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탐구생활', PD가 말하는 '빵~터진' 비결

김겨울 기자  |  2009.10.15 09:41
'남녀탐구생활' 이성수 PD 김경훈 PD


두 명의 PD에게 사장님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새 프로그램을 구성해보라는 것이다.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덤볐는데, 어라, 만만치 않다. 사장님의 전갈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케이블 하면 선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것을 깨라. 남녀노소가 다 즐길 수 있으면서도 파격적이며 신선하고 장수할 수 있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라. 수익을 생각 안할 수 없으니 꼭~ 재밌게."

이들은 걱정이 됐다. 10년 넘게 PD 생활을 하면서 다큐를 전문적으로 찍었고, 그나마 정보와 예능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은 찍어본 것이 위안이 됐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tvN 장수 프로그램인 '리얼스토리 묘'가 이들이 만든 작품이다. 케이블 최초 시사 연예프로그램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당시 꽤 센세이션도 일으켰다.

하지만 빵상 아줌마를 끝으로 이들은 연출에서 손을 뗐다. 회사 내에서 로테이션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리고 2009년 '롤러코스터'를 통해 다시 뭉쳤다. 그리고 20여 일 전 창립기념일, 이들은 '우수 프로그램 상'을 받았다. '롤러코스터'가 평균 시청률 1%를 넘어서며 순간 시청률 3.3%까지 치솟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말이다.

이 두 명의 PD는 '롤러코스터'의 이성수 PD와 김경훈 PD다. 이들이 말하는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1. 공감 코드가 있어야 한다.

'남녀탐구생활'은 남자 메인작가와 여자 작가가 구성한다. 하지만 훈수 두는 사람들은 10명도 넘을 것이다. 작가의 오빠의 친구까지 '화장실 볼 일', '목욕탕에서 일', '인터넷 하기'를 논한다. 그래서 우리 코미디는 '하하' 웃는 게 아닌 '피식' 하고 웃는 것일지 모른다. '여자가 화났다', '막장극장'도 마찬가지다. 공감될 수 있는 대목, 우리의 노림수다.

2. 상상력이 무기다.

보통 다큐멘터리는 촬영하고 내레이션을 덧입힌다. 우리는 거꾸로다. 내레이션이 나온 후 촬영한다. 그래서 소품 팀, 장소 섭외 팀이 우리를 저주한다. 지난 번 정가은 씨가 출연한 '책상 정리-여자 편'을 찍을 때였다. 내레이션에서 빨간 무선 마우스가 등장하는데 소품 팀이 찾을 길이 없었다. '그냥 대충 좀 하지'라며 생각할 법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막는 즉시 우리 프로는 뻔~한 프로로 전락할 뿐이다.

3. 스타보다는 연기로 간다.

디테일이 중요한 우리 프로그램에서 연기력은 선택 아닌 필수다. 장동건, 고현정이 출연하겠다 하면 굳이 말리지 않겠다만 스타성으로만 승부를 걸고 싶진 않다. 그럴 돈도 없고. 정경호, 박보드레, 정가은, 백종민 등 생소한 배우들이지만 연기력 하나는 최고라 자부한다. 특히 정형돈은 재발견이 아닐 수 없다. 아픈 장면을 찍어야 하는 날 정형돈은 그 전날 술을 진탕 먹고 촬영장에 왔다. 다크서클이 이미 내려온 상태라 메이크업도 필요 없고, 중간 중간 오바이트도 하면서 열연하는 그를 보면서 다소 냄새나는 촬영이었지만 배우의 진정성은 높이 평가해야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4. 디테일의 끝을 보여준다.

평균 15분, 기껏해야 7분을 넘지 않는 촬영이 대부분이지만 대작 영화 못지않은 시간과 역량을 들인다. 야외 촬영으로 다양한 그림을 담아내는가 하면 디테일을 포기할 수 없어 1시간 촬영해 1분 분량 만든다는 목표로 더디게 움직인다. 비효율로 치면 대한민국 최고겠지만, 웃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날로 만들어지는 것인 줄 아는가.

5. 새로운 것을 만들어라.

'NEW THING'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시청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시청 층이 대부분 나이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인 것을 감안할 때 남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지 않을까 생각하고 보편적인 주제를 잡았다. 연애 버라이어티가 막장으로 가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고, 그런 와중에 '동물의 왕국'처럼 내레이션을 입혀보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해봤다. 찍을 때 조용하고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반응 보자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빵 터질 줄은 정말 몰랐다.

6. 헝그리 정신을 가져라.

'남녀탐구생활'이 히트 쳤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올 때까지 15개 코너가 만들어졌다가 없어졌다를 반복했다. 지금도 '여자가 화났다'가 있지만 아직도 방송 못 나간 프로가 허다하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앞으로도 쭉 이런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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