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스캔들' '워낭소리', 충무로에 '화두' 던지다

전형화 기자  |  2009.02.16 09:27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가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개봉한 '과속스캔들'이 73일만인 14일 800만 고지에 올랐으며, '워낭소리' 역시 70만명을 돌파했다.

두 영화는 흥행과 제작비는 꼭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25억원을 들인 '과속스캔들'과 '1억원을 들인 '워낭소리'가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최고 수익률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는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 든 것 외에 여러 공통점이 있다. 이 공통점은 새로운 화두로 충무로를 생각에 빠져들게 했다.

우선 두 영화는 경제 위기를 역으로 흥행몰이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원초적인 감성을 울리는 작품이 관객의 사랑을 받기 마련이다.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는 웃음과 눈물을 주무기로 삼아 관객의 심성을 자극했다.

흔히 극장은 불황사업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경기가 어려울수록 극장에는 관객이 몰린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여가 활동보단 상대적으로 저렴한 극장을 찾는 것. 두 영화는 적절한 시점에 개봉하면서 관객을 보다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또한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는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경기가 어려울 수록 가족으로 회귀하는 것은 역대 공황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비단 영화 뿐 아니라 최근 문학계에서도 아버지와 가족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가족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봤다. '벼랑 위의 포뇨'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등 가족영화들과 경쟁을 벌였던 '과속스캔들'이나 '워낭소리'에 40~50대 관객이 주를 이루는 것도 가족을 환기시켜 노스텔지어를 자극한 게 주효했다.

자극이 난무하는 가짜 리얼리티에 식상한 대중에 리얼리티가 보장된 설정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물론이다.

입소문은 두 영화 흥행 성공에 가장 큰 요소다.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 모두 특별한 마케팅 요소 없이 관객의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관객 입소문에 주력한 것은 두 영화 뿐 아니라 여느 영화도 마찬가지다. 최근 마케팅 추세는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입소문 마케팅에 많은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두 영화는 인위적인 마케팅에 앞서 자발적인 입소문이 우선했다는 점에서 영화계에 화두를 던진다. '디 워' 때 평론과 거꾸로 갔던 입소문과는 또 달랐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많은 사람들을 고민에 빠뜨렸다. 좋은 영화라서 성공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좋은 영화를 어떻게 알려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 빠진 것.

무엇보다 두 영화는 영화계 현행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상대적인 저예산 뿐 아니라 두 영화가 보여준 '롱런' 역시 현행 와이드 릴리즈 방식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과속스캔들'은 중급 영화에 대한 성찰을 불러 일으켰으며, '워낭소리'는 독립영화에 대한 주목과 현 독립영화 현실에 대한 반성을 가져왔다.

한 메이저투자사 관계자는 "두 영화가 당장의 현실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영화인들에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의 울림이 위기 돌파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국영화계에 어떻게 울려 퍼질지, 또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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