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소간지' 별명, 한때는 부담스러웠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2009.08.13 17:43
배우 소지섭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소지섭이 나쁜 남자로 돌아왔다. 지난해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미워할 수 없는 나쁜 남자의 유혹을 선보인다.

소지섭은 '소피의 연애 매뉴얼'에서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난 외과의사 제프를 연기했다. 이기적인 사랑이지만 최근 볼 수 없었던 소지섭의 모습을 본다는 점이 여심을 흔든다.

극중 최고의 장면은 소지섭이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하는 신이다. 소지섭은 "영화 장면 중 무릎을 꿇는 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언젠가는 한 번 해봐야지 않을까? 무척 떨렸었다"고 말했다.

소지섭은 연애할 때 무척 무뚝뚝하다고. "저랑 연애하면 재미없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너스레를 떤다. 하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꿈꾼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연애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저한테 가정은 밝고 화목한 게 중요하다. 핵가족화가 되어가는 현실에서 제가 상상하는 가족의 이미지가 있다"며 "이벤트성 결혼보다는 좋아하는 친구, 친지들과 함께 하는 결혼식을 꿈꾼다."

소지섭은 당분간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몇 년에 한 번씩 작품을 선택했지만 앞으로는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로의 변신, 그것은 소지섭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어떻게 '소피의 연애 매뉴얼'을 선택했는지. 카리스마가 아닌 귀여운 모습의 소지섭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CJ엔터테인먼트로부터 카메오 형식으로 제안 받았다. 사실 신인 때 시트콤이나 아침 드라마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였었다. 하지만 오래 전 일이라 처음이라 생각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예전 기억도 나고 묘한 매력이 있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한다.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때도 통역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장쯔이가 할리우드에서 겪었던 언어문제를 떠올리며 편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중국에서 14일 10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한다. 현지 반응은 어떤지.

▶중국에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없다고 한다. 새롭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호의적인 것 같다. 장쯔이도 이 같은 연기를 하는 게 처음이다. 중국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본 사람이 많았다.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많이 알아보는 듯했다 .

-이번 영화로 중국에 진출하게 됐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일본에서 영화를 찍은 경험이 있지만 해외 시장을 봤을 때 시작 단계인 작품이다. 제가 중국에서는 톱스타가 아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다른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 중국 배우보다 튈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극중 제프는 무척 쿨 한 캐릭터다. 사랑에 있어 이기적이기도 하다. 실제 성격은 어떤지.

▶불만이 있어도 혼자 참는 스타일이다. 남들한테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장쯔이와 판빙빙은 어땠는지.

▶장쯔이는 영화만 봤을 때 카리스마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는 영화처럼 귀엽고 밝다은 성격이다. 판빙빙은 여성스럽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중국 기자들이 장쯔이와 판빙빙 중 누가 좋냐고 질문했는데 너무 난감했다.
배우 소지섭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권상우 송승헌과 무척 절친하다. 함께 작업할 생각은 없는지.

▶함께 모여서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안 한다. 승헌이 형은 사무실을 차렸고 상우 형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셋이 함께 하는 것은 제가 막내라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형들이 제안하면 생각해보겠지만. 무조건 오케이는 힘들지 않겠나(웃음).

-한류스타다. 해외 진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호수가 강을 만나고 바다를 만나지 않나? 할리우드가 바다의 존재인 것 같다. 한국에만 있으면 불안감이 커진다. 해외에서 일을 하다보면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할리우드 진출이 개인적인 목표는 아니다. 자연스럽게 맞춰나 가는 것 같다.

-그동안 '미안하다 사랑한다' '카인과 아벨' 등에서 어두운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 부담은 없는지.

▶어두운 역할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가령 '카인과 아벨'도 처음은 밝은데 갈수록 어두워졌다. 더 어두운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엽기적인 도전도 할 수 있다. 다만 어두운 역할이 잘 돼 이미지가 굳어졌던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 어두운 색깔의 작품을 좋아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여운이 없는 것 같다.

-현재 매니저 없이 직접 스케줄도 짜고 운전도 한다고 알려졌다.

▶가령 시나리오를 받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 매니저가 있을 때 내용이 아니다 싶으면 덮을 수 있었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모두 다 읽어야 한다. 시나리오 읽는데 2시간이 걸린다. 정말 힘들지만 열심히 할 뿐이다. 특히 힘들었던 것은 거절하는 것이다. 양쪽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신인상을 받는 등 재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영화다'는 '카인과 아벨'을 하기 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무거워 정신적 부담감이 컸다. '영화는 영화다' 이후에는 사극부터 에로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가 모두 잘 돼 예전 작품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어 좋다. 과거에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5년 간 품고 있었다. 사람들이 잊을만 하면 이야기를 했었다.

-데뷔 후 영화 신인상은 처음이었다.

▶솔직히 신인상은 받고 싶었다. 하지만 신인상보다는 부담상 같은 의미였다.

-극중 제프는 결혼 전에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다. 이제 마음대로 만나면 안 되는 나이 아니겠나? 왜 형들이 여자친구를 못 만나는지 알겠다. 쉽게 만나기 어렵다. 특히 전 가정이 중요하다. 핵가족화 되는 현실에서 밝고 화목한 가정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 저의 숙제인 것 같다. 일을 많이 하고 싶다.

-그렇다면 극중 제프처럼 결혼 전이라도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날 수 있는지.

▶그 상황에 공감이 간다. 결혼하고 헤어지는 것보다 잠깐 힘든 게 낫지 않을까? 결혼은 신중함인 것 같다.

-극중 소피는 다양한 방법으로 제프를 돌아오게 하려고 한다. 공감했던 방법이 있는지.

▶극중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방법이 공감간다. 아무래도 둘이 보냈던 시간을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흔들린 적은 없다. 이미 헤어지고 마음이 떠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귀는 중에 실수는 괜찮지만 떠난 사람한테는 아닌 것 같다.

-극중 제프처럼 연애에 있어 적극적인지.

▶선뜻 이야기를 못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만나면 무척 잘한다.

-할리우드 진출은 계획이 있는지.

▶제의가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프로필을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일단 언어 차이가 있고 할 수 있는 역할도 한정돼 있지 않나. 해외 작품을 소개한다면 '영화는 영화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의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

-운동을 좋아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운동을 안 하면 몸무게 유지가 안 된다. 저는 먹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 운동을 안 하면 하루 종일 불안하다.

-술은 잘하는 편인지.

▶술은 좋아한다. 주량은 2~3병? 하지만 술을 마시면 몸이 붓는 스타일이라 촬영 3일 전부터는 안 마신다.

-사실 조용한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도 정적이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저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 익숙한데 상대방이 힘들어한다. 하지만 '카인과 아벨' 때는 달라지려고 노력했다. 촬영장은 주인공의 분위기를 쫓아간다. 그래서 소반장, 엄마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노력했다. 스태프, 다른 배우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편집실에 올라가 자기도 했다. 이제 조금씩 변해가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배우로서 희열을 느낄 때가 있는지.

▶연기를 봤을 때 나 같지 않은 모습을 발견할 때 희열을 느낀다. 신인 때는 몰랐던 사실이다. 저런 눈빛과 표정이 있구나 라며 쾌락을 느낀다.

-'소간지'라는 별명이 있다. 알고 있는지.

▶'소간지'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옛날에는 별명이 부담스러워 집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기도 했다. 스타일리스트가 어떻게 독특하게 입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은 편하게, 여름에는 반바지를 입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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