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은 여전했다. 칸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은 뒤에도 여전히 시니컬했고 솔직했다. 오기와 위트도 그대로였다. '하녀'는 임상수를 닮았다. '하녀'가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그런 임상수 감독을 칸이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15일 오후1시(현지시간) 프랑스 칸에 위치한 레지던스 호텔 정원에서 임상수 감독, 전도연,윤여정,이정재 등 '하녀'팀과 국내 취재진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14일 갈라스크리닝에서 박수갈채를 받은 여운이 그대로 남은 자리였다.
임상수 감독은 전날에 대한 소감을 묻자 "도연씨는 경험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거 할만한데요'라고 했더니 '할만 하죠'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에 전도연은 임 감독의 어깨를 두드리며 "할만하죠가 아니라 나쁘지 않죠라고 했잖아요"라며 정정했다.
"감개가 무량했죠"라는 윤여정은 이정재를 가리키며 "이 친구는 여러 번 온 것처럼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 하더라구요"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이정재는 "부산영화제처럼은 안되더라"며 머리를 긁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칸에 돌아온 전도연에 자연스럽게 쏠렸다. 전도연은 "처음 왔을 때는 사람들은 안보이고 웅성웅성 소리만 들렸는데 이번에는 어디 서야할지도 알겠고 사람도 보이더라"며 "작은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웃을 때 얼굴이 떨렸어요"라고 손을 내저었다.
윤여정은 전도연의 이 같은 말에 "티에르 프레모 칸집행위원장이 전도연에게 '웰컴 백'이라고 하더라. 자연스러웠죠"라며 즐거워했다.
임상수 감독은 즐거워하면서도 전날 기자회견 때처럼 특유의 강한 어조로 답했다. 그는 "아티스트는 격려로 먹고 살지 않냐"며 "한국에선 격려에 약간 굶주렸는데 여기 왔더니 많이 해주는 것 같아요"고 했다.
임상수 감독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칸에 자주 오는 감독 대신 오게 돼 약간 고소했다"고 말한 데 대해 "파리에서 영화를 진행하다가 엎어졌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칸에 왔다. 그 제작자들에 고소하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특정 감독을 지칭한 것 같다는 질문에는 "저도 곧 칸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요"라며 되물었다.
이어 그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 중 40%는 상을 타지 않나"면서 "당연히 본상 수상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상을 타면 놀라겠지만 깜짝 놀라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설사 이번에 상을 타지 못한다고 해도 기회는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오만하게 비출 수도 있는 표현이다. 이에 윤여정은 "아유,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겸손하게 하라구"라면서 "우리 감독님은 '안티'를 불러요"라고 손을 내저었다. 전도연도 "(감독님이)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면서 "사실 이렇게 이야기해도 소심하고 여리세요"라며 웃었다.
이야기는 이내 여배우들의 레드카펫으로 옮겨갔다. 윤여정은 "도연이는 협찬이 많이 들어오지만 저는 늙었다고 잘 안들어와요"라면서 "이 이야기는 꼭 써주세요"라고 말해 좌중을 또 한 번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칸 소개책자에 상반신 노출사진이 소개돼 화제를 모은 이정재는 "이런 영화가 아닌데 그렇게 보일까 걱정됐다"면서 "저만 상반신이 나와서 도연씨에게 미안하죠"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이어 그는 "'하녀'가 제 대표작이 될 것 같다"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에 임상수 감독이 "이정재는 이번에 와서 진짜 다시 한 번 오고 싶단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곁에 있던 전도연은 "그러면 이번에는 가짜인가요"라고 되물어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이번에는 사람들이 알아보더라"면서도 "이렇게 다시 찾았지만 언제 어떤 작품으로 다시 올지 모르죠. 그래도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작품을 할 것 같아요"라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칸의 날씨는 유쾌한 간담회 분위기만큼 청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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