 이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왜 가끔씩 배우들이 배역 뒷이야기를 할 때 흔히들 이런 걸 고백하지 않나? 유부남을 건드리는(?) 역을 한 여배우가 목욕탕에서 아주머니들한테 욕을 배부르게 실컷 얻어먹었다는 이야기, 하는 역할마다 범죄자 역을 했던 배우한테는 어떤 할머니가 달려들어서 막 때렸다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배우들에겐 맡은 역할이 그 사람의 인품과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악랄한 ‘신태환’역을 맡은 조민기 역시 요즘 ‘조민기=신태환’으로 인식되어서 ‘못된 남자’로, 아니 솔직히 말하면 ‘못된 놈’이라고 욕 얻어먹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조민기는 ‘신태환’ 이미지와 정반대라는 사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귀.엽.다. 미간에 항상 ‘내 천’자를 그리며 인상쓰는 ‘신태환’이 귀엽다란 사실이 믿어지는가? 그러나, 실제로 조민기는 말투에서부터 그렇다. 출연을 부탁하기 위해 그와 몇 번의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늘 느낀다. 일단 ‘여보세요~’라고 처음 받는 목소리에서부터 알 수 있다.
뭐 전화 통화 목소리가 뭐 그리 대수인가?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른 연예인들과 직접 통화를 해보면 이게 어떤 차이인지 알 수 있다. 매니저가 아닌 연예인 본인과 통화를 하게 될 때 대부분 저음으로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는다. 심지어 쌀쌀맞기가 겨울바람보다 더 매서울 때도 많다. 유명인이다보니 모르는 번호로 발신 표시가 될 경우에 약간은 긴장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조민기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인상적이었다.
또 전화라는 건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아무리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더라도 목소리가 차가우면 차가운 느낌만 받게 되지 않는가? 그러나 조민기와의 통화는 늘 기분좋았다 이 말씀. 그 목소리를 글로는 전해줄 수 없어서 정말 안타깝지만, 늘 친절하고, 밝아서 설사 출연 거절 전화였다 하더라도 전혀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
그리고, 직접 만나게 됐을 때도 그 좋은 인상은 여전했다. 신인도 아닌데, 출연자 대기실을 들어올 때마다 항상 먼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들어오는 모습에서, ‘내 경력이 얼만데...’라며 대기실에서조차 좋은 자리, 좋은 대접을 받길 원하는 연륜 있는 연예인들과 달리, ‘여기가 편하고 좋은데, 뭘...’하며 아무 자리나 편하게 앉는 모습에서, 가끔은 옆집 아줌마(?)처럼 옆사람을 치며 수다 떠는 모습에서 그의 편안하고 귀여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이런 성격에 딱 어울리게 취미도 ‘키덜트’여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장난감 모으기란다. 심지어 아들과 서로 가지려고 싸우기는 일도 많다고 하니, 그래서일까? 나이는 40대이지만, 아직도 10대같은 느낌을 팍팍 풍기는 게 말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나 ‘사람이 늙는다는 건 꿈을 잃을 때부터이다’라는 말들이 조민기를 보며 참으로 맞다, 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그가 ‘에덴의 동쪽’에서 끊임없이 ‘독하다, 독해~’하는 사고를 치더라도 너무 미워하지 마시길...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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