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 데이즈'에서 "넌 묵비권을 행사할 수 없고 변호사를 불러도 소용없다"며 미란다 원칙을 단박에 비꼰 형사 박희순, '영화는 영화다'에서 허장성세 영화감독의 못난 전형을 제대로 보여준 고창석('의형제'에서 빵 터진 베트남 갱단 두목도 바로 그였다), 그리고 '7급 공무원' '시크릿'의 류승룡, '국가대표'의 조진웅..관객은 이들을 신 스틸러라 부른다.
이제 한 명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오는 6월3일 개봉하는 '방자전'(감독 김대우)의 송새벽이다.
사실 '방자전' 홍보 팸플릿에 보면 주인공 방자 역의 김주혁, 춘향 역의 조여정, 몽룡 역의 류승범 정도만이 '자세하게' 인물소개 돼 있다. 전작은 어떻고, 캐릭터는 어떻고. 아, 전설의 호색한 영감 역의 오달수도 있다. 그러나 변학도 역의 송새벽은 그야말로 이름 석 자만 팸플릿 귀퉁이에 적혀 있다. 25일 언론배급 시사회에선 무대인사 '자격'(?)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방자전'이 개봉하면 아시겠지만 이 송새벽의 파워, 포스, 그리고 빵 터트리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코믹연기의 달인 오달수야 김대우 감독의 전작 '음란서생'에서 이미 확인한 호색한 캐릭터까지 다시 얻었으니 두 말할 나위 없지만, 영화 중후반 돼서야 나오는 변학도 캐릭터는 '방자전'이 내세우는 최고의 신 스틸러, '깜놀' 히든 카드임에 틀림없다.
극단 연우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송새벽은 이런 캐릭터를 확실히 살게 한 주인공이다. 조곤조곤, 수줍은 듯, 소심한 듯, 어눌하게 말을 꺼내놓지만 한번 뒤틀리면 물불 안 가리는 영락없는 '범생형' 싸이코의 눈빛이, 필설로 옮길 수 없는 그 말투가 송새벽에게선 살아있다. 순둥이처럼 대하던 춘향과 방자에게 느닷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그 모습에선 '넘버3'의 재떨이 이미지가 딱이다. 사석에선 그렇게나 점잖은 그 배우인가 싶을 정도로.
그런데 알고보면 송새벽은 진작 빛난 충무로 기대주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어리바리 원빈이 살인 혐의로 경찰서에 붙잡혀 왔을 때, 속사포 랩 수사실력을 과시하면서 세팍타크로 발차기 솜씨를 선보인 형사가 바로 송새벽이었으니까. 원빈 입에 사과를 물리고 발로 휘둘러 찬 그 장면은 순식간이었지만 워낙 강했다. 물론 사건을 수사하는 의경들을 향해 "요즘 애들, 'CSI' 봐서 되게 샤프해요"라는 촌철살인 대사를 날린 것도 그다.
송새벽은 여느 신 스틸러가 그렇지만 다음 행보가 훨씬 기대되는 배우다. 이미 권혁재 감독의 '해결사'와 윤제균 감독의 3D영화 '제7광구'에 캐스팅됐다. 그야말로 감독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다. 송새벽, 어서, 어떤 캐릭터를 들고라도 와라. 관객은 준비가 다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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