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서울 여의도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최명길의 기품은 유난히도 빛을 발했다.
최명길은 이날 채시라 등과 함께 여자 최우수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2TV 미니시리즈 '미워도 다시한번'에서는 세련된 여성CEO로 분해 농익은 연기력을 과시했으며, 최근 종영된 '천하무적 이평강'에 출연해 극의 무게 중심을 더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최명길의 수상을 응원했다.
최명길의 호연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날 시상식에서 최명길이 빛난 이유는 배우로서 시상식에 임하는 그의 마음 씀씀이다. 이날 최명길은 여자 최우수상 후보임과 동시에 시상자로 나섰다. 사실 관례로 볼 때 지난해 수상자인 김지수가 이 자리에 서야 한다. 하지만 김지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이 자리에는 김지수가 아닌 최명길이 서 있었다.
시상자로 나선 최명길은 "여자 최우수 후보인데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 자리에 상을 받으러 온 게 아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상을 받는 동료들을 축하해 주기 위해 나왔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최명길의 여자 최우수상 수상은 불발됐다. 하지만 최명길은 트로피를 손에 쥔 모습보다 더 값지고, 멋진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줬다.
동시간대 방송된 2009 SBS 연기대상시상식에서 전년도 대상 수상자인 문근영이 대상시상을 위해 시상식장에 참석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더욱이 지난 29일 열린 MBC연기대상시상식에서 전년도 대상수상자인 김명민과 송승헌이 공동으로 불참해 빈축을 산 직후라 이들의 공백은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KBS 관계자에 따르면 김지수와 김혜자는 사전에 불참을 통보하기는 했다. 김지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불참을, 김혜자는 매년 계획된 유니세프 봉사활동의 일환인 아프리카 출국을 위해 불참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유는 분명하지만 이들의 불참 통보가 반갑지 않은 건 사실이다.
지난 2008년 MBC 연기대상 시상식을 떠올려보라. 2007년도 대상 수상자인 배우 배용준은 이날 자신의 뒤를 이어 대상을 수상할 배우들을 위해 목발을 짚고 무대 위에 올랐다. 사실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날 드라마 '아이리스'로 대상을 수상한 이병헌에게 탁재훈은 "내년에도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을 받으러 오시지만 말고, 내년에는 상을 주시러 꼭 나와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고, 이병헌은 흔쾌히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내년 시상식 참석을 약속했다. 김혜자와 김지수가 시상자로 참석하지 않은 것을 눈여겨 본 시청자라면 이 대목에서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을 것이다.
'무관'의 최명길이 이날 보여준 모습이 당연하지만 더욱 값지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상의 기쁨도 크지만, 동료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 역시 기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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