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영재 "제의 많지만 정치는 생각없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9.09.02 11:05
독고영재 서울사회복지영화제 집행위원장 ⓒ임성균 기자 tjdrbs23@

제1회 서울국제사회복지영화제가 오는 8일 개막을 앞뒀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는 바로 배우 독고영재. 사단법인 '선플과 나눔' 총재로도 활동 중인 그는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 나눔, 희망을 내세운 이번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에 추대됐다.

MBC인기드라마 '선덕여왕'에 출연하면서, 복지영화제를 이끌어가느라 24시간이 모자란 그를 '선플과 나눔' 사무실에서 만났다. 명패조차 없이 단출한 사무실. 모든 집기들은 전화기 하나 빼고 모두 중고다. "그 돈 아껴 어려운 사람 돕는 데 써야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영진위의 2009 영화단체사업지원 심사에서 서울국제노동영화제, 인권영화제 등이 탈락한 마당에 새로 출범한 영화제에 대해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독고영재 집행위원장은 "정치색을 배제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순수한 나눔과 감동의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선플과 나눔'이란 단체에서 활동하는지도 몰랐다.

▶서서히 일 해 왔다. 일을 해온 건 1년 반이 넘었지만 공식적으로 발기한 게 올 1월이다. 여기에선 두 명 제외하면 모두가 무급 순수 봉사다. '선덕여왕' 촬영 때 말고는 여기서 일한다. 아주 바쁘다.(웃음)

-어떻게 복지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게 됐는지.

▶영화제를 처음 만들 때 영화인 가운데 집행위원장이 나왔으면 했다더라. 내가 복지 쪽 관심을 갖고 일을 하고 있으니 적임이라고 하더라. 사실 어떤 일이든 개인 비즈니스로 참여하는 사람도 있고,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도 있다. 시 관계자들과 김덕룡 조직위원장을 만나보니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내가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배우협회가 3000만원을 모금해 서울시 복지관에 낸 적도 있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하는 게 맞겠다 싶어 해보자고 했다. 일 해보니…. 아 이거 힘들다.

-요즘같은 시기에 관에서 영화제를 주도한다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우린 복지영화제가 아닌가. 복지란 관이 하든 민이 하든 많이 할수록 좋다. 오히려 서울시가 좀 더 많은 예산을 만들어 주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시 의외와 서울시 복지과가 주가 되다보니 보기보다 큰 규모가 아니다. 오히려 30만 명 넘는 회원을 갖고 있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후원을 한다. 시는 우리가 졸랐다. 더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해서.

독고영재 서울사회복지영화제 집행위원장 ⓒ임성균 기자 tjdrbs23@

-관람료 대신 기부금을 걷어 저소득층의 통장에 그대로 넣어준다는 발상이 단순하면서도 새롭다.

▶모든 일을 그렇게 생각한다. 스스로 감동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입장료가 1000원이라지만 없다면 내지 않아도 된다. 괜찮다. 하지만 영화에 감동을 받고 참여하고 싶다면 모금함에 돈을 내면 된다. 영화 하나 보는데 8000원 7000원 아닌가. 영화는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감동적인 영화들로 꾸몄다. 함께 보고 감동을 받아 가면 좋고, 어려운 이들 도우면 더 좋지 않겠나. 그 돈은 다 저소득층 희망 통장에 들어간다. 어려운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셈이다.

-나눔과 감동, 그것이 영화제의 목표인가?

▶감동을 나누고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다. 우리 영화제가 기부문화의 시초가 됐으면 한다. 있는 사람이 기부해야 한다지만, 그건 한계가 있다. 문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1만 원 중에 1000원 기부하는 정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더 큰 힘이 된다. 어느 날이 되면 1200만 서울 시민들이 다 참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산이 얼마나 되나. 10억 정도?

▶10억? 그 절반이 안 된다. 한참 이하다. 서울광장에서 개막하고 한강둔치에서 폐막하니 커 보이나? 상영관도 극장은 피카디리 극장 하나고 나머지는 구청 구민회관이다. 나머지는 시 의회의 협조를 얻었다. 부담 없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가족들이 돗자리 깔고 앉아서 영화를 보고 그랬으면 좋겠다.

-정치색이 우려되지는 않나.

▶어차피 관에서 자금이 들어오면 감사를 하기 때문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계속 터치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거 거부하는 주의다. 물론 정치하는 사람이 참여하면 일이 쉬워진다. 후원금 받기도 좋다. 누가 주도하는 건 중요치 않다. 하지만 정치색을 배제하고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순수한 쪽으로 가야 한다.

독고영재 서울사회복지영화제 집행위원장 ⓒ임성균 기자 tjdrbs23@

-그간 정치입문 제의도 많이 받았겠다.

▶십 몇 년 전부터 많이 받았다. 입당하라는 제의도 많고. 하지만 정치는 생각 없다. 우리 집사람은 '자기 혼자만 고생해' 그런다. 얼굴 알려지는 게 참 힘든 일이다. 우리 집사람은 공중 목욕탕도 계속 가고 싶고, 시장 가서 100~200원 깎고도 싶단다. 정치를 하려면 가족 다 내세워야 하는 거 아닌가. 연기자 하는 우리 아들 외에는 다른 가족은 평범하게 살 수 있게 하고 싶다. 내 아내가 누군지 아시나? 아무도 모를 거다. 공개한 적이 없으니. 사실 봉사단체 사무국장이라 나보다 30배는 더 어려운 사람을 도울 거다. 그런데 집사람도 내가 남편이라고 잘 얘기 안한다. 내가 정치하면? 아마 이혼하자고 할 거다.(웃음) 단 하나 불만인 게 아내가 학교 다닐 때부터 7년째 내가 옷도 직접 다려 입고 밥도 내가 차려 먹는다는 거. 아마 남들은 모를 거다.(웃음)

-요즘 '선덕여왕'이 잘 돼서 좋으시겠다. '엄마의 바다' 때 함께했던 고현정씨는 아내 역할이다.

▶물론 좋다. 감사하기도 하고. 게다가 신구 씨가 나가고 나니 내가 제일 연장자가 돼 버렸다.(웃음) 고현정은 그 땐 처녀였고 지금은 아줌마가 돼 나타났는데, 배우가 역시 애를 낳아봐야 돼.(웃음) 연기 폭도 넓어지고, 삶이 연기에 묻어난다.

-개인적으로 목표가 있다면.

▶우리 아들하고 딸이 저 죽고 난 다음에 '우리 아빠, 참 멋진 아빠였어' 하는 게 내 목표다. 지금도 우리 딸한테 '우리 아빠가 캡이야' 이런 소리를 듣긴 한다. 연기는 아버지를 이어서 대를 이어 하다 보니 직업이 됐고, 앞으로도 그건 내가 가야 할 길이 됐다. 그간 사랑을 받고 혜택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내가 다른 이들을 위해 도울 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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