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기분좋은 배신을 안기고 싶었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8.12.11 06:55
배우 조인성 ⓒ임성균 기자 tjdrbs23@

2006년 여름 개봉했던 '비열한 거리'에서 그는 비루한 3류 건달이 되어 더러운 거리를 위태롭게 휘청였다. 2008년의 끄트머리 개봉을 앞둔 영화 '쌍화점'에서 그는 왕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름다운 호위 무사가 되었다.

설정만으로는 너무나 먼 두 영화는 유하 감독과 연이어 손잡은 배우 조인성(28)을 통해 하나로 겹쳐진다. '비열한 거리'가 꽃미남 배우의 이미지를 전복한다면 '쌍화점'은 꽃미남 배우의 판타지를 극대화한다. 훌륭한 하드웨어의 꽃미남 배우라는 이미지가 데뷔 후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지 벌써 10년. 조인성은 그로부터 가장 멀리 달아났다가 방향을 바꿔 그 핵으로 돌진했다.

"틀을 깨 보고 싶었다"는 것이 조인성의 거듭된 고백이다. '갑갑했느냐'는 물음에 '다양화되길 원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쌍화점'의 노출신과 정사신 동성애 등 파격적인 코드들이 연일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혼돈의 시기'에 있다는 28살 배우가 군입대를 앞둔 20대의 마지막 작품에서 증명하고 싶었던 건 다름 아닌 '어떤 가능성'이었다.

-영화를 기다리는 부분은? 기대감도 크다.

▶저도 궁금하다. 이 시기는 불안하고 설레고 걱정도 된다.

-그간 딱 한번 MBC '무한도전'에 나왔다.

▶진짜 집 앞이어서 나간거다. 일어난 지 한 20분이나 됐을까. 정준하 형한테 전화가 왔는데 옆에서 '무한도전' 하는 노홍철씨 목소리가 들렸다. 개인적으로 반가웠다. 워낙 어디 나가질 않아서, 한번은 나가고 싶었는데 이런 기회가 오는구나 해서(웃음). 거절할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유재석씨다. 그 겸손함이 있지 않나. 선배인데도 '정말 실례가 안 된다면', '괜찮으시다면' 이러시는데 도저히 못나간다고 할 수가 없더라.

-깨는 모습이 웃겼다.

▶사실 그게 저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자 정하고 나가는 건 아니다. 다행히 '무한도전' 팀에서 저를 호의적으로 봐 주셔서 그런 행동을 거부감 없이 했던 거다. 감사하고 고맙다.

-'쌍화점' 시나리오를 기다리며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도 않았다던데.

▶그건 '쌍화점'에 대한 예의라고 했던 거다. 작품에 출연키로 하고 준비하고 있는데 다른 게 재미있어서 하고 싶어지면 나도 괴로워지니까 처음부터 차단을 하려 했던 거다. 일종의 의리이기도 했고, 미신같지만 영화의 운명에 힘을 싣는 것 같기도 했다.

-'비열한 거리'로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부담이 큰가.

▶가진 게 미천하다. 그 이상을 바라시는 것 같아서 두렵기도 했다. 이제 스물 여덟이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느껴야 할 것도 많은데, 미리 배우로서 평가가 내려지는 것 같아 무서웠다.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나는 천재성이 있는 배우가 아니다. 후천적으로 쌓이는 것들이 얼굴을 통해 비춰졌으면 한다.

-외모에 대한 선입견이 부담될 때도 있는지.

▶그걸 굉장히 깨고 싶다. 기분 좋은 배신을 안겨드리고 싶다. 그래서 이 '쌍화점'을 하게 됐다. 처음보다 끝이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 속이려고 하지 않겠다. 있는 그대로만 봐 달라.
배우 조인성 ⓒ임성균 기자 tjdrbs23@

-노출신, 동성애 장면이 부담되지 않았나.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첫 번째다. 그게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감독님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도 처음엔 엄정화 선배의 노출이 이슈가 됐지만 직접 보면 노출보다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틀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용기를 냈다. 사실 불평도 할 수 없었다. 송지효씨가 있으니까. 감정이 잘 나왔다면 그건 전적으로 지효씨 덕분이다.

