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조선시대판 야마카시가 아름답다

김관명 기자  |  2010.02.11 08:28

KBS 인기사극 '추노'가 현대 야마카시(프리러닝)를 연상케 하는 현란한 몸놀림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야마카시는 맨 몸으로 도시의 건물이나 다리, 벽 등을 오르거나 뛰어넘는 행동을 통해 인간의 몸과 정신을 극한으로 탐구하는 행위. 1980년대 9명의 프랑스 청년들이 자신을 야마카시라고 지칭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국내에도 동호회가 많다. 야마카시는 아프리카 콩고에서 쓰이는 링갈라어로 '강한 정신', '강한 육체',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프리러닝(Free Running), 파크루(Parkour) 등으로 불리며 한때 국내에도 이를 소재로 한 CF가 여러 편 등장하기도 했다.

현재 '추노'에서 야마카시를 가장 눈에 띄게 잘하는 주인공들은 역시 대길패 3인방(대길-최장군-왕손이). 지난 10일 제11화에서 이들 3인방이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회상신이 나왔는데, 이때 골목길 지형지물을 기막히게 활용한 야마카시가 감탄을 자아냈다. 왕손이(김지석)가 대길(장혁)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중 오른쪽 건물 벽을 발로 찬 후 그 반동을 이용, 왼쪽 낮은 담벼락을 마치 서커스처럼 미끄러지듯 넘은 게 대표적인 장면.

이밖에도 '추노'는 지금까지 제법 많은 야마카시를 선보였다. 대길패가 도망 노비를 협박, 돈을 뜯어내는 에피소드에서도 건물의 좁은 틈새를 몸을 누인 채 쏜살같이 파고드는 장면도 여럿 선보였다. 때로는 엎드린 스켈레톤처럼, 때로는 누운 루지처럼. 날래기로는 3명 중 최고인 왕손이가 식은 죽 먹기처럼 선보인 초가지붕 뛰어넘기(사진)도 반동과 탄력을 이용한 야마카시로 비춰진다.

'추노'가 유난히 사람 많은 골목길에서 추격신을 자주 펼치는 것도 이러한 야마카시를 선보이기 위한 착점으로 보인다. 어쨌든 '옹박'에서 토니 자가 선보인 환상의 골목 추격신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 기존 판타지 무협사극이 중력의 법칙을 아예 무시한 채 제 키보다 훨씬 높은 담벼락을 훌쩍 뛰어넘는 '황당함'과는 다르다.

'추노'의 야마카시는 근접전에서도 빛을 발했다. 초반 송태하(오지호)와 대길의 갈대밭 1대1 검투신에서 처음엔 송태하의 긴 칼에 밀리던 대길이 짧은 칼로 바꾼 후 적극적인 근접전을 펼치면서 승기를 잡은 것. 대길은 송태하의 큰 몸 동작을 일종의 지형지물로 활용, 그 탄력과 반동으로 송태하 몸에 바싹 다가가 빈 곳을 공략했다. 이 재주가 가능한 것은 송태하나 최장군이 교본과 정식 훈련을 통해 무예를 닦은 반면, 대길은 본인이 토로했듯 '좁은 길거리에서' 실전을 통해 익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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