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PD "최진실 이세상에 없으니 허허로와"

길혜성 기자  |  2009.06.22 13:35
고 최진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와 고 최진실. 지난해 10월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 전까지 밝고 톡톡 튀는 이미지로 20여년 간 국민 배우로 자리했던 최진실이기에, 사극의 대가로 불리는 이 PD와는 그리 큰 인연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이 PD와 최진실은 남다른 인연을 지니고 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최진실을 연기자로 데뷔시킨 게 바로 이 PD인 것이다.

이 PD와 최진실은 끈끈한 인연은 이 PD가 최근 발간한 '꿈의 왕국을 세워라'란 제목의 책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져지게 됐다.

이 PD에 따르면 지난 1988년 MBC 사극 '조선왕조500년 시리즈'의 9번째 작품 '한중록'을 연출할 때 최진실과 처음 만났다. 당시 이 PD는 연기력과 상관없이 아주 예쁘고 신선한 얼굴이 필요했다. '한중록' 속에서 작은 비중을 지녔으며 2번 정도 등장하고 사라지는 역할을 맡을 신인 여자 연기자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한 사람을 고르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이 PD는 "어느날 , 당시 내 조연출이었던 최윤석 PD가 부랴부랴 달려와 '국장님(당시 이병훈 PD의 직함), 국장님 찾았어요'라고 말하며 나를 (연예계 데뷔를 준비하던) 학원생들이 방청객으로 온 '일요일밤의 대행진' 녹화현장으로 데려갔다"고 전했다.

그 곳에서 최윤석 PD의 손끝을 따라 이 PD는 방청석에 앉아 있던 단발머리의 학원생을 발견했고, 그 간 찾아 헤맸던 '한중록'의 빙애 역에 제 격이라 생각해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최진실이라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이 PD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카메라테스트를 받아 볼 것을 권했고, 학원생이던 최진실은 한 동안 어리둥절하다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최진실을 카메라테스트도 멋지게 통과, '한중록'을 자신의 연기 데뷔작으로 만들었다.

이 PD는 "화면을 잘 받는 최진실에게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었다""며 "그것은 바로 성실성이었는데, '한중록' 촬영 때 여러 번 NG를 냈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더 열심히 하려 애를 쓰는 그녀를 보고 연기 욕심이 많은 신인이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최진실은 1993년 MBC 드라마 '폭풍의 계절'로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상을 수상했을 때 "오늘의 저를 있게 해준 이병훈 감독님께 영광을 돌립니다"라며 깊은 의리를 보였다.

이 PD는 이번 책을 통해 최진실의 마지막 작품이 된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촬영할 때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이 PD는 "그 간 서로 각자의 일로 분주해 거의 못 봤는데, 우연히 방송국에서 마주쳤다"며 "그러자 최진실은 '감독님 저랑 커피 한잔해요'라고 한 뒤 '감독님 제가 사극에는 안 어울리는 얼굴이지만 시대극에는 어울리잖아요. 감독님 다음에 혹시 시대극 하시게 되면 저 꼭 불러주세요. 정말 감독님이랑 다시 한 번 일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PD는 "예쁘고 사랑스러웠으며 그녀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연기자도 없다"며 "언제나 소박하고 겸손했으며 스타들이 지니는 오만함이나 거만함을 찾아 볼 수 없었던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그저 허허롭기만 하다"며 최진실에 대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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