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이름 홍명보(42). 홍명보를 빼고 대한민국 축구의 수비를 논할 수 있을까. 여기서 홍명보의 이력을 나열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만큼 홍명보는 한국 수비 그 자체였다. 어떤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는 침착성, 수비라인을 조절하는 능력은 지금까지도 견줄 만한 선수가 없다.
대학교 때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했으며 총 4번의 월드컵에 참여했다. 그의 별명 '리베로'는 이탈리아어로 '자유인'이라는 뜻이다. 축구에서는 수비수면서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는 선수를 가리킨다. 실제로 홍명보는 월드컵에서 두 골이라는 적지 않은 골을 기록했다. 그의 대포알 같은 슈팅은 우리 공격이 막혀 있을 때 물꼬를 트는 역할까지 감당했다.
그 밖에 선수들을 아우르는 리더십과 강한 멘탈 등은 우리 대표 팀에 꼭 필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세계 올스타에 여러 번 선정 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공인된 수비수 홍명보. 항상 수비불안에 시달리는 우리 대표팀으로서는 홍명보 같은 센터백의 부재는 너무 아쉽다.
송종국(32)의 이름을 여기서 언급하는 것이 온당한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2002년의 기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송종국은 이영표와 더불어 역대 최고의 윙백이었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강한 몸싸움과 악착같은 수비, 상대 압박 속에서도 침착하게 볼을 간수하고 빼내는 기술, 질풍같이 상대 뒷 공간을 향해 공격해 들어가는 오버래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찬탄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2002년 월드컵 이 후 네덜란드 피예노르트로 이적했고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잦은 부상과 감독과의 소통 문제로 진통을 겪다 국내 복귀 후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필요한 것은 오른 쪽이 약한 대표 팀 수비의 특성 탓이다. 아르헨티나 전에서 보여준 윙백의 중요성은 재차 말 할 필요가 없다. 특히 패싱게임 위주의 조직력이 좋은 팀을 상대할 때면 송종국 부재는 뼈아프다. 전성기의 기량을 잃었지만 전성기의 송종국은 정말 대단한 윙백이었다.
과연 유상철(40)을 수비수에 넣는 것이 맞는 것이냐를 한참 고민했다. 그만큼 유상철은 공격과 수비를 넘나드는 플레이어였다. 센터백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모두 경험해 본 선수는 많지 않다. 이도 저도 아니라서가 아니라 이것 저것을 모두 잘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골로만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부 팬들과는 달리 그는 어떤 팀에서도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꼭 필요한 선수로 각인됐다.
그에게 가장 적합한 포지션은 아무래도 수비형 미드필더다. 공격 가담 능력이 탁월하지만 강한 피지컬과 스태미너를 기반으로 한 수비에 더 강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제대로 된 홀딩(수비형 미드필더)의 교과서로 마스체라노가 있다. 그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의 플레이를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만약 유상철이 있었다면 중원에서 어떤 결과가 벌어졌을지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꼽은 스타는 최진철(40)이다. 사실 최진철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다. 자랑할 만한 커리어도 국가대표 경력도 그리 길지 않다. 그는 프로팀도 전북 현대 한 팀에서만 뛰었다. 하지만 그는 포백 개념에서의 센터 백에 가장 근접한 플레이어로 평가 받는다.
세계적인 센터 백 존 테리를 떠올려보자. 강한 제공권, 빠르진 않지만 상대 공격의 맥을 짚어내는 커버 플레이. 최진철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포르투갈, 스페인, 등 세계 최고의 공격진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펼친 선수였다. 만약 지금 대표 팀에 최진철과 같은 수비력과 공격 시 헤딩 가담 능력까지 갖춘 선수가 존재한다면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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