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탐구생활 말투 뭐길래 '대유행'

김훈남 기자  |  2009.09.23 12:05
↑최근 과장된 상황설정과 건조한 내래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tvN

"하루일과를 끝내고 싸이월드에 들어갔어요. 앗 타블로기사가 있어요. 클릭해봐요. 타블로형이예요. 내 스타일 아니예요. 사진만 보고 스크롤을 내려요. 앗 베플이 없어요. 긴장되기 시작해요. 뭐라고 댓글을 달아야 추천을 받을까 고민해요. 머리숱이 별로없는 타블로형이라고 댓글을 달까 고민해요. 그러나 타블로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달지않기로해요. 잠시 베플이 된 센스있는 내모습을 상상해봐요. 입가에 미소가 번져요. 하지만 곧 나같은게 무슨 베플이야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내가 여기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라는 생각을 해요. 이상 남녀탐구생활 댓글편이었어요"(네티즌 김모씨가 쓴 네이트 뉴스 댓글)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댓글 형식이 대유행이다. 이런 댓글은 감정을 담지 않은 기계음처럼 또박또박 읽어야 제 맛이다.

케이블채널 tvN에서 방영중인 '재밌는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 내레이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동일한 상황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 남녀차이를 다룬 소재도 참신하지만 상황을 풀어주는 내레이션이 코너를 한층 더 희극적으로 묘사한다.

내레이션을 맡은 성우 서혜정씨는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와 달리 아주 건조한 목소리로 상황을 풀어낸다. "젠장", "지가 잘난 줄 알아요"등과 같은 대사를 아무 억양없이 소화한다. 일종의 반어법이 주는 웃음이다.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에도 기계같은 음성으로 건조하게 전달하니 웃음이 더한 것이다.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음성합성기로 만든 목소리가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서씨는 "코너의 내레이션을 녹음할 때, PD가 아주 건조하면서도 시니컬한 목소리를 요구했다"면서 "화면과는 관계없다는 듯이 내레이션을 한다"고 말했다. 서혜정씨는 미국드라마 'X파일'의 스컬리 역으로도 유명한 중견 성우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성우지만 서씨는 "처음 녹음할 때, 콘셉트에 맞추기 위해 진땀 뺐다"며 웃었다.

이같은 건조한 내레이션이 유행하면서 이를 응용하는 누리꾼이 줄이었다. '베스트 댓글'에 선정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소문도 돈다.

최근 다시 불거진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0)의 표절논란을 전하는 기사를 본 누리꾼의 응용 댓글이 압권이다. "권지용의 탐구생활이에요"라며 서혜정씨의 내레이션을 패러디한 댓글은 게시판 여기저기 퍼날라질 정도로 화제다.

이 댓글에는 전체 댓글 수와 맞먹는 60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순식간에 '베스트 댓글'에 선정됐다. 이 댓글을 본 누리꾼들은 "정말 기발하다" "남녀탐구생활 성우가 읽어주는 것 같다"는 등의 호응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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