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 "'똥파리'로 많은 게 달라졌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05.07 14:27
ⓒ송희진 기자 songhj@

영화계에 '똥파리' 신드롬이 일고 있다. '똥파리'가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을 뿐더러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 극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기록하자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는 것.

주연과 연출을 맡은 양익준 감독은 무대 인사에서 톱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양익준 감독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 역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양익준 감독이 맡은 용역 깡패 상훈과 대척점에 있는 영재 역을 맡은 이환 역시 '똥파리'로 조명 받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이환은 '똥파리'에서 상훈(양익준)과 우연찮게 만난 뒤 그의 삶을 바꾸게 되는 여고생 연희(김꽃비)의 남동생 역을 맡았다. 그가 맡은 영재는 월남전 참전 후유증으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 맞고 지내던 어머니, 그러다 폭력배에 맞아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대신하는 누나를 보고 분노를 간직한 인물이다.

이환은 미치도록 갑갑한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훈의 조직에 들어가고 결국 폭력을 휘두르는 인물로 전락하는 역을 연기했다. 그는 극 후반부를 명확하게 이끌어가는 인물을 훌륭히 연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샀다.

이환은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키친' 등 영화와 드라마 '주몽' 등에 출연했지만 비중이 크지 않아 사실상 '똥파리'로 관객에 얼굴을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환은 고교 시절 학교가 다니기 싫어서 무작정 연기를 시작했다. 그의 연기에 날 것 냄새가 풍기는 것은 연기를 몸으로 배우고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환은 "뭔가 다른 것 같고 달라야 할 것 같아 영화를 보고 연극 무대를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2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에 출연하면서 연기에 대해 눈 띄게 시작했다는 그에게 '똥파리'는 하나의 분기점이 됐다. 이환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확 끌렸다"면서 '똥파리'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양익준 감독과 술자리를 거듭하면서 친분을 쌓게 되고 2007년 추석 처음 영화를 찍었다. 출연료는 50만원. 그나마 소속사에서 돈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해서 무보수로 참여했다.
ⓒ송희진 기자 songhj@


그렇게 시작한 '똥파리'에서 이환은 연기와 인생을 새롭게 알게 됐다. 양익준 감독은 뭔가를 물으려 하면 "네 안에 정답이 있다"며 자유롭게 하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 했다. 그래서 이환은 '똥파리'에서 여유를 느끼게 되고 자유로움을 알게 됐다.

이환은 "그렇게 힘든 촬영장이었지만 재촬영을 하자고 하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다"며 '똥파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들의 연기에 늘 별 말이 없던 아버지가 '똥파리'를 보고 기사 스크랩을 하는 것을 보면서 '똥파리'가 자신에 단순한 영화 이상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환은 "공부를 정말 싫어하던 내가 연기를 하면서 그 단어가 정확한 표현인지 국어사전을 보게 되더라"면서 달라진 자신을 이야기했다. 해외 영화제에서 '똥파리' 수상 소식이 계속 들릴 때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욕을 해달라"며 열렬히 환호할 때마다 자부심을 새록새록 느끼게 됐다. 그는 '박쥐'와 '똥파리' 중 '똥파리'를 했다는 게 더욱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환은 "'똥파리' 덕에 내 이름이 검색어 1위를 했으니 정말 뿌듯했다. 그 때 4위가 빅뱅의 승리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환은 주위의 환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똥파리'로 많은 것이 달라지고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환은 현재 유형기 감독의 독립영화 '너와 나의 21세기'를 찍고 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다르지 않고, 영화는 영화다라는 믿음이 있기에 독립영화로 필모그라피를 쌓는데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 이환은 "앞으로도 나니깐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똥파리'가 내게 알려준 게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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