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19禁, 과연 누구를 위한 판정인가?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2009.02.06 08:45
국가 행정 기관이 가수가 발표한 음반을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정하게 되면 적어도 그 사태의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할진대 작금의 분위기는 판정 결과에 대해 그 잣대가 무엇인지 성토하는 것으로 관심이 모아진다.

가수 백지영의 7집 음반 수록곡 '입술을 주고'를 비롯go 3곡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되었다.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 3일 고시를 통해 백지영의 노래를 비롯해 50여 곡에 대해 그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백지영 7집 음반은 '19세 이하 판매 금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판매해야 하며, 밤 10시 이후에 방송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음원 역시 성인 인증을 받아야만 구매가 가능하게 됐다.

백지영의 '입술을 주고'를 유해물로 판정한 이유가 청소년들에게 선정적이고 불건전한 만남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백지영의 '입술을 주고' 가사 내용을 보면 친구의 애인에게 입술을 내준 자신의 괴로운 심경을 옮겨 놓은 것이다. 통념상, 이러한 내용이 도가 지나친 선정성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가령, 1950년대에 이 노래가 발표되었다면 이러한 판정 결과가 사회적 수긍을 받아 논의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겠다. 세상은 그러한 결정에 공감보다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더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있다.

'유독 가요만 가지고 너무 심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가수 백지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데에는 옆으로 눈을 돌리면 금세 그 정황의 공감을 포착할 수 있다. 불륜과 패륜으로 얼룩진 드라마가 공중파를 통해 안방으로 전달되는 오늘의 현실, 한 종합일간지에 연재되어 논란을 낳았던 소설 '강안남자' 등은 백지영의 이같은 판정 결과를 너무나 부끄럽게 만드는 사례들이다.

1987년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다. 당시에 서점에서 구입한 장정일의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에 수록된 시 '충남 당진 여자' 중 일부다. '어디에 갔을까 충남 당진 여자 나를 범하고 나를 버린 여자 스물 세 해째 방어한 동정을 빼앗고 매독을 선사한 충남 당진여자 나는 너를 미워해야겠네 발전소 같은 정열로 나를 남자로 만들어 준 그녀를 나는 미워하지 못하겠네'

이 시가 수록된 시집은 그해 제 7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미래를 꿈꾸는 문학 청년들에게 전의를 불태우게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활자만 놓고 본다면 백지영의 '입술을 주고'를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20년이 더 된 과거의 일이지만 장정일의 시집이 당시 청소년들에게 탈선의 영향력을 끼쳤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이번 백지영의 노래 역시 이미 청소년들은 모두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기를 놓친 이러한 결정은 오히려 국가 기관의 행정에 불신을 가져다 줄 있다는 것도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

물론, 이번 기회를 통해 창작자들의 자기 검열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내용으로 대중에게 용이하게 다가가고자 상업성만을 표방해서는 진정성을 획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이 자기 만족을 위해 청소년 유해 판정의 기준을 탁상에서 정하는 일보다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몸으로 부딪히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고 싶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쿨투라'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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