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다. 여자는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 원수의 아들과 결혼한다. 남자는 여자의 복수를 돕지만, 여자는 복수에 실패한다. 남자는 여자의 시어머니이자 자신의 생모에게 여자를 용서해 줄 것을 애원한다. 남자는 여자의 사랑도, 어머니의 사랑도 얻지 못한다.
"'천사의 유혹'은 슬픈 사랑이야기"
"슬픈 사랑이죠." 배우 김태현(28)은 SBS 월화극 '천사의 유혹'(극본 김순옥 연출 손정현)에서 자신이 연기하고 있는 주승의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극중 주승은 원수에게 복수를 꿈꾸는 아란(이소연 분)을 사랑하지만, 아란이 원수의 아들 현우(한상진 분)와 결혼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아란은 현우가 전신성형 후 돌아온 재성(배수빈 분)에게 빠져있는 상태. 이런 아란에 주승은 사랑인지 집착인지 모를 감정으로 괴로워한다.
아란과 현우(혹은 재성)의 대결로 점철지어질 것 같던 '천사의 유혹'은 그러나 아란의 복수를 도왔던 주승이, 그녀의 변심을 알고 심적 갈등을 일으키면서 흥미를 돋우고 있다. 주승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아란의 모든 것이 드러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 주승을 연기하는 김태현은 그 모든 심적 갈등을 눈빛 하나에 담아내며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SBS일산제작센터에서 김태현을 만났다.
"일부러 (눈빛 연기를)연습 하지는 않는다. 연기할 때 캐릭터에게 다가가기 보다는 캐릭터를 내 안에 가져온다. 순간에 몰입하는 것을 즐기고 거기서 희열을 느낀다.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주승이만큼은 좀 오버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란, 생모, 두 여자 모두에게서 버림받은 주승이지 않나."
MBC '하얀 거짓말'서 실감나는 자폐아 연기로 화제.."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김태현은 MBC 아침극 '하얀 거짓말'에서 주인공 형우 역을 맡아 실감나는 자폐아 연기로 화제를 모았다. 2001년 MBC 공채 30기로 데뷔 후 수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한 김태현이지만 그는 '하얀 거짓말'을 통해서 비로소 대중에게 각인됐다. 김태현은 하지만 형우를 빨리 벗어나길 바랐다.
"SBS에서도 첫 작품이고, 배우들도 모두 처음이었다. 주변에서 '천사의 유혹'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이 말렸다. 굳이 그렇게 빨리 악역으로 변신할 필요가 있냐고들 했다. 그런데 '하얀 거짓말'이 끝났을 때 "이제 형우 같은 역할만 들어올 거다"란 말을 주변에서 많이 하더라. 그런 소리들이 듣기 싫었다. 악역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하얀 거짓말'로 얼굴을 알리기는 했지만 이미지 변신으로 딱히 위험부담을 느낄만한 인지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김태현은 "극이 끝나기 전부터 천천히 캐릭터를 보내는 연습을 한다"며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형우를 빨리 보내느냐고 하는데. 가지고 있으면 나 혼자만 힘들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김순옥 작가는 천재..빨려 들어가고 있다"
'천사의 유혹'은 '아내의 유혹' 김순옥 작가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이 드라마는 빠른 극 전개와 파격적인 설정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시청률 또한 20%에 육박하며 밤 9시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하지만 '김순옥 표' 빠른 극 전개는 배우들에게도 쉽지 많은 않을 터.
"연기하면서 생각의 여지가 있는 공백 있는 연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천사의 유혹' 은 알다시피 전개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초반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사실 6,7회 분량까지는 뭐하는지 모르고 촬영했다(웃음)."
하지만 김태현은 이미 김순옥 작가에 푹 빠진 듯 했다. 그는 '천재'라는 말로 김작가를 표현했다.
"천재인 것 같다. 한마디로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배우의 장점을 살리는 게 능하시다. 또 굉장히 예리하시다. 강약조절에 있어 선생님만의 능력이 있다. 대본 자체가 너무 재밌다. 배우들도 빨려가는 것 같다."
자폐아 연기를 했던 '하얀 거짓말'에서 김태현은 자칫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도 공을 들였다. 형우의 손 떨림은 그 '디테일'의 산물이다. 김태현은 '천사의 유혹'에서도 그러한 디테일을 살리고 있다. 가령 대본에는 어깨를 팔로 감싸는 걸로 설정돼 있지만 그는 늘 아란의 손을 잡고 다닌다. 그리고 대본의 '당신'이란 표현을 '아란'이란 표현으로 바꿨다. 그게 실제 연인사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평범하지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배우가 되고 싶다. 이범수 선배님의 어떤 캐릭터라도 소화해 내는 능력과 차승원 선배님의 유쾌함, 상쾌함, 이병헌 선배님의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아우르는 배우가 꿈이다. 하지만 어려울 것 같다. 하하.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 카메오로 잠깐 나올지라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제게는 앞서 언급한 선배들이 될 수 없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다. 그래서 연기를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더 큰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더 디테일한 부분에 집중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병헌 선배는 나의 꿈..연기 못한다는 소리 죽기보다 듣기 싫어"
김태현이 사소한 것 하나라도 집중하는 것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성악가 출신인 어머니는 늘 그에게 배우로서 자세를 강조한다고 한다. 어머니는 늘 김태현에게 당당하라고 주문했다.
"어머니는 내 인생의 선생님이다. 모든 걸 어머니에게 배웠다. 어머니는 늘 말씀 하신다 '굽실거리지 마라','배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 '연기를 잘하면 다른 것은 따라 오게 돼있다'고 아침에 출근하는 아들에게 늘 말씀하신다."
김태현은 "어머니가 늘 '배우는 배우답게 살라'고 말씀 하신다"며 "절대 돈에 연연하지 말라고 늘 말하시고는 한다. 하지만 지쳐 들어오는 아들을 보고 걱정도 많이 하신다. 밤늦게 축 쳐져서 집에 온다고 어머니가 붙여주신 제 별명이 '좀비'"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에게 '배우 김태현'의 꿈을 물었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이병헌 선배는 제 꿈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자세, 배우로서의 아우라 등, 제가 이병헌 선배에게 느끼는 이 모든 감정들을 배우의 길을 가려는 젊은 친구들이 저를 봤을 때도 느낄 수 있게 책임감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연기 못한다는 소리가 죽기보다 듣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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