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韓영화 5년연속 경쟁부문 외면..왜?

김현록 기자  |  2010.07.29 21:40

한국영화가 5년째 경쟁부문 진출에 실패했다. 29일(현지시간) 오전 제 6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공식부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영화제 사무국 측이 발표한 올해의 경쟁부문 초청작 라인업에는 앞서 오리종티(호라이즌) 부문 폐막작으로 선정된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 김선 김곡 감독의 '방독피' 외에 다른 한국 영화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한국영화의 베니스 경쟁부문 진출은 지난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명맥이 끊겼다. 그러나 그 전까지 베니스 영화제는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한국영화제와 가장 깊은 인연을 자랑했다.

한국은 1987년 제 4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에 출연한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한국영화가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12년 뒤, 1999년 열린 제 56회 영화제에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경쟁부문에 초청돼 높은 관심을 얻었다. 노출과 새디즘-마조히즘 묘사 논란으로 국내에서는 당시 상영조차 하지 못했던 '거짓말'은 베니스를 통해 활로를 열었다.

이 때부터 한국영화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7년 연속 메인 경쟁부문 진출작을 배출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0년 57회에는 김기덕 감독의 '섬'이 경쟁부문에 진출해 주목받았다. 이후 김기덕 감독은 2001년 '수취인 불명'으로 2년 연속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각광받았다.

2002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2003년에는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 2004년에는 김기덕 감독의 '빈 집'과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이 경쟁부문에 연이어 진출했다. 2005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그 뒤를 이었다.

수상 성과도 이어졌다. 2001년 송일곤 감독의 '꽃섬'은 '현재의 영화'라는 또 다른 경쟁부문에 초청돼 젊은 평론가 및 언론인들의 모임 ARCA가 주최하는 관객들이 뽑은 데뷔 감독상을 받았다.

2002년 '오아시스'는 뇌성마비 장애인 역할로 열연을 펼친 문소리에게 신인연기상을, 이창동 감독에게 특별 감독상의 영예를 안겼다. 그 해 홍콩 트루프 챈 감독이 연출한 합작영화 '화장실 어디예요'는 '현재의 영화'가 이름을 바꾼 '업스트림' 부문에 초청돼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2004년부터는 한국영화의 주요부문 상 수상이 이어졌다. 2004년 김기덕 감독의 '빈집'이 경쟁 부문에 진출해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수상했고,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젊은 사자상, 베스트베이션상, 미래영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국영화의 베니스 진출기는 다소 주춤하다. 경쟁부문 진출작은 올해까지 5년째 사라졌다. 그간 베니스 영화제는 상대적으로 한국 영화 대신 중국 영화에 애정을 쏟는 것으로 아시아영화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 올해 오우삼 감독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고 회고전을 갖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우성이 출연한 '검우강호'는 오우삼 감독의 연출작으로 올해 베니스에 간다.

베니스의 이같은 한국영화 외면에는 베니스에 가느니 칸에 가겠다는 뜻을 번번이 밝혀 왔던 한국영화에 대한 섭섭함도 숨어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몇년간 한국 감독들이 연출한 주요 영화들은 가을에 열리는 베니스의 초청을 거절하고 여름을 앞두고 상반기인 5월에 개막하는 칸 영화제를 선택한 바 있다. 실제로 베니스 영화제 한국영화 진출작이 뜸해진 사이 한국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조명을 받았다.

제 6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1일부터 11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열리며 미국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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