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이 '숙명' 이후 2년 만에 '무적자'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무려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작.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가을동화'를 통해 한류스타로 거듭난 그는 사실 영화에서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카라' '빙우' '그놈은 멋있었다' 등은 물론이거니와, 군 제대 후 권상우와 함께 출연했던 '숙명'도 흥행에 실패했다.
그간 스크린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그의 도전은 어떤 결과로 그 끝을 맺을까.
6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승헌은 '무적자'에 대해 "주윤발의 쌍권총과 장국영의 모습으로 대표되는 원작의 비주얼적인 면에 드라마를 튼튼히 한 영화"라며 "보신 후에 단순한 리메이크 작은 아니라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조심스레 기대를 내비쳤다.
-'무적자'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2009년 4월 경에 송해성 감독님께서 '무적자' 시나리오를 쓰신다고 하시면서 같이 해보자고 하셔서 믿고 기다렸다. 송해성 감독님과는 첫 영화 '카라'로 만났었는데 당시 감독님도 입봉하신 작품이었다. 10년이 넘어서 다시 만났는데 이제는 저도 그 때의 송승헌도 아니고 감독님도 그 때의 송해성이 아니지 않은가.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같이 하게 됐다.
-원작이 워낙에 유명한 작품인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감독님과 배우들끼리도 '잘해도 본전인 거다'라는 말을 했었다. '영웅본색'은 사실 내 또래 남자들 사이에선 워낙 전설이고 로망 아닌가. '너희가 얼마나 잘하나 두고보자'라는 시선도 많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고 뭔가 새로운, 우리에 맞는 정서를 입하는 것이 감독님에게나 배우들에게나 가장 큰 숙제였다.
-원작과 다른 점은 뭔가.
▶원작에서는 주인공들이 위조지폐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무적자'에서는 북한 특수부대 출신으로 남한에 건너와 무기밀매상을 하는 설정이고, 남한에서 성공하고 싶어하는 인물들로 묘사됐다. 조직원 형과 경찰 동생의 관계를 그린 점은 비슷하지만 한국적인 배경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원작에서 주윤발은 쌍권총이나 성냥개비를 통해 캐릭터를 특징화했다. 캐릭터 구현을 위해 따로 시도한 것이 있나.
▶원작의 팬들은 그런 장면을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리메이크 작품인데 그런 장면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을 거 같고, 정말 놓칠 수 없는 몇몇 장면은 원작에서 따온 부분이 있다. 영춘이 절규하다가 총을 맞는 장면이라거나 복수를 위해서 습격하는 장면, 3년간 헤어졌던 혁과 영춘이 재회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원작보다 나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네 명의 주인공들이 '왜 이렇게 됐나'에 대한 설명을 보다 뚜렷하게 전하는 것 같고, 남자들끼리의 끈끈한 장면에 초점을 맞춰 감독님의 장기이신 드라마적인 부분을 잘 살려냈다고 본다. 그리고 아무래도 2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액션이나 물량적인 면에서도 보다 풍부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올해 남자영화가 많았는데 기존 남자 영화들에 비해 돋보이는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여성관객들에게도 어필 가능할까.
▶각자의 캐릭터들이 잘 산 것 같다. 감독님께서도 캐릭터 분배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셨고 덕분에 각자 캐릭터가 가진 아픔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여성관객 반응은 나도 모르겠다. 남자들끼리의 의리, 목숨까지 바치는 정서를 여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영춘이라는 캐릭터가 초반에는 정말 잘 나가는 행동대장으로 겁 없던 친구인데 극 중반에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망가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감독님께서 '누가 보더라도 3년 만에 등장하는 이영춘의 모습에서 눈물을 쏟았으면 좋겠다'며 '눈을 좀 더 탁하게 만들어오라'고 하시더라. 전작에서 같이 했던 '설경구, 최민식 선배님같은 연기파 배우들은 잘 씻지도 않는다'며 담배도 피고, 술도 먹고, 얼굴도 좀 부어서 오라셨는데 그런 요구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덕분에 햇수로 6년 동안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피우게 됐다. 당시에는 좀 야속하기도 하고 답답해서 따지기도 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고 왜 그런 주문을 하셨는지 알겠더라.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좀 더 망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이 생길 정도로 감독님을 이해하게 됐다.
-송해성 감독과 10여 년 만의 조우인데, 본인은 그동안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나.
▶서른이 되면서 '대체 데뷔해서 20대를 어떻게 보내온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하고 싶은걸 한 건지, 남들이 권하니까 한 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제대 이후 '숙명', '에덴의 동쪽', '무적자'까지 거친 남자 캐릭터를 택하게 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가을동화'나 '여름향기', '그대 그리고 나'의 부드러운 모습으로만 기억해 주시는데 실제 내 모습과 많이 다르기도 하고 이제는 하고 싶은 역할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또 조직원이냐고 팬들의 원망도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다음 작품은 현실과 타협을 해서 로맨틱한 코미디로 정했다. '마이 프린세스'라고 김태희씨와 함께하는 드라마고, 10월 중순부터 촬영하게 될 것 같다.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떤가.
▶보여진 이미지랑은 많이 다르다. 전형적인 B형이라 굉장히 직선적이고, 고집도 세고, 다혈질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고지식한 면도 있고 성격도 급하다. 반면에 잔정이 많고 넓게 많은 사람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친한 사람과는 오래가는 편이다. 사실 과거의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캐릭터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래서 남자다운 거친 캐릭터를 하고 싶었고.
-일본에서 '고스트'라는 작품을 찍었는데.
▶'무적자' 촬영을 마치고 일주일만에 일본으로 가서 '고스트'를 촬영했다. 가서 배운 것이 있다면 시간 개념이다. 일본의 제작 시스템은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서 40~45일이면 영화 하나를 끝내더라. 크랭크 인과 크랭크업 계획도 하루밖에 차이가 안났고,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남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듯했는데 그런 건 우리도 배워야 할 것 같다.
다만 우리 영화 현장에서는 같이 확인해보고 좀 더 정성스럽게 찍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웬만해서 첫 테이크에 끝이 났고, 많이 가야 두세 번이었다. 일본과 한국의 중간 정도면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액션연기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이 있다면.
▶먼저 분해한 총을 조립해서 쏴야하는 대결 장면이 있어서 총을 분해하는 법을 배웠다. 실제 총의 구멍만 막아놓은 것을 가져다가 집에서 많이 가지고 놀았다. 그밖에 직접 보트를 운전하는 장면이 있어서 보트운전도 연습했고 피아노도 배웠다. 피아노 장면은 구박받으며 연습했더니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편집 되어서 감독님이 야속하기도 했다.(웃음)
-해외활동에 대한 생각은.
▶'고스트'에 참여할 때 언어 때문에 한국인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일본 여자를 만나는 설정으로 바꿔주면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었다. 그게 받아들여져서 출연하게 됐는데 막상 하다보니까 언어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됐다. 한국에서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몰입한 상황도 있었고, 컷 소리가 났는데도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적도 있었다. 일본 뿐 아니라 할리우드 작품이라도 준비시간만 주어진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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