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이 어느 날 고백했다. 촌수로 1촌인 진짜 엄마 말고, 연예계에서 엄마 같은 사람이 바로 김C라고. 무뚝뚝한 외모와 달리 김C는 정말로 따뜻한 사람이라고 했다. 어찌나 모성애(?)가 강한지 ‘1박2일’의 멤버들을 세심하게 다 챙겨준다고도 했다.
그런 김C가 ‘1박2일’에서 어제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하차를 고했다. 매주 1박2일을 떠다는 가족여행에서 더 이상 ‘엄마’ 김C를 볼 수 없다. 시청자도 아쉬운데, 함께 동거동락했던 1박2일 가족들을 얼마나 아쉬울까 싶다.
표정은 늘 무표정이고,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늘 한 가지 표정을 짓고 있는 그가 ‘엄마’같다는 얘기에 ‘글쎄~’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그런데, 방송 제작진들이 아는 김C 역시 진짜 따뜻하고 진솔한 사람이라는 거다.
일단 김C 하면 늘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난 김C는 그랬다. 그를 처음 본 건 2003년 가을, 당시 '야심만만'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 때였다. 고정MC였던 김제동이 김C라는 가수 형이 있는데 방송출연을 한 번도 안했지만, 진짜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소개를 듣고, 게스트로 초대했다. 그것이 김C의 첫 방송 데뷔였다.
녹화날 김C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이름만큼 외모도 참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약간은 어리숙한 모습으로 인사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그렇게 첫 녹화를 하고 첫방송이 나갔다. 그런데 정작 김C 본인은 첫방송이 이미 방송했는지도 모르는 채 버스를 탔는데, 그를 보고 버스 기사 아저씨가 놀라서 순간 버스를 덜컹하고 멈추더란다. 승객들 역시 여기저기 손가락질하며 ‘어제 방송에 나왔던 사람이야’라고 웅성거리고 말이다. 그만큼 그의 첫방송 효과는 파급적이었다. 가식이 없는 솔직함이 방송에선 너무도 신선하고 재미있었으니까.
그 후로 그의 인기는 급상승했다. 여기저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더니 최고의 인기였던 ‘1박2일’까지... 그를 모시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하지만, 그 몇 년 동안 그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생애 첫방송 녹화를 하러 왔던 2003년이나 지금이나 말이다. 사람이 인기가 생기면 약간은 거만해지게 마련인데도 말이다.
몇 년 전 겨울이었다. 후배 작가가 다리가 부러져 발에 깁스를 하고 몇 달 지낸 적이 있었다. 그 후배, 양쪽 손을 모두 목발을 잡아야하니 평소 다른 사람들이 가방 들어주고, 문 열어주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밖에서 방송국 로비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날따라 함께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없어서 어찌할 바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저~ 멀리, 로비 카페에 앉아있던 김C가 쌩~하며 달려와 문을 열어주고 부축해주더란다.
후배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시 로비엔 개떼같이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심지어 그 주변에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더란다. 하지만, 김C가 있던 카페는 문과 대각선상에 있어서 족히 100미터는 됐을 법한데, 그 멀리서 후배를 보고 달려왔다니 너무나 감동이었다. (당시 김C와 후배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언니 너무 감동해서 진짜 잘 생겨보이더라고... 크크크...’ 하던 그녀, 몇 달 후 우연히 게스트로 출연한 김C를 만났다. 그녀가 너무 쑥스러워 하길래 대신 얘기했다. 이 후배가 그 때 너무 감동했고, 감사했노라고 말이다. 그 때 김C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무나 민망한 표정으로 ‘아~ 그게 뭐가 고마운 거예요. 깁스한 사람 문 열어주는 건 너무 당연한 거지.’ 했던.
그렇다. 김C는 그럼 사람이다. 백번을 웃어도 가식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늘 한결처럼 무뚝뚝해보여도 저 멀리 불편한 누군가의 모습까지도 세심하게 살피는 따뜻한 사람 말이다. 마치 엄마처럼. ‘1박2일’에서도 엄마, 김C의 부재가 당분간 꽤 허전할 듯하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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