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합법다운로드 시행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가 지난 1월15일 온라인 웹하드 업체들과 합의, 합법 다운로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CJ, 쇼박스, 롯데 등 그동안 웹하드 업체들의 배상과 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투자배급사들 역시 제협과 보조를 맞추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합법다운로드 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등 영화계 각 주체들이 합법 다운로드 시장을 만들기 위해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합법 다운로드 시장을 향한 발걸음은 이미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제협과 메이저 투자배급사 간에 합법 다운로드를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존재할 뿐더러 영진위가 민간사업자가 해야 할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등 표준화를 향한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못했다.
특히 웹하드 업체에 너무 많은 몫을 주게 되면 몰락해버린 음반시장의 재연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사실 가요계가 음반시장 몰락과 디지털 음원시장의 재편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영화계와 상당부분 닮았다.
90년대 절정을 누리던 음반시장은 2000년 초 소리바다 등 P2P 서비스와 불법 다운로드로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2004년 LG에서 MP3폰이 출시되자 가수들이 여의도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불법 다운로드 업체에 고소고발이 진행된 것도 이 즈음부터다.
그러나 가요계는 이 문제를 현명히 대처하지 못해 현재 어려움을 자초했다. 디지털 음원 수입의 50%를 이동통신사가 가져가게 됐으며, 정작 창작자는 수입의 20%도 가져오지 못하는 구조로 정착됐다. 음반 시장 몰락은 가속화됐으며, 행사용 가수가 범람하게 됐다. 노래도 온라인에 소화될 수 있도록 3분에 맞춰 만들어졌으며, CD 대신 디지털 음반을 출시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영화 합법다운로드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 및 업로드 업체에 대한 고소고발이 진행됐으며, 배우들이 나서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웹하드 업체와 논의를 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판권을 다수 보유한 CJ 등 메이저 투자사가 대형 포털과 손을 잡고 합법 다운로드 서비스를 실시하려는 것도 제협과 불신이 싹트는 원인 중 하나다.
영진위에서는 음반저작권협회처럼 저작권을 신탁 받는 안도 모색하고 있다. 강한섭 영진위원장은 "사견이긴 하지만 영진위에 온라인 저작권 신탁을 위탁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진위는 자신들이 지원하는 작품의 디지털 저작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논의가 현명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음반 시장과 같은 수순을 밟을 수 있음에도 각 주체들이 같은 목표를 갖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합법 다운로드를 놓고 이견을 보이던 각 주체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공멸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 최근 들어 이견을 좁히고 있다.
차승재 제협 회장은 "음반 시장처럼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메이저 배급사와도 목표가 같다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정아 CJ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시 "합법 다운로드 시장은 홀로 만들 수도, 만들어서도 안 되는 시장"이라며 "영화계와 보조를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까지 갈등의 여지는 있다. 디지털 배급을 위한 안전장치인 DRM 설치와 수입 지분 문제, 적정 가격 등에 대한 스탠더드(표준) 확립을 놓고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
영진위 한국영화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8년 한국영화 부가시장은 DVD/VHS 시장은 더욱 감소한 반면 디지털 케이블, IPTV, VOD 시장은 성장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디지털 시장이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온라인 시장이 합법화 될 경우 4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영화계가 현명한 판단으로 이견을 이겨내 음반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고 '윈-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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