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엄마' 비틀기..결과는?②

김건우 기자  |  2009.05.28 09:20
봉준호 감독 ⓒ 임성균 기자

봉준호 감독이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마더', 엄마 비틀기다. 주인공은 국민엄마 김혜자다. 인자하고 따뜻할 것만 같은 국민엄마 김혜자가 살인누명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말이 모성이지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광기를 선보인다.

"국민엄마가 영광일 수도 있지만 짐일 수도 있을거야라고 생각했다. 배우를 변신 시키는 게 아니라 엄마의 개념 자체를 변주 시키고 싶었다. 엔딩 크레딧에도 '마더 -김혜자'라고 표시된다"

그의 이 같은 의도는 절반 성공했다. 대한민국의 관객이라면 봉준호와 김혜자의 광기어린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기 때문, 여기에 한류 스타 원빈이 가세해 더욱 눈길을 끈다. 봉준호 감독이 엄마의 광기와 함께 하고 싶었던 숨은 이야기, 그것을 들어봤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와 도준의 관계다. 특히 극중 엄마, 도준, 진태(진구 분)의 관계는 고부 갈등을 연상케 한다.

▶고부 간의 관계는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의 삼각관계다 진태를 며느리로 치환시킬 수 있다. "종자부터 틀려먹은 놈"이라는 엄마의 대사도 있지 않나. 극중 엄마는 도준의 섹스마저 컨트롤 하려 하는 인물이다. 세 사람의 관계를 주목해서 보기 바란다.

-'살인의 추억' 같이 경찰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경찰이 도준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이유가 과학적인 근거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별히 경찰을 그렇게 표현하는 이유가 있는지.

▶나홍진의 '추격자'에 비하면 나이스 하지 않나. 이번 작품은 사람도 안 때리고 현장 보존도 한다. '살인의 추억'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는데(웃음). 이번에 극중 경찰서 장면은 실제 경찰서에서 촬영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영화 속 경찰이 조금 나른하게 나오는 것은 그게 리얼리티라 생각한다. '살인의 추억' 때 경찰은 연쇄 살인범을 못 잡는 게 당연한 인물들이었다. 그러나 각각 캐릭터에 대한 연민이 있었다. 범인을 잡고 싶은 마음은 진심인데 시대 자체가 무능해 거기에 좌절하는 모습들이 있었다.

경찰에 대한 표현은 시스템 구조로 봤을 때 나른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서구적 시스템이 아니지 않나? '마더'는 경찰의 비리나 무능을 폭로하는 영화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그들의 나른함을 묘사하는 영화다.

-경찰에 대한 표현이 '살인의 추억'에서 '마더'까지, '나이스'하게 발전한 이유가 있는지.

▶그게 지금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살인의 추억'의 경찰이 처음에 무능했지만 마지막에 유전자 감식까지 하는 발전된 형태를 보인 것은 실제 사건이 그랬기 때문이다. 5년 이라는 기간 동안 1-2차 사건과 9차 사건은 접근 방식이 달랐다.

'마더'는 지금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현장 통제가 잘 되어 있고 감식반들이 나오지만 의외의 곳에서 허점이 등장한다. 그것은 전 세계적인 것이다. 이 영화는 엄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다. 경찰은 도준이 잡혀가면서 무대에서 사라진다. 근본적으로 분량 면에서도 '살인의 추억'과는 다르다.

-극중 엄마의 이름은 혜자다. 그러나 실제로 이름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데.

▶영화 엔딩 크레딧에도 혜자 대신 마더라고 나온다. 당시 시나리오 상에 무엇인가 써야 했다. 3인칭으로 써야 하지 않나? 영화에서 엄마 이름이 의도적으로 안 불려 지길 바랬다. 관객의 입장에서 그냥 엄마이길 원했다.

-하지만 엄마라는 것은 양면성이 있지 않나? 김혜자의 이미지인 '국민엄마'는 일반인들이 보는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의 엄마는 악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국민엄마' 이미지와 실제 엄마 김혜자를 함께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닌지.

▶그렇게 보는 것이 맞다. 시나리오는 스태프라는 첫 번째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 혜자 선생님을 변주하고 싶었다. 국민엄마가 영광일 수도 있지만 짐일 수도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김혜자라는 배우를 변신시키는 게 아니라, 엄마=김혜자이기 때문에. 엄마 개념 자체를 변주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원빈의 캐스팅은 의외였다. 원빈은 그동안 어리숙한 연기보다 강한 인상의 연기를 보여왔는데.

▶처음에는 원빈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만나기 전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형에게 징징대던 모습, TV 드라마의 예쁜 모습만 상상했다. 그런데 실제 만나보니 너무 신선했다. 표피적인 궁금함이 아니라 만나보니 외모에 대한 잣대가 붕괴되고 자연인처럼 보였다. 이를 빼고 점 하나를 붙이는 식의 장치가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밥을 먹고 맥주를 한 잔 하면서 어릴 때 정선에서 보낸 이야기를 들었다. 원빈이 배우나 스타가 되지 않고 이 나이되도록 정선에 머물러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시나리오 속의 도준이다. 그 결론에 가면서 자연스러워졌다. 이후 큰 고민 없이 마음의 결정을 했다. 다른 배우를 놓고 고민한 적이 없었다.(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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