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해운대' 천만, 모두 미쳐서 가능했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9.08.21 16:27

설경구가 두 번째 천만 배우가 됐다. '실미도'에 이어 '해운대'로 또 한 번 천만 배우가 된 것이다.

설경구는 출연작 중 절반 이상이 흥행에 성공할 만큼 관객에 사랑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해운대' 흥행은 그에게 남다를 법하다.

21일 '2000만 배우' 설경구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군산에서 '용서를 없다' 촬영에 전념하던 그는 '해운대' 중국 개봉을 앞두고 출국하기 위해 이날 오전 서울에 올라왔다.

천만 소감을 묻자 수화기를 통해 예의 심드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경구는 "매일 군산에서 영화 촬영을 하니깐 실감이 잘 안난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별 감흥이 없나 싶을 정도다.

그는 "하늘이 허락해야 천만이란 숫자가 떨어진다. 정말 엄청난 일이다"고 마치 남의 일처럼 얘기했다. "이제 4할 타자가 된 것 같다"고 하자 "3년 전쯤 많이 안됐지 요즘에는 5할은 넘는 것 같다"고 역시 담담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설경구는 윤제균 감독과 '해운대'를 만든 사람들 이야기를 하자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시작했다.

설경구는 "윤제균 감독이 선입견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굴욕도 많이 당했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면 정말 힘들게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공보단 감독의 노력이 하늘에 닿았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설경구는 '해운대' 흥행 성공을 작업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똘똘 뭉쳤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산업이 가장 힘들었을 때 100억원을 투자한 투자사, 그 회사에 사표를 써가면서 윗사람들을 설득한 직원, 제작이 중단됐을 때도 묵묵히 기다려준 스태프, 두 달 반 동안 한 시간도 제대로 못잔 윤제균 감독...여기까지 이야기하다 설경구는 잠시 목이 메이는 듯 말꼬리를 흐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자 설경구는 "정말 모두 미쳤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면서 "나도 같이 미쳤었던 것 같다"면서 웃었다. 그의 웃음에 진정이 담겨있었다.

기자 시사회를 하기 전, 먼저 인터뷰를 했던 설경구는 '해운대' CG를 우려하는 사람들에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작전뻑'이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윤제균 감독이 믿어라 믿어라 해서 이미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말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 잘 모르겠다고 눙을 쳤다. 하하하"

설경구는 관객에 감사했고, 좋은 평을 해준 사람들에 감사한다고 했다. 영화를 잘 만들어도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미도'는 북파공작원 이야기가 사회적인 화두가 됐었다. 결실도 있었고. 이번 영화는 그런 이슈는 없었다. 그냥 어려운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관객들이 잘 봐주신 덕분이다."

천만영화는 설경구 말대로 미친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설경구 역시 미친 열정을 갖고 있는 배우다. 그 사실을 관객들은 여전히 스크린에서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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