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벽두부터 시작된 영화계 한파는 올해도 계속됐다. 올 해 제작된 영화가 50여편에 불과하며 그나마 투자가 여의치 않아 손을 놓아버린 영화도 늘었다.
촬영, 조명, 음향을 비롯해 마케팅, CG, 예고편 등 각종 영화 관련 인력들이 영화 일감이 줄어 공연이나 TV 드라마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영화계 구조조정도 늘어나 정리해고된 PD와 마케터들이 저마다 독립 법인을 세워 산업은 위기인데 관계사는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배우들도 일거리를 찾아 TV로 속속 돌아가고 있다. 그나마 빨리 줄을 선 배우들은 톱 개런티를 보장 받았지만 뒤늦게 눈을 돌린 배우들은 자리마저 위태위태하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한국영화의 희망은 빛났다.
올 초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단순히 영화 흥행 이상의 의미를 사회에 던졌다. 비인기종목인 핸드볼, 특히 여자 핸드볼을 주목해 마침 아시안게임과 맞물려 비인기종목에 애정을 쏟는 계기가 됐다.
뒤이어 개봉한 '추격자'는 나홍진이라는 걸출한 신인 감독의 탄생 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였다. 스릴러 형식을 차용한 '추격자'는 첫 주 할리우드 영화 '점퍼'에 뒤졌으나 관객의 입소문으로 결국 흥행에 성공했다. 김윤석과 하정우를 스타덤에 올린 이 작품은 칸국제영화제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3~4월 혹독한 비수기를 겪은 한국영화는 5월 할리우드 영화 틈바구니 속에서 '강철중'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둬 한국영화 자존심을 세웠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크로싱'은 탈북자의 인권 문제를 상업영화로 관심의 초점을 만들었다는 성과를 거뒀다.
칸국제영화제에서도 바람몰이를 시작한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은 한국영화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혔다. 만주 웨스턴을 부활시킨 이 영화는 현재 한국영화가 이룰 수 있는 정점을 보여줬다는 평과 함께 한국영화 시장의 협소함을 또 한 번 깨닫게 만든 계기가 됐다.
8월부터 쏟아진 장르 영화들은 흥행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한국영화의 힘인 다양성을 보여줬다. 베트남 전쟁을 여성의 시각으로 돌아본 '님은 먼곳에'와 유쾌한 첩보 영화 '다찌마와리', 70년 밴드 문화를 오늘에 접목한 '고고70' 등은 시각이 주는 쾌감을 줬던 '놈놈놈'과 또 다른 지점에서 관객에 쾌감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올 한해는 재능 있는 신인들이 유달리 눈에 띈 한 해였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등 유망한 신인 감독들이 등장,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샀다. 또한 소지섭 강지환 서우 황우슬혜 박보영 김남길 등 향후 한국영화를 짊어질 기대주들이 대거 등장했다.
'아내가 결혼했다'와 '미인도'는 허리가 사라졌다는 위기감에 빠진 한국영화계에 '미드필더'의 가능성을 입증한 행복한 사례이기도 하다.
아직 뚜렷한 결실보단 좌충우돌에 가깝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800억원 가량의 펀드를 만들어 영화계 활성에 나서겠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 중 하나이다.
올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는 영화 인터넷 서비스는 향후 활성화 여부에 따라 극장에 목을 매고 있는 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한국영화 좌장들이 거의 대부분 신작을 내놓기 때문에 한국영화 부활의 원년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을 시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신정원 감독의 '차우',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 박진표 감독의 '내사랑 내곁에' 등이 내년 관객에 선을 보인다.
'밀양'의 이창동 감독도 한창 신작을 준비 중이다.
'미녀는 괴로워'와 '주유소 습격 사건' 등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들이 늘고 있는 것도 청신호다. 영화의 원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해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터널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영화가 내년에는 마침내 빛을 볼 수 있을지, 새벽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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