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를 포기한다면 다른 사람은 더 그러리라 생각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병을 낫게 해주고 싶었다. 유명한 병원이라는 병원은 다 찾아 다녔고, 의사의 소개를 받아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자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도 3차례. 안쓰러워 눈물로 흘렸다. 단 한 번의 수술로 끝나는 병이 아니다. 자기면역질환이라는 불치병. 수술밖에는 생명연장의 방법이 없다. 수술을 한다고 완치가 되는 건 아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도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도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있다. 내 바람은 더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만이라도 건강을 유지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배우 류태준(39)의 말이다. 류태준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아이'는 누구일까. 애견 '탱이'다. 탱이는 류태준이 키우고 있는 비숑프리제 종으로 태어난 지 1년 6개월이 된 강아지다.
류태준이 최근 SBS 집단토크쇼 '강심장'에 출연해 탱이와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제 탱이는 류태준보다 더 유명한 개가 됐다. 사람들은 탱이를 류태준의 애견이라 칭하지만, 류태준은 탱이를 가족이라고 말한다. 류태준과 그의 가족 탱이를 만났다. 스타가 소개하는 가족이야기, '스가소'다.
"탱이가 몸이 정상이 아니라서 예민하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탱이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마치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 같다고 할까. 류태준은 "나에게 탱이는 펫이 아닌 가족이다. 생활의 활력소며, 인생에 있어 즐거움이다"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가 출연한 드라마 '8월에 내리는 눈', '워킹맘', '녹색마차', '황진이', 영화 '걸스카우트' 등에서 보여준 세련되거나, 냉철하거나, 도회적인 느낌이 아닌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친구 같고, 연인 같은 모습의 그다. 세심하고 따뜻한, 때론 눈물도 흘릴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남자였다.
"어릴 적 아버지가 목장을 하셨다. 젖소도 있었고 강아지도 많이 키웠다. 어릴 적부터 동물은 나의 친구 같은 존재다. 성인이 되어서 독립하고 혼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강아지를 키우게 됐다. 현재 나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는 탱이뿐이 아니다. 두기(마르티즈)라는 친구가 또 있다. 두기는 나와 함께 산 지 7년째다."
류태준이 처음 탱이를 입양하게 된 이유는 두기를 위해서였다. 그는 "두기가 혼자 있으니까 너무 외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두기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어서 입양을 결정했다. 그래서 탱이를 새 식구로 맞았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두기가 혼자는 아니었다. 두기 친구인 또 다른 애견이 있었다. 이 애견은밤낮을 가리지 않고 너무 심하게 짖어댔다.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고, 심지어 "공인이면 다냐"는 뼈아픈 시선까지 받았다. 이사도 결심했지만, 주민들은 이삿날도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동체생활을 하는 이상은 감내해야하는 일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입양.
"이웃들은 더 이상 짖을 수 없도록 성대수술을 시키길 바랐다. 하지만 내가 함께 살고 싶다고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친한 후배에게 입양을 보냈다. 지금도 너무 보고 싶어서 캠코더로 촬영해 놓았던 모습을 보면서 그리워하곤 한다. 후배와 연락이 닿지 않아서 영영 만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뼈아픈 이별, 그 슬픔이 너무나 컸다."
탱이를 입양할 때도 난관은 있었다. 류태준의 남다른 애견사랑에 주위의 만류가 심했다. 심사숙고 끝에 탱이의 입양을 결정했기에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만약에 못 고치면 버림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너무 힘든 일이 될 것이 뻔했다.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낫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해야하기 때문에 내가 만약에 손을 놓는다면 다른 분이 입양을 하더라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탱이의 불치병을 알게 된 것은 입양한 지 한 달 여 지났을 때. 탱이의 눈 주위가 곪아 들어갔고, 피고름이 났다. 정확한 병명을 몰라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한 끝에 병명을 알게 됐다. 그리고 실명을 막기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는 눈 앞트임 수술과 쌍꺼풀 수술이었다.
류태준은 "자칫 미용을 위한 성형을 했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까봐 우려된다. 나는 강아지를 가족처럼 키우고 계신 분들과 똑같은 한 명일 뿐이다"고 말했다.
탱이에 대해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애정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물론 7년째 동고동락하는 두기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아픈 탱이만 챙기는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에서 상담도 받았다.
"아무래도 아픈 아이에게 마음이 쓰였다. 어느 날은 두기가 혈변을 눠서 병원에 갔더니 우울증 비슷하게 스트레스가 왔다고 했다. 이후에는 각별하게 주의하고 있다. 두기와 탱이 둘 다 모두 사랑한다."
류태준은 "이 아이들은 내게 평생의 반려자이자 친구이자 가족이다. 일하다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도 이 아이들이 꼬리를 치고 놀아달라고 달려들면 모두 싹 가신다"고 말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개의 평균 수명은 대략 12~20년 정도. 류태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사실 나보다 먼저 두기와 탱이가 세상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있는 동안 아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각별하게 신경쓴다. 하루일과는 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산책이다. 사람과 똑같다. 건강을 통한 체력유지가 필수다. 음식도 되도록이면 좋은 것을 먹이려고 노력한다. 해외 촬영이 있거나 지방 촬영이 있어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한다면 애견호텔을 이용한다. 호텔로 내가 직접 가서 보고 정말 강아지를 사랑하는지 교감을 나눠본 뒤 결정한다. 내가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다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동물과 너무 친하게 지내면 결혼이 늦어진다고들 말한다. 지난해 말 방송을 통해 당당하게 9년간 결혼을 전제로 교제중인 여자친구의 존재를 밝힌 바 있는 그의 경우는 어떨까. "두기와 탱이가 나의 결혼시기에 대해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그다.
지난해 말 종영된 SBS 아침 일일극 '녹색마차' 이후 차기작을 신중하고 검토 중인 류태준은 조만간 새로운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올 예정이다.
류태준은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달리 편안하고 친숙한 모습으로 더 많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