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넘버원' 부진이 더 안타까운 이유

김현록 기자  |  2010.08.13 07:18

하반기 최고의 드라마 대작으로 꼽혔던 MBC '로드넘버원'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소지섭 김하늘 윤계상 등 화려한 출연진과 이장수 김진민 등 신뢰받는 연출진이 뭉친 '로드넘버원'은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한국전쟁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높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방송을 시작한 뒤 '로드 넘버원'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반응을 얻고 있다. 두 자릿수 초반으로 시작한 시청률은 오히려 하락해 지난 11일에는 자체최고시청률인 4.9%(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12일에는 이보다 소폭 상승한 5.2%를 기록했다.

40% 시청률을 훌쩍 넘기며 수목극 1위를 이어가고 있는 KBS 2TV '제빵왕 김탁구'와의 차이가 점점 커가는 형국이다. 초반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도 크게 못 미친다.

'로드넘버원'의 부진에 대해 방송가에서는 이런저런 해석이 분분하다.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제작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비교적 적다는 외적인 요인에 주목하기도 하고, 초반의 너무 빠른 전개 등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한계는 분명하다. '로드 넘버원'의 총 제작비 몇 배의 제작비를 한 회에 쏟아 붓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 등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전쟁물에 길들여진 관개들의 눈에는 식상할 터. 전쟁물을 좋아하는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사랑 얘기'라고 폄하당하면서 로맨스에 열광해야 할 여성 시청자들을 '김탁구'에 뺏겨 처지가 더 딱해졌다.

그러나 정작 안타까운 이유는 따로 있다. 이런저런 선입견으로 무시하기에 '로드넘버원'은 매력 있고 미덕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우리 손으로 그린 한국전쟁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는 것 또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시청률이 말하듯 이 절절한 전쟁과 사랑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지켜본 이가 많지 않다. 때문에 뒤늦게 불붙은 드라마의 재미를 이제 와 알아가거나 주인공들의 깊은 감정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와 직접 관련이 없는 방송 관계자들조차 "몇몇 아쉬움을 감안하더라도 4%대 시청률이 나올 작품은 아니다"고 안타까워 할 정도다. 다른 드라마 관계자는 "완성도를 떠나 보던 드라마는 더 보고 안 보던 드라마는 더 안 보는 관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하락한 시청률과 달리 지켜보는 소수 시청자들의 반응에서는 열기까지 느껴진다. 게시판에서도 확인된다. 세 주인공의 비극적인 삼각관계에 대한 깊은 감정 이입, 관객, 우리나라가 만든 우리 전쟁이야기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는 이들이 상당하다.

어디 이뿐이랴. '로드넘버원'은 내용 뿐 아니라 제작 형식에 있어서도 한국 드라마사에 남을 의미를 지녔다. 방송을 못해 표류하다 뒤늦게 전파를 탄 작품을 제외하고, 100% 완성된 대본으로 방송 전 100% 사전제작을 정상적으로 성사시킨 드라마는 이제껏 '로드 넘버원'이 유일하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쪽대본 날림촬영 제작환경에서 '로드넘버원'의 사례는 그 자체만으로도 평가 받을 만하다. 다만 그 의미와 재미를 시청자가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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