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진행됐던 프랑스 칸 영화제,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 중에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해서 하하하 웃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듣고 영화 제목 ‘하.하.하’처럼 진짜 하.하.하 유쾌하게 웃을 사람이 떠올랐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유준상이다.
내가 만난 유준상은 그런 사람이었다. 진짜 글자 소리 그대로 하.하.하 웃는 사람 말이다. 가끔씩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자로 나왔던 그는 대기실에서 제작진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눌 때마다 늘 유쾌했다.
뭐, 당연히 유쾌해야하는 게 아니냐? 반문하실 분들이 계실 거 같아서 말하겠다. 연예인이란 직업 자체가 화면에서 늘 웃는 모습,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직업 아닌가! 그 때문에 방송에 비춰지는 모습만 보고 실제 생활도 그럴 것이다,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사실 그 이면에서는 까칠하거나 조용하거나 우울한 사람들이 꽤 있다는 말씀.
하지만, 몇 번 만난 유준상은 늘 언제나 하하하 웃는 그런 사람이었다. 제작진들이 그 날 녹화에 대해 이런 저런 설명을 하면서 얘기를 주고받을 때, 자신 의견을 말하고는 진짜로 하하하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잠깐 재연해보면 이런 느낌이다.
‘유준상씨, 000에 대해서는...?’
‘그건 말이죠, 어쩌구 저쩌구랍니다... 하.하.하’
‘그럼, ***는 어떻게...?’
‘아하, 그거요. 그건 삐리리리리리죠... 하.하.하’
‘오늘 녹화 잘 부탁드릴게요’
‘아, 제가 잘 부탁해야죠. 하.하.하’
대화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 이렇다는 얘기다. 그러니 ‘유준상’이란 배우를 떠올리면 ‘하하하’ 유쾌하게 웃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밖에. 이런 그는 인생을 사는 자세도 유쾌한 거 같다. 이번 칸 영화제에 참석한 그의 뒷얘기를 들어보면 말이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10년 전쯤인 30대 초반에 그냥 프랑스 여행을 왔었다고 한다. 미술을 좋아한다는 그는 파리를 시작으로 해서, 니스까지 와서 유명한 그림 박물관을 다 둘러봤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칸이 어디인지를 물었다. 그들은 니스와 칸은 30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라고 대답해줬다. 유준상은 칸 영화제로 유명한 그곳에 꼭 한 번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이유는 ‘이렇게 관광으로는 가지 않으리라. 언젠가 꼭 칸 영화제에 배우로서 참석하리라’ 하는 다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만에 드디어 칸에 당당히 입성했다. 때문인지 이번 칸 영화제에 참석한 의미는 더욱 더 남달랐단다.
이 얘기를 들어보면 어떤가. 참으로 긍적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10년 전만 해도 유준상, 그는 뮤지컬이 아닌 영화, 드라마에서는 정말 신인이었다. 그런 입장에서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일들(예를 들어 드라마 배역하나 따내기 등)만 보고 발 동동 구르며 아등바등 하는 게 당연한데, 앞으로 잘 될 거다, 라는 꿈을 가졌으니까. 길고 긴 앞날을 바라보며 목표를 확실히 가지고 있었으니까. ‘꿈은 이루어진다’ 이 말이 그에게는 단순히 그럴듯한 표어가 아닌 ‘진짜’였다 이 말이다.
10년 전 꿈을 이루며 드디어 칸에 입성한 그가 이번엔 어떤 꿈을 품고 다시 돌아왔을지 모르지만, 분명 뭔가 있겠지 싶다. 그리고 언젠가 이루어지면 이번처럼 고백하지 않을까. 역시나 하.하.하 웃으며 말이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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