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보다 빠른 음원 선공개 왜? 플투가 '원조'

길혜성 기자  |  2009.02.06 11:36
↑플라이투더스카이


최근 1~2년 사이 가요계에서 흔히 회자되는 말 중 하나는 '음원 선(先) 공개'이다. 예전 같으면 새 음반에 담긴 곡을 앨범 출시 이전에 팬들에 공개하는 것은 금기시 됐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하나의 트렌트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그럼 왜 가수들과 가요 기획사들은 그렇게 공들여 만든 음원을 선 공개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면 먼저 그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본격적인 음원 선 공개의 효시는 인기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라 할 수 있다.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지난 2006년 1월 6집을 오프라인 상에서 발매했다. 그리고 이 앨범 발매 이전, 타이틀곡이 아닌 '피'(避) 등을 온라인상에서 선 공개했다.

하지만 당시 플라이투더스카이는 요즘처럼 마케팅과 수익 차원이 아닌, 팬 및 유통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음원 선 공개를 했다.

소속사에서 보도자료 등을 통해 6집이 특정 시기에 발표될 것이라 했지만 음반 마무리 준비에 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타이틀곡도 확정짓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팬 및 유통사와의 발매 시기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음원 선 공개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피'는 온라인상에 공개되자마자 가요팬들의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또한 이 관심은 타이틀곡 '남자답게'에 대한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이 곡들에 대한 팬들의 집중은 플라이투더스카이 6집이 그 해 10만 장 이상 판매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음원 선 공개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출발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플라이투더스카이 6집 이후, 이 현상은 가수들과 가요 기획사의 또 하나의 '계획된 프로모션'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음반계의 불황이 지속되는 요즘 온라인 선 공개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수익 창출을 양산하는 것은 몰론, 새 음반에 대한 자연스런 프로모션도 되기 때문이다.

모 기획사에서 음원 관련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 가요 관계자는 "스타급 가수들의 경우, 음반 발매 일주일 이전에 음원을 선 공개하는 것이 요즘의 대세"라며 "이 경우 가수들은 타이틀곡이 아닌, 소위 타이틀곡 후보였던 '서브 곡'들을 공개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수들은 오프라인 음반 발매 뒤 타이틀곡 및 후속곡 활동에 치중, 타이틀곡 후보에 올랐던 곡을 알릴 수 있는 경우가 드물다"면서도 "하지만 음원 선 공개를 통해 해당 곡들을 팬들에 알릴 경우, 서브 곡만으로도 음반 발매 전 이미 만만치 않은 음원 판매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온라인 시장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또한 서브 곡의 온라인 선 공개는, 타이틀곡을 아껴두면서도 해당 가수의 새 음반이 나왔다는 것을 팬들에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소녀시대


이와는 다른 경우도 있다. 온라인 선 공개를 해당 곡에 의한 단순 수익 창출 차원이 아닌 타이틀곡을 아예 먼저 발표, 가수 홍보 및 음반 판매 프로모션의 중간 역할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음원 선 공개는 보통 새 앨범 발매 2~3일 전에 이뤄진다.

소녀시대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소녀시대는 지난 1월 2일, 1년 2개월 만에 발표하는 새 음반의 티저 영상을 먼저 공개한 뒤 사흘 뒤인 1월 5일 타이틀곡 '지'(Gee)의 음원을 온라인 상에서 발표했다. 이어 이틀 뒤인 7일 새 미니음반을 오프라인 상에서 발매했다.

티저 영상 공개는 오랜만에 나온 소녀시대를 팬들에 다시 한 번 알리기 위함이었고, '지'의 선 공개는 티저 영상 공개와 함께 소녀시대의 컴백에 쏠린 관심을 새 노래로 도 이어가자는 차원이었다. 여기에는 음원 선 공개와 함께 커진 '지'에 대한 팬들의 집중을, 새 음반 판매 호조로도 이어가자는 취지도 포함됐다.

그리고 소녀시대 및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이러한 전략은 100% 이상 성공했다. 음원 선 공개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소녀시대가 컴백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가요팬들을 알고 있으며, '지'는 여전히 각종 온라인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오프라인 음반 판매도 7만 장 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장이 한층 커진 요즘이기에, 음원 선 공개가 향후 가요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그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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