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비담 김남길(29). 40% 시청률을 넘나드는 최고의 인기 사극 MBC '선덕여왕'(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박홍균 김근홍)에서 그는 요즘 가장 '핫'한 인물이다.
시커먼 분장에 누더기 차림으로 느닷없이 등장한 이 '비밀병기'는 어느새 보는 이들의 뇌리에 콕 박혀버렸다. 시시각각 선악을 넘나들면서도 개구장이같은 천진함을 잃지 않는 비담. 거기엔 그 변화무쌍한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낸 배우 김남길이 있다.
기자가 큰 기대 없이 찾아간 촬영장에서 홀로 배회하던 그를 붙잡은 건 행운이었다. 때마침 "저녁밥 먹고 잠시 휴식"을 알리는 제작부의 외침. 쾌재를 불렀다. 나도 모르게 "남길씨 반갑습니다" 대신 "비담씨 보고싶었어요"가 튀어나온다. 검게 그을린 분장, 누더기같은 비담의 옷차림 그대로였던 김남길도 하얀 이를 드러내고 싱긋 웃었다.
그를 향한 팬들의 호들갑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남길은 감사하다면서도 담담한 모습이다. "지방을 돌며 촬영장만 다니다보니 실감을 못하겠다"고 했지만, 조심스레 이어진 다음 이야기에선 데뷔 후 10년을 겪은 배우의 단단한 속내가 드러났다. 2003년 MBC 공채탤런트 출신인 김남길은 1998년 KBS '학교'로 처음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예전이었으면 저도 너무 신나서 방방 뜨지 않았을까 싶어요. 물론 이런 좋은 경험이 저도 처음이지만, 그 동안 마음이 단련됐다고 할까요. 시청률이 좋은 드라마에 나와서 반짝 흐름을 탈 수도 있지요. '금순이 남편'으로 나왔을 때도, '연인'에 나왔을 때 도 그랬어요. 크게 동요되지 않으려고요. 어차피 안 나오면 잊히기 마련이잖아요."
그 역시 처음부터 스타를 꿈꾸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한때 이한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한은 쉽지 않았던 공채 탤런트 생활, 극단 생활 등을 거치며 스타성보다는 연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영화 '모던보이'로 인연을 맺었던 강우석 감독의 조언에 따라 본명을 다시 쓰기로 한 것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전엔 들뜨지 말자 억지로 누르는 게 있었는데 요즘엔 자연스럽게 마음이 잡히네요. 오히려 뜨거운 반응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생겨요. 부담도 크고요. 기대치를 채우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진지한 김남길이지만 장난 좋아하고, 잔정 많은 청년인지라 촬영장에선 늘 흥겹다. '백숙비담', '초딩비담', '다크비담', '비담왕자'…. 별명을 늘어놓을 땐 '으헤헤' 하는 아이같은 웃음이 터진다. '미인도' 촬영 때보다 10kg 넘게 몸무게가 줄어 키 184에 몸무게 61kg의 호리호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그. 하루 잠도 1∼2시간 밖에 못 자는 현장이라 슬슬 홍삼이라도 챙겨 먹을까 고민 중이란다. 닭고기를 그리 좋아하던 '백숙비담'이 지난 복날에 백숙은 챙겨 먹었는지 문득 궁금했다.
"백숙은 무슨. 저는 문노(정호빈 분)하고 같이 자장면 먹었어요. 으헤헤."
김남길은 연기할 때 "늘 '비담스럽게'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체가 다중적인 캐릭터인지라 어디로 튈 지 종잡을 수 없는 탓이다. 천명공주(박예진 분)가 독화살을 맞는 장면에서 등장했던 '발로 활 5발 쏘기'도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대본에는 '활을 다섯 발 쏜다'는 설명 뿐. 김근홍 PD 등과 상담한 끝에 '비담스러운' 활쏘기가 탄생했다. 심각한 회의 중 코를 파는 장면도 김남길의 애드리브다. 그러나 김남길은 비담에 쏟아진 관심은 '매력적인 캐릭터 덕택'이라고 겸손해했다.
"비담이 사랑받는 건 캐릭터 자체의 힘이 큰 것 같아요. 역동적이고도 세련됐죠. 역사엔 '비담의 난' 한 줄 밖에 안 나오는 인물이니까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창조되는 인물인거잖아요. 그래서 저도 더 매력을 느꼈죠. 고민도 됐어요. 엉뚱한데다 선하고 또 악하고, 천재적이고… 여러 다중성이 있는 비담이 혹시 거부반응을 일으킬까 저는 걱정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미실(고현정 분)의 아들이라는 출생의 비밀, 자기 안의 욕망을 알아가며 더욱 어둡게 변해 갈 '다크비담'을 어떻게 그릴 지가 새롭게 그의 과제로 다가왔다. "매 작품마다 한계에 부딪히고, 다음엔 수월하겠지 하지만 또 한계에 부딪힌다"는 김남길. 지금 당장은 "누더기 옷을 입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걸 즐기고 있다"고.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 김남길은 "축적된 감정을 표현하는 건 어린 나이에 안 되더라"며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제 푸릇푸릇한 춘추공 유승호가 등장하면 어떡하냐 눙을 쳤더니 '비담스러운' 호탕한 답이 돌아왔다. "승호는 아직 어린이고 전 남자잖아요. 으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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