-틀을 깨고 싶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서른이 다가온다. 내가 어떻게 변할 지 나도 궁금하지만 다가올 서른을 위해 20대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전초전을 치른다고 할까. 누구나 새로운 것에 열광하지 않나. 내가 데뷔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그간 스캔들도 별로 없었다. 연애도 안 하나.

▶몇몇 루머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있었던 건 내가 진짜 명품 가방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까. 보기엔 진짜와 '짝퉁'이 식별되지 않더라도 마음은 거짓과 진실을 안다. 그게 루머로 끝날 것이라는 확신이 스스로 있었다. 물론 연애도 하고 싶다. 안하는 게 자랑도 아니다. 사랑이란 열심히 일한 육체에 대한 대가라고 하더라. 지금 상황에서는 그냥 열심히 일을 할 뿐이다.

-군입대를 앞뒀다.

▶시험을 먼저 통과해야 된다. 과정이 만만찮다. 공군 군악대 시험에 붙는다면 내년 1월 19일 들어가는 걸로 돼 있는데, 한 차례 연기 신청을 하려고 한다. 영화 홍보도 마무리짓지 않은 상태고 사회에서 벌려 놓은 일도 매듭지어야 한다.

원래 '쌍화점'을 마치고 군에 가려고 했다. 제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큰 도전 뒤엔 공백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관객들에게도 저를 잊어버릴 시간을 드려야 할 것 같다.

-공백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10년간 열심히 활동했던 것이 2년이란 공백기 사이에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 '비열한 거리' 하고 '쌍화점' 하기까지 기간보다 오히려 짧다. 다음 작품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봐 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군에 다녀온 조인성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

▶지금은 혼돈의 시기라고 할까. 아직 20대라 안정되지도 않았고, 어른이라고 하기에도 이른 것 같다. 배우는 평생 안정될 수 없을 것 같은 딜레마도 있다. 불안한 요소를 나도 쭉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닐까.

군대에 다녀오면 더 많은 걸 배우게 될 것 같다. 연기와 얼굴과 느낌은 후천적으로 오는 게 많다고 하더라. 많이 공부해야지. 그러나 아는 것에 그치지 않는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야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



베스트클릭

  1. 1방탄소년단 지민, 글로벌 인기 투표 주간랭킹 172주 1위..'인기 제왕'
  2. 2방탄소년단 진, 스타플래닛 '8월의 기부 요정' 등극
  3. 3"SON 재계약? 최종 결정권자 따로 있다" 포스텍 감독, 말 아낀 이유... '짠돌이' 레비 "손흥민 얼마에 팔까" 잔머리만
  4. 4'40-40 못해도' 0:6→12:8 대역전극 만든 김도영 2안타, 왜 상대팀은 내야 땅볼에도 안심 못하나 [영상]
  5. 5'설마 황희찬도' 울버햄튼 바이러스 확인! "이미 감염된 선수도 있어" 감독 절망... 하필 다음 상대는 리버풀
  6. 6'5위 경쟁 끝까지 간다' SSG, 30일 승리시 KT와 타이브레이커... 레이예스 역대 2번째 200안타 대업 (종합)
  7. 7KBO 43년 역사상 최초 '5위 타이브레이커' 가능성 커졌다↑, 사령탑의 감사 인사 "만석 채우며 열성적 응원 감사"
  8. 8'7G 타율 0.643' 미쳐버린 오타니, 이젠 '트리플크라운-200안타' 도전... 'GOAT에게 불가능은 없다'
  9. 9김도영 '꿈의 40-40' 이제 기회는 단 1경기뿐, 마지막 상대는 "붙어야지 왜 피하나" 정면승부 선언
  10. 10'60홈런 보이는데' 저지가 사라졌다... 멀리보는 양키스 "하루 휴식을 주고 싶었기에 결국..."

핫이슈

더보기

기획/연재

더보기

스타뉴스 단독

더보기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