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에 700만 열광 5가지 이유

김관명 기자  |  2010.01.07 08:11

'아바타'의 힘은 뭘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사진)가 전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북미지역에선 12월18일 개봉한 '아바타'는 1월5일까지 전세계에서 10억9000만달러를 벌어들여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12월17일 개봉한 한국에서도 6일까지 705만명을 불러모았다.

'아바타'의 국내 외화 신기록 경신은 이제 시간문제다. 1위인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743만7600명)과 2위 '트랜스포머'(743만4000명)를 젖히는 것은 물론 전인미답의 800만, 나아가 1000만 관객 동원도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질 않는다. 흥행속도(700만 21일)도 '트랜스포머2'(700만 26일)보다 훨씬 빠르다.

그러면 한국의 700만 관객은 왜 '아바타'에 열광했을까.

영화를 본 많은 팬들은 우선 최소 3억~5억달러의 제작비를 쏟아 부어 완성한 디지털 3D 영상의 힘을 꼽는다. 주인공 제이크가 외계 익룡 이크란을 타는 장면을 비롯해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관객 눈을 사로잡은 그 3D의 힘. 미국 언론에서는 '3D 영상 혁명'이라고까지 불렀다. 국내에서도 아이맥스 3D로 관람한 관객이 많다. 네이버 영화 평점 게시판에는 이를 입증하는 수많은 관람평이 줄을 잇는다. "3만2000원 내고 와이프랑 3D 아이맥스로 봤다. 돈이 안 아깝다." "'혁명'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 충분한 영화다."

여기에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화려한 볼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CG의 힘이다. 키가 3미터에 달하는 퍼런색의 외계 나비족을 비롯해 더 괴상한 외계 조류와 파충류, 양서류들, 이를 공격하는 지구인들의 엄청난 크기의 전투비행단 등이 CG를 통해 관객 마음을 빼앗는다. 네티즌들의 평은 이렇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 CG를 가장 자연스럽게 실사처럼 표현한 영화다." "거대 동물, 그리고 허공에 떠있는 하늘섬, 이 모든 것이 실제인 양 영화속에서 움직인다."

친환경론, 제3세계 침탈 비판론적인 영화적 메시지도 보너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보여진, 만물에는 영이 깃들어 있다는 일본 특유의 애니미즘이 '아바타' 전편을 휘감는다. 이를 휴머니즘 입장에서 공격하는 지구인들은 다름 아닌 '세계평화'를 내세우며 제3세계를 공격하는 미국에 대한 조롱에 다름 아니다. 미국 보수주의 세력이 '아바타'에 발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인(외계 나비족) 대 악인(지구인)의 대결'이라는 다소 뻔한 스토리를 메운 감독의 연출력을 꼽는 관객도 많다. 사실 '아바타'는 로맨스, 액션, 스릴러 등 장르주의 영화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작품이다. 한마디로 팔릴 만한 요소는 한가득 실었다는 것. 물론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나를 따르라"는 식의 소영웅주의도 영화 막판에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수많은 '식상한 재료'들을 2시간40분 동안 밀고 나가면서 버무린 것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연출력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많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미 '아일랜드'나 '매트릭스', 아니면 역대 국내 박스오피스 1위인 '괴물'에서 확인한 잘 만든 SF의 힘이다. 달리 말하면 과학적, 기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빚어낸 판타지의 힘. 여기에 한이나 서정이 깃든 경우 한국에선 유독 더 성공했다. '아일랜드'에선 정신과 육체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인간복제의 아픔이, '매트릭스'에선 여기 존재하는 내가 진짜 내가 아닌 존재론적 슬픔이 짙게 스며 있었다. '괴물' 역시 본의 아니게 한강 독극물을 먹고 괴물이 된 불쌍한 양서류 이야기에 다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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