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의, 원빈에 의한, 원빈을 위한 영화'
'아저씨'는 그런 영화다. 특수요원 강태식으로 분한 원빈은 '아저씨'의 원톱 주인공으로 그야말로 '원맨쇼'를 보여주며 마침내 400만 관객을 동원, 액션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모두가 '재발견', '변신'이라는 표현으로 원빈의 액션 도전을 반겼으며,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아저씨라는 호칭은 이제 원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됐다. 원빈은 그렇게 그냥 커피가 아닌 티오피가, 그냥 꽃미남이 아닌 꽃짐승이 됐다.
사실 원빈이 액션극 '아저씨'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많은 이의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간 그는 '킬러들의 수다', '태극기 휘날리며', '우리 형', '마더' 등의 영화에서 늘 누군가의 동생, 아들로 관객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역할만을 맡아오지 않았던가. 꽃같은 외모의 그에게 아저씨라는 호칭은 생경스러운 것이었고, 첫 액션 연기 도전에 의문부호가 뒤따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영화 '아저씨' 속 원빈의 모습은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버렸다. 원빈은 진한 남자의 향기를 풍기며 피와 살이 튀는 격렬한 액션을 선보였고, 400만 관객이 그런 그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그에게 꽃미남이라는 호칭을 선물했던 예쁘장한 외모는 다소 잔혹한 영화의 부담을 씻어주는 청량제가 됐다. 장기매매와 아동범죄 등의 설정들이 주는 불편함은 원빈의 존재로 한층 경감됐으며, 덕분에 영화는 짜릿한 액션 판타지로 거듭났다. 리얼하게 그려진 범죄세계는 비현실적 외모의 특수요원 아저씨와 만나 관객에게 특별한 쾌감을 선사했다.
'테이큰'과 '본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일당백 액션 역시 '아저씨'의 매력. 원빈은 영화 내내 쉼 없이 칼과 총, 주먹을 휘두르며 비장미 넘치는 날 액션을 선보였다. 지갑으로 칼을 낚아채고 17:1로 싸워도 끄떡없는 그는 특수요원답게 빠르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람로완(타나용 분)과의 1:1 근접 혈투는 그중에서도 단연 압권. 목을 따고 배에 칼을 박아 넣는 그의 모습은 '아저씨'만의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뜨겁게 완성시켜냈다.
극중 원빈이 던지는 몇 마디 안 되는 대사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니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보고 사는 놈들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나는 오늘만 산다', '나 전당포 한다. 전당포는 금니도 받아준다. 금니만 빼고 모조리 씹어 먹어줄게' 등의 대사는 어딘가 처연한 그의 젖은 눈빛과 어울려 관객들의 감정을 움켜쥐고 뒤흔들었다.
'아저씨'의 성공으로 새로운 액션 스타의 탄생을 알린 원빈. '태극기 휘날리며'로 이미 1000만 관객 동원의 영광을 누린 그는 '아저씨'로 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원톱 주인공으로서의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장동건, 강동원 등에 이어 눈부신 외모 뿐 아니라 흥행성까지 검증을 받은 셈이다.
어느 덧 서른 넷에 당도한 원빈의 다음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400만 고지에 올라선 '아저씨' 앞에 '추격자', '의형제', '인셉션' 등 새로운 극복 과제가 놓여진 가운데, 거침없는 그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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