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청순가련은 내가 싫어..답답했다"(인터뷰)

MBC 수목특별기획 '로드 넘버원'의 김하늘

김현록 기자  |  2010.07.22 16:57
배우 김하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홍봉진 기자 honggga@

'하늘하늘' 김하늘(32)이란 수식어는 더이상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라도 멜로물의 청순가련 여주인공으로 분할 그녀지만, 바람이 훅 불면 휩쓸려 날아갈 것 같던, 여리고 가냘픈 배우 김하늘이란 고정관념은 이제 옛 말. 운동으로 탄탄해진 몸매 탓만은 아니다. 그녀가 1998년 '바이준'으로 데뷔한 뒤 출연한 작품만 20여 편. '온에어'를 지나 '7급 공무원'을 거쳐 오면서 김하늘은 당차고 아름다운 현대 여성의 대표 아이콘이 됐다.

한창 방송중인 MBC '로드 넘버원'은 강인하고 당당한 김하늘의 면면을 확인할 기회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온 몸으로 살아내면서도 그에 당당히 맞서는 여주인공 김수연은 스타일 아이콘으로서의 김하늘에 반(反)할지언정,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용기있게 사랑하는 배우 김하늘의 캐릭터와 훌륭하게 부합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진심을 다해 선택하고 연기한 작품이 시청률이란 수치를 떠나 기대만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 뿐. 김하늘은 "끝까지 볼수록 더 매력적"이라며 넘치는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작품을 직접 보니 정말 고생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고생했다는 게 빈말이 아니었다. 특히 남자 배우들 나오는 장면은 처음 보는 게 많다. 정말 고생 많았겠다 하면서 본다.

-김하늘의 모습 또한 익숙하지 않다. 피를 흘리고, 고문 당하고… 연기하기도 새로웠겠다.

▶그걸 재밌다고 표현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새로운 모습과 환경 같은 게 굉장히 좋았다. 저는 첫 촬영이 시체를 뒤져서 미숫가루를 찾아 먹는, 쓰러져 죽기 일보 직전을 그리는 거였다. 태어나 받아본 적이 없는 분장을 받는데, 분장하신 분은 '괜찮을까' 걱정을 하셨나 보다. 저는 '바로 이거야!' '어쩜 이렇게 리얼하게 그리세요' 하면서 신나게 분장을 받았다.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웃음)

-대중에게 인기 높은 스타일 아이콘으로서, 예쁘게 나오는 걸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배우로서 빛나고 싶었던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풀 메이크업을 하고 미모를 뽐내는 것도 멋지지만 그건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는 거지 않나. 저는 배우다. 화면 안에서 모습이 가장 중요하고, 거기서 빛나는 게 중요하다. 그 빛은 외모가 잘 꾸며졌을 때가 아니라 인물에 잘 녹아나 있을 때 나온다고 생각했다. 전혀 두렵거나, 뭔가를 포기한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나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했고.

-'온에어', '7급 공무원'에서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연기한 뒤라 완전히 다른 모습에 욕심이 났을 법도 하다.

▶그 영향이 없지는 않다. 제가 다음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전작이 굉장히 중요하다. 전 작품이 있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선택한다고 할 만큼.

배우 김하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홍봉진 기자 honggga@

-초반에 나온 모유수유 장면은 베드신보다 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화제를 모은다는 게 재미있었다. 저는 그 장면이 모성애 가득하게 예쁘게 나와서 좋았다. 그게 더 화제가 됐던 건 이미 예고에서 노출이 많이 됐기 때문일 거다. 예고편이 임팩트가 세서 저도 놀랐을 정도였는데, 딱 그만큼이어서가 아닐까.

-기대가 컸던 작품일 텐데, 시청률은 다소 저조하다.

▶시청률은 좀 아쉽다. 애정과 자부심은 그 어떤 작품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너무 처절하게 고생했으니까 봐 주세요'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애정을 갖고 연기한 캐릭터와 그 감정, 느낌을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길 바랐던 거다. 그게 저 뿐만 아니라 함께한 모든 사람의 같은 마음이었다. 공감도 얻고, 이야기도 나누고, 소통하길 원했다. 이를테면 숫자로 나오는 수치를 떠나서 공감을 바랐던 거다.

-드라마는 갈수록 짜임새있어 진다는 느낌이다.

▶저한테는 정말 특별한 드라마고. 그 특별함은 보면 볼수록 느껴질 것 같다. 저도 회가 거듭될 수록 더 재밌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라 저는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촬영에 들어가지 않았나. 이미 탄탄하지만 아마 끝까지 탄탄한 이야기를 이어갈 거다. 끝까지 보시면 더 매력을 느끼실 거다. 거기서 오는 공감을 받고 싶다.

