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제한상영가..영등위 고무줄 잣대?①

전형화 기자  |  2010.08.04 18:02

오는 11일 개봉 예정이었던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개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4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관계자는 "악마를 보았다'가 인간의 존엄성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악마를 보았다'는 지난달 27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재심의를 신청했지만 또 다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는 '악마를 보았다'가 도입부에 시신 일부를 바구니에 던지는 장면, 인육을 먹고 개에게 주는 장면, 절단된 신체를 냉장고에 넣어두는 장면 등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현저히 훼손시킨다고 판단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악마를 보았다' 제작사 측은 감독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편집해 다시 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작사 의도와는 별개로 이번 영등위의 판정이 적절했는지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영등위가 제한상영가 이유로 밝힌 문제의 장면 등은 이미 국내 정식 개봉된 여러 영화들에서 표현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인육 먹는 여인이 등장했으며, 개가 인육을 먹는다는 부분도 '왓치맨' 등에서 묘사된 바 있다. 사체 절단 장면 같은 경우 '아저씨'에도 비슷한 장면이 등장한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일반 극장에서 관객과 만났다.

'악마를 보았다'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것은 최근 영등위의 심의 잣대가 한층 보수적으로 변한 가운데 이뤄진 일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영등위는 2008년 동성애를 소재로 한 '앤티크'에 15세를, 딸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아이를 낳아 삼대를 구성한다는 설정인 '과속스캔들'에 12세 관람가 판정을 내리면서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09년부터 보다 엄격해진 기준을 적용하면서 '작전' '인터내셔널' '친구사이' 등 다양한 영화들이 공개적으로 등급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등급에 대한 영화계의 불만이 고조되자 영등위는 지난 3월 정책법률자문단을 발족하고 현재 등급분류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다.

제한상영가는 영화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2008년 1월1일부터 2010년 7월30일까지 등급을 받은 1278편의 영화 중 제한상영가를 받은 영화는 국내영화 3편, 외국영화 9편이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국내 현실상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사실상 개봉이 불가능하다. 헌법재판소가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지만 영등위는 아직까지 제한상영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는 5일로 예정된 기자 시사회를 우선 11일로 연기했다. 영등위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내린다면 12일 개봉이 가능하지만 또 다시 제한상영가를 결정한다면 개봉이 뒤로 밀리게 된다.

물론 김지운 감독이 처음 의도한 영화와는 다른 버전일 수밖에 없다. 온전한 김지운표 '악마를 보았다'는 9월 열리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나 볼 수 있다. 스페셜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감독의 창작력을 온전히 담은 영화를 국내에서는 볼 수 없고 외국에서 밖에 볼 수 없는 현실, 2010년 대한민국 영화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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