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터미네이터4'가 12일만에 300만명을 넘어섰다. 3일 만에 100만명 돌파, 7일 만에 200만 돌파 등 올해 개봉영화 최단기록을 줄줄이 경신한 끝에 세운 기록이다.
5월 극장가에 최종 승자로 우뚝 선 '터미네이터4'의 이 같은 기세는 사뭇 놀라운 일이다. 어느 정도 파장은 예상했지만 참신하지 못하다는 평이 많았기에 이처럼 대나무를 쪼갤 듯한 기세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본고장 미국에서조차 '터미네이터4'는 2억 달러를 들여 제작했으나 1억 달러 수입에 못 미쳤다. 왜 지금 대한민국에선 '터미네이터4' 열풍인가.
#'T월드', 그 미래가 궁금하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사실 2편에서 완결됐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91년 연출한 '터미네이터2'에서 모든 이야기를 다 풀어냈다. '터미네이터2' DVD에는 감독이 생각한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가 편안하게 노후를 맞는 결말이 삽입돼 있을 정도다.
때문에 미래에서 온 로봇 킬러의 추적이란 설정이 반복된 '터미네이터3'와 드라마 버전은 그다지 좋은 흥행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4'는 인류와 로봇이 전면 전쟁을 벌이는 'T월드'(터미네이터 세계)의 시작이자 미래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관객의 흥미를 자아냈다.
'터미네이터4' 배급을 맡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이진훈 팀장은 "관객들이 미래의 세계에 관심을 갖는 한편 드라마적인 부분에 호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드라마적인 요소에 열광이 큰 한국 관객에 이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익숙한 브랜드+아날로그 액션
이런 익숙함에 미래 이야기라는 호기심, 그리고 '트랜스포머'로 고조된 로봇 액션이라는 점이 상승효과를 냈다. 개봉 초반 흥행을 주도한 관객층이 20~30대 남성층이라는 점은 '터미네이터4'가 관객의 어떤 부분에 주효했는지를 반증한다.
또 '터미네이터4'는 로봇이 등장하지만 디지털 액션이라기보다 아날로그식 액션이 더 두드러지게 연출됐다는 점도 국내 관객에 '어필'한 부분이다. 로봇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액션은 피할 수 없지만 몸과 몸이 부딪히는 듯한 정통파 액션처럼 연출, 관객의 식상함을 덜었다.
이진훈 팀장은 "그동안 SF영화가 지나치게 말끔한 디지털 액션을 선보였다면 '터미네이터4'는 인간적인 아날로그 액션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끈한 오락물+'트랜스포머' 전초전
'터미네이터4'는 절묘한 국내 배급시점을 잡았다. 미국과 동시 개봉이라고 하지만 아시아에선 제일 빠르다. 일본에서는 6월13일 개봉이다. '천사와 악마' 개봉과 조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터미네이터4'가 원래 워너브라더스 작품이지만 아시아 배급은 소니가 맡았기에 이 같은 조정이 필요했다.
반면 국내는 '색,계'를 수입한 마스엔터테인먼트가 할리우드 인맥을 통해 수입을 했기에 개봉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빨랐다. 덕분에 '터미네이터4'는 5월 극장가를 절묘하게 선점할 수 있었다. '박쥐'와 '마더'가 칸국제영화제를 두고 시차를 벌린 사이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자리 잡으면서 관객에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일상에 지친 관객들일수록 화끈한 오락물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터미네이터4'는 5월 극장을 찾은 관객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었다.
또한 '트랜스포머' 학습효과도 한몫했다. '트랜스포머'가 로봇 액션으로 관객에 충격을 던졌기에 '트랜스포머'와 비슷한 로봇이 등장하는 '터미네이터4' 예고편만으로 관객의 흥미를 자아낼 수 있었다. 6월24일 개봉을 앞둔 '트랜스포머2'에 대한 기대감이 투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는 "'터미네이터4'는 '트랜스포머2'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면서 "'터미네이터4'를 본 관객이라면 '트랜스포머2' 역시 관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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