-언젠가부터 김하늘을 보면서 '하늘하늘'하다는 예전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다. 훨씬 건강해지고 당당해진 느낌이다.

▶운동 많이 하고 있다. 예전보다는 살도 좀 쪘고.

-청순가련에서 벗어나려고 의도적인 노력을 한 건가?

▶시대가 바뀌면서 저도 바뀌는 것 같다. 그때는 그게 트렌드였다고 해야 되나? 그런데 그건 제가 싫다. 못하겠다. 막 센 건 싫지만 그렇다고 나약한 건 더 싫었던 것 같다. 변하지 않았다면 그런 캐릭터에 갇혀 있었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게 스스로 답답했다.

-덕분에 김하늘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도 넓어졌다.

▶이젠 그런 캐릭터가 아예 없다. 정말 TV에 그런 캐릭터가 어디 있나. 시대에 맞춰서 스스로 변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큰 결심을 하고 의도했다기보다는, 좋은 작품들을 만나고 시야가 넓어지면서 '운때'가 그렇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 그러면서 지금의 제가 온 거고.

-그래서인가. 김하늘에게는 기대고 상담받고 싶은 언니 같은 느낌도 있다.

▶실제로 사랑이나 연애에 대해 상담을 많이 해준다. 친한 친구들은 더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힘들었던 이야기를 할 땐, 거의 악역이 돼서 이성적으로 딱 잘라 말해주곤 한다. 그래야 다시 실수하고 넘어지지 않고, 판단이 설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까.

-본인이 힘들 땐 누구에게 기대나.

▶일단은 엄마한테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제게 상담했던 그 친구들에게 똑같이 이야기를 하고 기댄다. 중학교 때부터 이제 20년 가까이 함께 지내는 친구들이 있다. 제가 굉장히 친구를 챙기는 스타일인데, 친구들이 제게 고맙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친구들이 있어서 너무 고맙다. 늘 변함없는 친구들을 만났을 때 그 쾌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게 또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배우 김하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홍봉진 기자 honggga@

-김하늘도 변하지 않는 구석이 있다. 흥미로웠던 게 수년 전도, 지금도 늘 목표가 같더라. 쭉 연기하고 싶다는 것.

▶맞다. 생각해 보면 제가 참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배우관도 마찬가지고. 만약 '아 내가 뭘 하고 싶지?' 곰곰이 생각하고 뭐든 염두에 두고 산다면 뭔가 굉장히 많을 거다. 하지만 나는 시야를 넓게 갖고 작품을 선택하지만, 일단 앞에 있는 걸 보고 차근차근 해 나가자는 주의다. 그 안에서 생각하고 더 찾아가는 게 제게는 더 쉽다.

다른 걸 생각하고 있으면 작품 만나기가 쉽지 않다. 제게 주어진 데 욕심을 갖고 차근차근 하다 보면 언젠가 제가 마음 속으로 그려왔던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제서야 '아 내가 원하던 게 이거였어' 하고 느끼게 된다. '로드 넘버원'도 그랬다.

-벌써 김하늘도 13년차 배우에 거쳐온 작품만 20편이 됐다. 가장 본인과 가깝다고 느낀 작품 속 캐릭터가 있다면?

▶자주 말하는게 '로망스'의 채원 선생님이다. 정말 저 같아서 연기하는 게 쉬웠다. 하지만 따져보면 스무편 모든 작품에 제 성격이 담긴 것 같다. 분명히 내 모습이 묻어난다. '

-'로드 넘버원'의 수연이는 어떤가.

▶수연이라는 인물 자체를 본다면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깊이와 넓이가 있다. 남녀간의 사랑에서만이 아니라 감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인간을 사랑하고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그 깊이와 넓이를 감히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얘는 대체 왜 이러나. 나는 안 그런데' 했던 순간은 없었다. 정말 그랬다.

-사랑에 대해서라면?

▶성격을 이야기하자면 더 비슷할 수 있다. 솔직하고 용기있게 사랑하고 노력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장우가 따져보면 소작인 아들 아닌가. 그런데도 내가 사랑한다면 부끄럽지 않다고, 내가 맞다고 생각한다면 맞다고 생각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건 비슷한 것 같다. 나 이상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도 마찬가지고.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나?

▶하고 싶다. 그런데 이제 와 하고싶다는 게 아니고, 결혼은 20대 때부터 하고 싶었다. 심지어 20대 초반부터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대로인 거다. 어쩌겠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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