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부익부 빈익빈 심각..방송사가 앞장서야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08.12.02 10:35


연예인의 부익부 빈익빈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억원대의 출연료를 받으며 화려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반면 생활고에 허덕이는 연예인이 수두룩하다. 방송사 등급제가 유명무실해진 요즘, 갈수록 허리에 해당하는 연예인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TV드라마PD협회 주최로 열린 'TV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 세미나에서 연기자들의 고액 출연료가 공개됐다.

드라마PD협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배용준은 '태왕사신기'에 출연하면서 회당 2억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박신양은 '쩐의 전쟁-번외편'에서 회당 1억 5500만원을 받았다.

'에덴의 동쪽'에 출연 중인 송승헌은 회당 7000만원, '못된 사랑'의 권상우는 회당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인 연기자도 윤계상이 '누구세요'에서 회당 1800만원, 장근석이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회당 1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몸값 인플레이션이 상당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인기 스타들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상당수 연예인들은 현행 18등급에 따라 출연료를 받고 있다. 현행 탤런트 및 코미디언 출연료는 성인연기자 중 최하위인 6등급은 회당 10만 6360원이며, 최상위 등급인 18등급은 회당 45만 460원을 받는다.

김성환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은 "고액 출연자는 일부 일 뿐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노후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등급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연기자들은 경제적으로 톱스타와 극명한 삶을 살고 있다.

개그맨들의 몸값도 천차만별이다. 톱MC인 유재석과 강호동이 회당 8000만원을 받는 반면 '개그콘서트'나 '웃찾사'에 출연하는 신인은 회당 10만원선에 만족하고 있다.

개그맨 중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을 만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하다. '개그 콘서트'와 '웃찾사', '개그야' 등 지상파 3사 개그맨들이 행사를 잡기 위해 출연료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수 역시 신인가수와 톱스타와의 간극은 어마어마하다.

음반 시장이 붕괴된 지금, 디지털 음원과 행사가 생명줄이 됐기에 가수들의 얼굴 알리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가수들이 버라이어티에 목숨을 걸고 있는 현 상황은 노래만으로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해진 것은 방송사와 매니지먼트사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드라마의 경우 방송사가 외주 제작 의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외주 제작에 맡기기 시작한 것이 본말이 전도, 아침 드라마까지 외주제작사가 만들게 됐다. 난립한 외주제작사는 톱스타를 출연시켜야 편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출연료를 부득이하게 높이게 됐다.

외주 제작사는 높아진 배우 출연료를 맞추기 위해 한류 드라마를 기획하고 한류 스타를 출연시키면서 다시 출연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해외 판권을 방송사가 움켜쥐고 있어 수익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식객'의 경우 MBC와 KBS는 해외 판권을 포기하지 않은 반면 SBS는 받아들이기로 해 편성이 가능했다는 것은 방송가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방송사는 제작비를 이유로 신인을 양성할 수 있는 단막극을 폐지하면서 외주 제작사에 드라마 공급을 거의 전부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편성권을 내세워 강력한 위세를 벌이고 있다.

영화의 경우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 문제가 논란이 일면서 자정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드라마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면 계약서 논란도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24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드라마PD협회 회동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인의 몸값 부채질은 매니지먼트사도 한 몫 한다. 톱스타와 계약한 회사일 경우 소속사와 스타의 이익 배분이 8대 2에서 10대 0까지 되는 형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출연료를 받기를 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지만 투자 대비 이익을 뽑기 위해서는 현행 매니지먼트 계약 형태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많다. 매니지먼트협회 차원에서 표준계약서를 만들자는 의견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도 스타가 다른 회사로 떠나면 큰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공정위에서 연예산업의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과 불공정 계약 통용 방지를 위해 '표준계약서'를 제정키로 한 것이 연예계에 새로운 장을 열지 주목된다.

스타에게는 유리하고 신인에게는 불리한 조항이 고쳐지면 연예계 전반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연예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상파 방송사의 노력이 절실하다. 지금부터 외주제작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지상파가 기획부터 계약까지 노력을 나누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일정 제작비를 주고, 세트와 촬영 기자재, 촬영 인력까지 공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작 전반에 보다 세심하게 개입해야 한다.

한 방송사 고위 간부는 "악순환이 거듭되다 보니 스타에 휘둘리는 구조가 됐다"면서 "제작비 절감 시대를 맞아 방송사가 제작 전반에 세심하게 참여하면서 이런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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