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늦는 애인 기다리기’, ‘지각하는 날 아침, 만원 버스 기다리기’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한 후, 예스, 노우 대답 기다리기’, ‘입사 시험 본 후, 결과 기다리기’..
이런 걸 보면 세상살이는 기다림의 연속인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 늘 끊임없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물론 1~2분짜리 기다림도 있고, 3~4일짜리 기다림도 있고...
기다리는 시간 차이는 천차만별이지만, 결과야 어떻든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만은 늘 똑같은 것 같다. 왜? 기다림이란 길면 길수록 온갖 잡생각이 들어가 고통스러워지니까. 그런데, 이런 길고 긴 기다림을 거쳐서 지금 전성기를 누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호통의 제왕, 우리의 찮은이 형, 귀여운 악마, 박명수이다.
그가 1993년에 데뷔를 한 후, 꾸준히 활동하고, 가수로도 활동했지만, 그의 ‘호통 개그’가 빛을 발하며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건 거의 12~3년 후 정도 되었을 때였다. 그러니 그가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왔는지 다들 공감하시리라.
예전에 그와 잠깐 동안이었지만 MC와 작가로 만났던 적이 있다. 1999년이었는데, 그 때 공동 MC였던 사람은 ‘개그계의 신사’ 정재환이었다. 당시 정재환이 한참 후배였던 박명수에게 했던 말이 있다. 그 내용은 이랬다. ‘명수야, 넌 꼭 잘 될거야. 앞으로 뜰거라구. 너는 다른 코미디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독특한 코미디감이 있거든. 너만의 웃음 코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아니어도 언젠가는 꼭 잘 될거라고 본다’
그걸 증명할 사건은 몇 년 전에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탄 그의 ‘호통 개그’ 역시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켰었던 사건이었다. 그 ‘호통’이 빛을 발하기 훨씬 전인 4년 전쯤인가? 지금 말고 예전 '야심만만' 녹화장에서의 일이었다. 박명수를 포함한 다섯 명의 게스트가 출연했고, 드디어 기대 속에 녹화가 시작됐는데... 아뿔싸, 이게 웬일인가!
“강호동! 당신은 000잖아~!” “박수홍! 왜 항상 000야!” “김제동! 도대체 000야!” 등등 오프닝부터 강호동, 박수홍, 김제동, 세 명의 MC에게 박명수가 거침없이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그가 내뱉는 ‘호통’은 분명히 재미를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 편으론 너무 솔직(?)하고 적나라(?)해서, 약간만 잘못 들으면 상대방이 기분이 상하는 내용일 수 있었다. 때문에 방청객과 출연진, 제작자들 모두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아슬아슬한 ‘호통’은 계속됐고, 마치 살얼음판에서 녹화하는 기분이었다. 결국 이 데인저러스한 녹화를 끝낸 후, 제작진은 ‘불방 결정’을 내리고, 방송으로 전파를 타지 못한 그의 녹화 테이프는 그렇게 조용히 보관되어야했다. 아, 그렇다고 절대 오해하지 마시라! 미방송 결정을 한 것이 100% 그의 위험한 ‘호통’ 때문이었다고 말이다. 오직 그것 때문이었다면, 그 부분만 편집하고 방송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굳이 방송하지 않은 것에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었던 것이니까. 어쨌든 그의 ‘호통’이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어필하지 못했었던 건 사실이다.
방송에서 보이는 그의 캐릭터는 동네 못된 형같은 악마요, 뭘 시키든 귀찮아하는 귀찮니즘의 대가요, 앞뒤 말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일단 뱉어내고 보는 사람이요, 아무에게나 호통치는 막무가내형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를 미워할 수 없는 건, 그가 내뱉는 말들이 우리도 하고 싶던 말들이어서가 아닐까. 그가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내뱉어도 그 내용을 생각해보면, 꽉 막힌 변기의 뚫어뻥이요, 무더운 날 들이키는 시원한 생맥주요, 체했을 때, 마시는 소화제, 까스 0명수처럼 속시원할 때가 있으니까. 이런 박명수를 보면서, 그가 기다렸던 그 오랜 시간에 박수를 보낸다. 중간에 포기했다면 결코 그의 코미디는 적절한 타이밍을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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