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차 ' 이승환 "마지막이라 생각..열정 더했다"(인터뷰)

길혜성 기자  |  2010.05.27 10:15
이승환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길다면 긴 21년의 시간. 그 기간, 음악 한 길만은 걸어온 이승환이지만 이번 앨범에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90년대에는 새 음반을 냈다 하면,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하지만 2000년 중반 이후 음악팬들의 가요 소비 방식이 오프라인 음반에서 온라인 음원 중심으로 급격히 변하며, 그 역시 적지 않은 허탈감에 젖었다.

하지만 고집만은 남다른 그이기에, 이런 상황에도 이승환만의 방식으로 맞서기로 했다. 더 많은 물량과 공을 들여, 정규 앨범을 만들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체인 정규 10집 '드리마이저'(Dreamizer)는 지난 26일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나저러나 음반은 잘 팔리지 않는 시대니 오히려 제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만을 위해서라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결정했죠. 이런 생각으로, 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에요. 마지막이란 말은, 앞으로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해 앨범을 만드는 게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승환은 히튼 트랙까지 포함, 총 14곡이 담긴 이번 앨범 수록곡 대부분의 작업을 미국에서 최고의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했다.

타이틀곡 '반의 반' 등의 믹싱은 고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와 '배드'를 작업했던 세계적 엔지니어 움베르토 가티카가 했다. 켈리 클락슨, 본 조비 등의 음반에 참여했던 제프 로스차일드 역시 이번 앨범 믹싱 작업에 나섰다. 에리브릴 라빈 등의 앨범에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던 필 엑스도 '드리마이저' 음반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이승환은 음반이 제대로 대접 받지 못하는 우리 가요계의 상황에 역행이라도 하듯, 막대한 물량과 공을 들여 최고의 스태프들과 함께 정규 10집을 완성했다.

이승환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마스터링 작업을 무려 4번이나 했죠. 보통은 1번하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음반을 다 만들고 나니, 한 번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이번에는 정말 다른 때보다 더 열정을 가지고, 모든 부분을 꼼꼼하게 작업 했어요. 완성 후 저만의 아쉬움이 들었던 것도, 모든 파트가 다 기억에 남기 때문이죠. 하하."

음악에 관한 한 고집스런 이승환이지만 한 가지만은 양보했다. 바로 타이틀곡을 록이 아닌 발라드로 정한 것이다.

이승환이 작사하고 후배 뮤지션 정지찬이 작사한 '반의 반'은 이승환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천일동안'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발라드다.

이승환은 "사실 '반의 반' 말고는 거의 록이죠"라며 "저는 록을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었지만, 모니터 결과 '반의 반'에 대한 주위의 반응이 좋아 이 부분만은 주변의 뜻을 따르기로 했죠"라고 미소 지었다.

나이가 들며 점점 물욕이 없어지고, 사회 참여에도 관심이 많아진다는 이승환은 자신의 21년 음악 인생을 돌아보며 "행운아였다"라는 말도 곁들였다.

"많이들 좋게 봐줬고, 별 굴곡 없이 살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또 후배 뮤지션들과 교류도 자주 하는데, 이 점에서 40대 가수 중 저는 저만의 역할은 하고 있다는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들국화 선배님들을 보고 음악을 시작했던 것처럼,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로 기억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죠. 제 음악을 듣고 음악을 하게 됐다는 후배가 생긴다면 얼마나 보람 있겠어요?"

이번 앨범에 윤도현 정지찬 그리고 히든 트랙에 유희열까지 참여한데서도, 이승환이 후배들과 잦은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탤런트 서우와 박신혜 역시 이번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 이승환에 힘을 실었다.

많은 부분에서 여유 있어졌고 욕심이 없어진 듯한 모습의 이승환. 하지만 그는 역시 천상 뮤지션이자 가수다. 음악과 노래에 관해서만큼은, 이번 앨범 타이틀처럼 여전히 꿈을 갖고 있으니.

이승환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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