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여름 韓영화 자존심 지켰다

임창수 기자  |  2010.08.28 06:50
ⓒ영화 '아저씨'의 포스터

'인셉션'의 돌풍이 몰아친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킨 것은 '아저씨'였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저씨'는 27일부터 28일 오전까지 14만 4484명을 동원, 누적관객 408만 1331명을 기록했다. 올해 개봉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중 처음으로 400만 관객을 돌파한 것.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가운데서는 '의형제'에 이어 2번째다.

이에 '아저씨'는 '친구', '타짜', '추격자'에 이어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흥행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400만 관객 돌파까지 24일이 걸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의형제'와 같은 속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추격자'의 507만 관객 기록 경신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개봉한 '아저씨'는 '인셉션'과 '솔트'가 점령한 여름 극장가에 혜성처럼 등장해 개봉 하루만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 4주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여름 극장가의 한국대표 선수로 할리우드 영화들과 경합을 펼쳤으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600만 이상의 대박 영화가 실종된 여름 극장가를 홀로 지키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간 여름 극장가에서 한국영화가 받아든 성적표는 실로 화려했다. 한국영화는 2005년부터 매년 여름 시즌마다 600만 이상의 대박 영화를 내놓았으며 단 한 번도 외화에 여름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내주지 않고 불패신화를 이어왔다.

2005년에는 '웰컴 투 동막골'(800만 명)이 있었고, 2006년에는 '괴물'(1301만 명)이 있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디워'(842만 명)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68만 명)이 여름 극장을 지켰으며, 2009년에는 '해운대'가 1132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올해는 위축된 영화산업과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부재로 이와 같은 여름 대박 영화가 탄생하지 못했고, 한국영화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외화 '인셉션'에 여름 성수기 최고 흥행작 타이틀을 내주고야 말았다. '인셉션'은 '의형제'의 546만 관객 기록마저도 돌파, 올해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저씨'의 400만 관객 돌파는 올 여름 한국영화가 이룬 가장 큰 성취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추격을 준비하고 있는 '아저씨'는 '인셉션'에 맞서며 5년간 이어온 여름불패 신화를 이어갈 한국영화 최후의 보루로 떠올랐다.

영화 '아저씨'는 범죄조직에 납치된 옆집 소녀를 구하기 위한 특수요원 출신 아저씨의 여정을 그렸다. 주연배우 원빈은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액션연기에 도전, 피와 살이 튀는 격렬한 액션으로 주목받았다.

원빈의 존재는 다소 잔혹한 영화 속 장면들의 부담을 경감시킨 동시에 영화를 쾌감 넘치는 액션 판타지로 만들었다. 영화 속 아저씨는 특수요원답게 짧게 끊어 치는 몇 번의 동작으로 순식간에 상대를 쓰러뜨리며 일당백 포스를 발산해 남성관객을 열광케했고, 원빈의 눈부신 외모에 여성관객들은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줬다.

이제 400만 관객을 돌파한 '아저씨' 앞에는 새로운 도전과제들이 놓여져 있다. 507만 관객의 '추격자'의 기록과 올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 '의형제'의 546만 관객 기록. 그리고 5년간 이어온 한국영화 여름불패 신화를 깬 '인셉션'의 최고 흥행 타이틀이다.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아저씨'의 흥행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봇물을 이룰 추석영화들의 개봉을 앞두고 '아저씨'가 펼칠 마지막 분전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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