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는 춘래불사춘, 외화는 명작 풍성 왜?

전형화 기자  |  2010.02.19 14:27


춘래불사춘(春來不事春),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 요즘 한국영화 상황에 걸맞은 표현이다.

최근 극장가에는 '의형제'가 300만명을 동원하고 '하모니'와 '평행이론'이 뒤를 받치는 등 한국영화가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봄바람이 불면 한국영화가 깊은 침묵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해 벌써부터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반면 외화들은 명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영화팬이라면 손꼽아 기다리던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이런 광경은 왜 이러진 것일까?

일단 2월부터 4월까지 한국영화 개봉작들은 열 손가락을 꼽기 힘들다. 3월에는 감우성 주연의 '무법자', 유지태 윤진서 주연의 '비밀애', 나문희 주연의 '육혈포 강도단' 등에 불과하다. 4월 개봉작 역시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폭풍전야' '베스트셀러' '집나온 남자들' 등에 불과하다.

지난해 3~4월에 한국영화가 17편이 개봉했으며, 2008년과 2007년 각각 18편과 17편이 개봉한 데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한국영화 라인업이 이처럼 줄어든 데는 이 기간이 정통적인 비수기인데다 제작편수가 급감한 게 가장 큰 이유다. 3,4월은 개학과 중간고사 등으로 관객이 가장 적은 시기이다. 때문에 개봉작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1년여 동안 개봉을 못한 이른바 창고영화들이 이 시기에 개봉을 많이 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개봉편수가 적은 탓에 스크린을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에 비해 창고영화도 적다. 2006년 당시 만들어졌던 창고영화들이 이미 2008~2009년 대부분 개봉했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와 10억원 미만 영화로 영화 제작 경향이 바뀐 것도 일조한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극장성수기인 5월부터 8월, 또는 추석과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개봉을 맞춘다. 10억원 미만 영화들은 연중 극장을 잡기가 어렵다.

30억원 안팎의 영화 제작이 줄어든 탓에 개봉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에 비해 외화들은 기대작이 몰려있다. 숀 펜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긴 '밀크'를 비롯해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힘을 합친 '러블리 본즈', 올 아카데미 시상식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허트 로커' 등이 이달 개봉한다. 실제 외계인 납치사건을 담은 '포스카인드'도 이달 25일 관객을 만난다.

뿐만 아니라 팀 버튼의 상상력이 드러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우리가 꿈꾸는 기적:인틱터스', 조지 클루니 주연의 '인디 에어', 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예언자',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 뱀파이어 영화 '데이 브레이커스' 등은 3월 극장가를 수놓는다. 미국에서 '아바타'를 꺾은 '디어존'도 3월 개봉한다.

'아바타' 샘 워싱턴이 출연하는 '타이탄'과 '아이언맨2'는 4월 개봉한다.

외화 기대작들이 이 기간 몰린 것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 3월에 열리는 탓이 크다. 아카데미 특수는 사라졌지만 마케팅 효과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영화 개봉편수가 줄어든 탓도 크다.

걸작 외화라 하더라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닌 한 관객이 크게 몰리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해 초 수입한 '밀크'가 올해 개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극장에서는 한국영화 개봉작이 없으면 외화를 틀어야 하는 게 당연지사다. 올 봄 유달리 외화 개봉이 눈에 띄는 것은 한국영화가 그만큼 개봉작이 없기 때문에 생긴 착시현상이기도 하다.

한 영화제작자는 "관객이 갈수록 블록버스터에 몰리는 성향이 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중급 영화 제작이 급감했다. 올해는 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아바타'가 '괴물'을 제치고 역대 흥행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요즘, 한국영화 는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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