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히트가요 제목, 공손하거나 튀거나

전소영 기자  |  2010.06.18 15:48

신곡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단연 제목이다. 그 제목을 보고 신곡을 내 놓은 가수의 이번 콘셉트와 노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상반기 가요 팬들은 유난히 튀고, 재밌는 노래 제목 덕분에 즐거웠다.

◆ 헤어질 때도 '미워요' 한마디로, 촌스럽지만 담백한

상반기에 사랑받았던 가요 제목에는 유난히 '-요'라 끝나는 노래들이 많았다. 이제 갓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당장에 헤어지는 순간까지를 담고 있는 가요들의 제목은 참으로 공손(?)했다.

가인과 조권의 듀엣곡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라는 노래 제목은 이 둘이 실제로 연인일지도 모른다는 팬들의 의심을 더욱 사게 했다.

윤하의 발라드곡 '오늘 헤어졌어요'는 마치 음악을 듣는 이로 하여금 통보를 받는 듯한 느낌을 심어 주어 감정적으로 더 와 닿게 했다.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의 OST곡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는 드라마 속 내용만큼이나 애절한 노래 제목과 백지영의 음색이 잘 어울렸다.

동요 '나처럼 해봐요'를 샘플링한 2NE1 '날 따라 해봐요'는 2NE1만의 장난과 재치가 섞여 있는 곡이며 그것이 노래 제목에 적절히 녹여 들어가 있다.

정인의 '미워요'는 제목에서 복고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가사를 조용히 들어보고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은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밖에도 백지영과 마이티마우스가 부른 '사랑이 올까요', 디셈버의 '돌아올 순 없나요', 서인영의 '사랑하면 안되나요'등이 올 상반기 가요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 튀는 제목의 노래가 귀에 쏙쏙

상반기에 사랑 받은 노래들의 공통점은 제목이 모두 '튄다'는 점이었다.

아이돌 그룹인 유키스의 '만만하니'는 무대 퍼포먼스만큼이나 중독성 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아의 '술 한 잔 해요'는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는 말이기는 하나 그 동안 노래 제목으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2AM의 '죽어도 못 보내'는 이별의 순간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노래 제목이며, 이것이 2AM 멤버들과 같은 20대 초반의 연령대 남녀들에게 잘 어울렸다.

씨야의 '그 놈 목소리'는 동명의 영화가 있기는 하지만 여성그룹의 노래치고는 노골적인 노래 제목.

아이돌이 대세인 가요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서영은의 곡 '이 거지같은 말'이라는 제목도 튄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애절한 발라드 곡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제목만으로도 달콤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린의 '자기야 여보야 사랑아'는 다소 유치한 듯 하지만 재미있다.

◆ 영어를 이용한 이색 노래 제목

영어에서 쓰이는 단어들을 이용한 노래 제목들도 눈에 띄었다. 티아라 '보핍보핍(Bo peep bo peep)'은 멤버들의 애교 섞인 안무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노래에서는 '뽀삐 뽀삐'로 발음한 덕분에 한 화장지 브랜드에서 홍보효과를 보았다고 해 티아라에게 답례로 50팩의 화장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영어 의성어를 딴 노래 제목도 눈에 띈다. 애프터스쿨의 '뱅'과 이효리의 '치티 치티 뱅뱅'이 그 예다. '뱅'은 '꽝 하고 닫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치티 치티 뱅뱅'은 차의 경적소리를 뜻하며 한 마디로 '비켜'란 의미를 갖는다.

f(x)의 '츄~♡'와 'NU 예삐오' 역시 독특한 제목의 노래. 특히 'NU 예삐오'는 뉴(new)라는 말과 혈액형 ABO가 결합된 제목으로 눈길을 잡는다.

원더걸스의 신곡 '2DT'는 '2 Different Tears'의 약자다. 노래 가사를 들어보면 그럴 듯한 노래제목이지만 제목만을 봤을 때는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하다. 포미닛의 'HUH' 역시 'Hit your Heart'의 약자로 '허'가 아닌 '하'로 읽힌다.

이런 현상에 대해 강태규 평론가는 "빠른 시간 내에 대중들 사로잡아야 하는 현 가요 시장에서 튀는 제목은 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튀고 다양한 노래 제목만큼이나 2010 가요계는 대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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