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미디의 큰 별이 졌다. 시대를 풍미한 한국 코미디의 산증인 배삼룡(본명 배창순)이 23일 새벽 2시11분 타계했다. 향년 84세.
배삼룡의 측근은 이날 새벽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에 "배삼룡 씨가 입원 중 인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운명을 달리했다"고 전했다. (스타뉴스 단독 보도)
2007년 흡인성 폐렴으로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그는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이날 새벽 2시 결국 숨을 거뒀다. 공식 사망원인은 패혈증으로 기록됐다.
1926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7년 춘천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41년 도쿄 니치보쓰 중학교를 졸업했다. 해방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1946년 악극단 '민협'에 입단하며 코미디 연기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1969년 MBC TV 개국과 함께 코미디언으로 정식 데뷔했고, 그 직후부터 코미디언 톱스타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당시 그가 구봉서 등과 함께 출연한 '웃으면 복이와요'는 안방극장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1970년대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으로 불리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한 그는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 고 서영춘과 함께 코미디 남성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바보 연기는 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고, 이는 이주일, 심형래 등으로 이어지며 사랑받는 바보 코미디언의 계보를 이어갔다.
영화 출연도 활발하게 했다. 1965년 영화 '상해 55번지'에 단역으로 출연한 배삼룡은 이후 1966년 '요절복통 007'에 주연으로 출연한 것을 비롯해 '애처일기', '의처소동', '형사 배삼룡', '출세작전' 등 14편에 이르는 영화에 출연했다.
그의 코미디 활동이 늘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위기도 있었다. 고인은 1980년 음료업체 삼룡사와의 도산과 함께 그의 코미디를 '저질'로 치부한 신군부로부터 방송 출연 정지 처분을 받아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3년 뒤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했고, 그 이후에도 변함없는 코미디 열정을 불태웠다.
드라마 '내 마음 별과 같이'를 비롯해 MBC '웃으면 복이와요'와 '웃는세상 좋은 세상', KBS '코미디 하이웨이' 등에 연이어 출연했으며, 각종 악극쇼에도 출연해 웃음을 안겼다. 이같은 그를 두고 MBC는 2001년 코미디언 부문 MBC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며 최고의 경의를 표했고, 2003년에는 제 10회 대한민국 연예대술대상 문화훈장이 수훈되기도 했다.
코미디계의 큰 어른으로 자리를 지키던 그는 2007년 6월부터 지병인 흡인성 폐렴으로 서울 아산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당대를 풍미한 최고의 코미디언이었지만 오랜 투병생활은 그에게 큰 경제적 고통을 안겼다. 지난해 12월 병원 측이 특실 입원료 등 밀린 진료비 1억3000여만원을 지불하라는 소송을 내면서 그의 어려운 사정이 세상에 알려졌다.
후배 코미디언들도 대선배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연말 MBC 설 특집 프로그램 '추억의 코미디 왕들의 귀환'에 출연한 김국진 김용만 이영자 서경석 이윤석 남희석 조혜련 등 20여명의 개그맨들은 출연료 전부를 고인에게 전달하며 쾌유를 기원했다. 유재석과 김용만은 남몰래 5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측은 2000만원 가까이를 모금해 전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열린 제 1회 대한민국 희극인의 날 행사에서도 고인에 대한 응원이 이어졌다. 고인은 구봉서, 송해와 함께 '자랑스러운 스승님 상'을 받았다. 투병 관계로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동료 및 후배 개그맨들은 한 목소리로 배삼룡의 쾌유를 기원했다.
그러나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한국 코미디의 거목은 끝내 눈을 감았다. 대한민국 희극계의 큰 별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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