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러브홀릭에서 '지선'으로 홀로서기중(인터뷰)

이수현 기자  |  2009.02.03 14:47
가수 지선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지선이 돌아왔다. 러브홀릭 보컬로 활동할 당시 '러브홀릭', '바람아 멈추어다오', '화분' 등 몽환적인 목소리로 사랑받았던 지선은 자신의 첫 음반 '인어, 집으로 돌아오다'를 통해 단순한 보컬을 넘어서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음반을 만드는 동안 얻은 게 많다. 그래서 음반이 발매된 뒤 반응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금이 더 충만한 상태인 것 같다"는 지선은 이 음반에 대해 "처음으로 인생에서 나를 마주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3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 '인어, 집으로 돌아오다'로 날개짓을 시작한 지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러브홀릭의 前보컬 지선

러브홀릭의 전 보컬이라는 타이틀은 아마도 지선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표현이면서도 지선에게 벗겨지지 않는 틀일 것이다. 러브홀릭의 보컬로 대중에게 알려진 뒤 탈퇴, 그리고 솔로 컴백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선은 좀 더 단단해져 있었다.

"어떤 면에 있어서 러브홀릭이라는 팀은 지금도 굉장히 그리워지는 곳이다. 보컬로서 120%의 힘을 내기 위해 쫓아가며 아등바등하던 그 때는 매 앨범마다 하나의 숙제가 주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절대 버리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과분했던 자리라고 생각했고 함께 했던 오빠들(강현민, 이재학)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아니었더라도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완성 됐으면 됐지 못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러브홀릭에 대해 내가 가졌던 자긍심을 기준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

싱어송라이터 지선

지선은 이번 음반에 수록된 열세 곡의 노래를 모두 직접 작사, 작곡했다. 러브홀릭 활동 당시에도 '신기루' '블레스 유' 등 자작곡을 앨범에 수록하기도 했지만 이번 음반에서는 그 때의 스타일과는 또 다른 신스팝 장르의 음악 등을 담았다. 타이틀곡 '안녕 마음아'는 사랑이라는 존재가 가진 불가항력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을 노래했다.

"장르에 집착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장르가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노래라는 건 멜로디나 가사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아노 한 노트, 기타의 울림 하나가 모두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장르를 따지기보다는 '왜 신스팝을 하려고 했나'라는 의도를 편견 없이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인어가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음반이다. 이 안에는 노래하는 마음의 인어도 있고 어쩌면 노래를 듣는 '당신'일 수도 있는 인어도 담겨 있다."

지선이 이 음반을 작업하면서 알게 된 것은 러브홀릭에 이어 다시 한 번 타인과 함께 작업하는 즐거움이다. 자신이 혼자 곡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편곡, 녹음, 믹싱 등의 작업을 통해 음반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앨범이라며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음반이 혼자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음반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자신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미완성인 채로 도움을 받으면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 지선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러브홀릭'에서 '지선'으로 홀로서기

러브홀릭의 탈퇴와 함께 음악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하고 건너갔던 일본에서 지선은 오히려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얻어서 돌아왔다. 결과에 상관없이 오로지 즐거운 마음으로만 음악을 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다시 한 번 저렇게 즐겁게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힘을 받고 돌아와 만든 음반이 '인어, 집으로 돌아오다'이다.

"스스로가 노래를 잘 하는 보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노래를 할 때도 발성이나 성량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노래는 저에게 하나의 언어다. 이런 저라도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함께 노래하고 싶다."

이제 홀로서기의 첫 걸음을 내딛는 지선은 과거에 얽매이지도, 그렇다고 과거를 버릴 생각도 없다. 다만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을 뿐이다.

"러브홀릭의 지선을 그리워하는 팬들은 있을 것 같지만 지선 그대로에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기분이라 즐겁기도 하다. 러브홀릭 때와 다른 음악을 하겠다거나 러브홀릭의 색깔을 가져가겠다는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걸 했을 뿐이다. 늦깎이 신인이라는 생각으로 활동할 테니 대중들도 편견 없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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