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 PD "시즌2? 비담전 이라면"②

김겨울 기자  |  2009.12.23 08:54


-미실(고현정 분) 사후에 시청률이 뚝 떨어졌다. '미실의 저주'라고 불릴 정도로 갑자기 10% 가까이 추락했는데, 실패 요인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 일단 드라마는 대립과 갈등이 축이라고 생각한다. 미실은 너무도 강력한 대립 축이었는데 사라지니 적군과의 경쟁이 없고 싱겁고 재미도 없었던 것 같다. 미실이란 인물을 만드는데 40부를 썼는데 새 대립자를 만드는데 10부 정도로 하려 하니 어려웠지 않나 싶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초반 기획의도대로 삼한 통일까지 갔다면 더 재밌었을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은 작가도 나도 아쉽다.

-KBS 드라마 '아이리스'처럼 시즌 2를 만들 계획은 없나?

▶ 속단하기 힘들다. 덕만으로 하기는 의미가 없다. 벌써 죽었지 않나. 다른 인물로 하면 가능할 것 같다. 특히 삼한통일을 이루기 전에 삼국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넣으면 그 자체가 흥미로울 것 같다. 연개소문, 계백 등 역사 속 훌륭한 인물이 많지 않나. 아니면 비담전, 미실전은 재밌겠다.

-드라마가 용병술을 잘 썼다는 느낌이다. 전반부 인물이 나갔다가 후반부 인물이 투입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중간에 투입된 인물이 제 역할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 운이 좋았다. 시놉시스는 있지만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중간에 투입된 연기자가 잘 따라와줬다. 염종 같은 경우 비담이 나쁜 일을 할 때 수하 정도에 머물렀지만 비담이 복잡해지며 롤이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잘 했다.

-멜로가 아쉽게 그려졌다는 말이 많다. 꼭 덕만 비담 유신 말고도 미실 설원(전노민 분) 세종(독고영재 분)도 있고 다양한 라인이 있지 않았나.

▶ 메인 방향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그리려고 노력했다. 사실 죽방(이문식 분), 소화(서영희 분), 칠숙(안길강 분)으로만 극을 이끌어도 한 회는 채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간 중간 유혹도 느꼈지만 메인 방향이 상처받지 않는 선에서 그려 멜로 라인을 일부러 약하게 한 면도 없지 않다. 덕만의 경우도 개인적 욕심 보다는 왕으로서 정치를 위해 희생하는 부분을 중요하게 잡았다.

-제작진이 생각하는 멜로 라인을 약하게 하면서까지 강조하고 싶었던 메인 방향이란 것이 무엇인가.

▶ 처음에 작가가 덕만과 미실의 인재싸움이라고 설명했다. 비밀병기, 최종병기 등이 등장하고 인재를 취하고 얻는 과정에서 롤플레잉 게임으로 되는 것이다. 플레이어가 있고, 그들이 각각 캐릭터가 살아있고, 그 캐릭터가 입체적이라 성장하는 이야기도 담는 것이다. 삼국지나 수호지를 예를 들면 되겠다. 삼한 통일까지 그려졌으면 의자왕이나 연개소문, 계백도 플레이어로 동참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지 못했던 말을 해준다면.

▶ 미술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삼국유사라는 것이 설화집에 가까운 기록인데 그걸 기본으로 최선을 다해준 미술팀 덕분에 빠듯하게 찍는 과정에서도 퀄리티 있게 보였던 것 같다.

MBC '선덕여왕'의 연출자 박홍균PD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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