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은 어떻게 月火를 장악했나①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09.05.06 08:48

13주 연속 시청률 상승, 주인공들의 연이은 스타덤, 이미 유행이 된 패션 코드…. MBC 월화드라마 '내조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고동선 김민식)은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다. 꼬박꼬박 상승한 시청률은 벌써 30%대를 넘본다.

제작이 무산된 드라마를 대신해 긴급 '땜빵' 편성된 '내조의 여왕'이 첫 방송에서 8%대라는 초라한 시청률을 기록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다만 첫회부터 드러난 작가와 연출진의 만만찮은 공력, 김남주 등 출연진의 열연이 기대를 품게 했을 뿐.

이후 '내조의 여왕'은 꽃미남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빈 자리를 완벽하게 채우며 최고의 인기 드라마에 등극했다. 과연 '내조의 여왕'은 어떻게 월화드라마를 장악한 걸까.

'천방지축' 김남주, 아줌마를 사로잡다

주인공 천지애 역의 김남주는 누구나 첫 손에 꼽는 '내조의 여왕'의 일등공신이다. 8년만에 돌아온 그녀는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는 캐릭터로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각인시켰다.

극중 천지애는 윗사람이 시킨 일이라면 죽는 시늉도 할 법한 속물이요, 갖은 굴욕에도 복수를 다짐하지 않는 긍정적인 아줌마다. 그녀와 함께 김남주 역시 범접못할 CF의 여신에서 옆집 아줌마 같은 소탈한 이웃으로 돌아온 셈이다.

방송 전 '과연 김남주가 망가질 수 있을까' 우려가 일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저력은 첫 방송부터 나타났다. 김남주는 핏대를 올려가며 소리를 지르고,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코믹한 표정연기를 펼치며 보란 듯이 망가졌다. '토사구땡(토사구팽)', '군대일학(군계일학)', '봉중근(안중근) 의사' 매회 등장한 '무식어록'은 보너스다.

웃다보면 눈물이 '뚝뚝'.. 절절한 공감대

한숨지을 일 많은 불황의 시대, 막장드라마의 열풍 속에 첫 선을 보인 '내조의 여왕'은 현실감 가득한 코믹 드라마로 승부수를 걸었다.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의 억지며 과장을 가뿐하게 뛰어넘어 직장 내 눈치싸움, 300만 백수시대, 있는 자들의 허세와 없는 이들의 막막함을 코미디 안으로 끌어들였다.

드라마의 시선은 늘 약자의 편에 있다. 천지애 온달수(오지호 분) 부부가 같이 죽자며 땅까지 파 그 안에 드러누웠다가 "그래도 살고 싶다"며 서로 눈물을 지을 때, 상사에게 주먹을 날린 남편에게 "사과해!"라고 소리를 지를 때, 예측 불허의 개그 퍼레이드에 배꼽 잡던 시청자들은 어느새 절절한 공감을 느낀다.

연기·연출·극본.. 꼭 맞는 3박자!

'내조의 여왕' 주인공 부부를 둘러싼 상황은 얼핏 불륜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부장은 첫사랑 천지애를 못 잊고, 사장 부인은 온달수를 좋아하며, 사장과 천지애는 묘한 친구 사이다. 그러나 '내조의 여왕'은 결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절묘한 균형을 유지한다. 배꼽 잡는 코미디가 현실감을 해치는 일도 없다.

이 균형잡힌 대본이 코미디와 드라마 모두를 잘 살리는 연출과, 적재적소에 잘 배치된 출연진을 만나 빛을 발하고 있다. 김남주 뿐 아니라 오지호 이혜영 최철호 윤상현 선우선 등 모든 주역들이 꼭 맞는 배역을 맡아 스타덤에 올랐다. 잠깐잠깐 등장하는 조연들에게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연기 연출 극본의 3박자가 꼭 맞는 드라마가 탄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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