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2' 표심으로 드러난 가요계 트렌드3

박영웅 기자  |  2010.10.13 09:46
존박, 장재인, 허각ⓒ류승희 인턴기자

'슈퍼스타K2'의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이 지지하는 '워너비' 스타에게 한 표를 던지고, 결과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시청률도 어느덧 15%를 돌파했고 뜨거운 관심은 곧 우승자를 선정하는 데에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가요의 흐름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듯이 시대가 원하는 가수의 모습도 점차 바뀌어 간다. 식스팩, S라인 등 몸매관리는 아이돌 가수로서 갖춰야할 필수 덕목(?)이 됐다. 또 MR제거 열풍에 춤을 추면서도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야만 하는 요즘 가요계다.

시청자들과 팬들이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슈퍼스타K2'의 생존자들이 현 가요계가 요구하는 가수의 모습은 아닐까. 팬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 이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이 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2'를 통해 가요계 트렌드를 살펴봤다.

◆ '전천후 뮤지션' 싱어송라이터를 꿈꾼다

올해 '슈퍼스타K'는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 등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참가자들이 특히 주목받았다. 앞서 탈락한 김그림을 시작으로 김지수, 강승윤, 장재인까지 모두 싱어송라이터 이미지를 무기로 다른 참가자들과는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선을 그어왔다.

어쿠스틱 음악이 가진 진정성과 연주 실력은 가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기타연주와 독특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장재인은 단 몇 번의 무대로 자신의 음악색을 대중에 확실히 각인시켰고, 강승윤과 김지수도 허스키한 음색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슈퍼스타k' 연습현장

작사, 작곡, 편곡이 가능한 전천후 뮤지션을 바라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9'만 보더라도 상위권에 진입한 5명은 모두 기타 혹은 건반 연주가 가능한 참가자들로 구성돼 있다. '올 라운드 플레이어'를 원하는 대중음악의 한 흐름인 것이다. 실제로 코린 베일리 래, 인디아 아리 등 팝뮤지션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시권 씨는 "전세계적으로 어쿠스틱 음악을 주로 하는 뮤지션들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양한 음악장르가 존재하긴 하지만, 아이돌 중심의 가요계가 던진 기계음들의 소란 때문에 요즘 깨끗한 음색의 어쿠스틱 음악을 다시 찾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뮤지션을 꿈꾸는 많은 이들도 기타를 메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중인 한 관계자는 "'슈퍼스타K'의 큰 인기로 기타를 배우고자 하는 수강생들이 크게 늘었다. 전보다 2배이상 수강생들이 증가했고, 연주와 보컬 강좌를 동시에 수강하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 10.20대 여심 잡기..귀엽거나 젠틀하거나

가요 팬들의 대중적인 코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강승윤은 10대 코드의 전형적인 취향으로 젊은 층의 뜨거운 인기를 얻어왔다. 비록 탈락했지만, 가장 호평을 이끌었던 4라운드는 강승윤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무대. 거만한 표정에서 나오는 패기넘치는 모습과 기타를 멘 모습이 마치 씨엔블루의 정용화를 연상시켰다는 평이다.

팬들이 강승윤을 보며 선호하는 이유는 17살의 어린 청년이 풍기는 순수함과 음악에 대한 열정, 기타 연주, 그리고 보기와는 달리 허스키한 음색이 주는 의외성 등이 귀여운 반항아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세련된 외모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기타 연주를 통한 뮤지션 이미지 메이킹도 한 몫 한 셈이다. 결국 젊은 이미지와 합쳐진 청년 뮤지션 강승윤의 모습에서 10대 여심이 크게 흔들렸다.

강승윤, 장재인, 허 각, 존 박(왼쪽부터)ⓒ류승희 인턴기자

강승윤이 10대 취향이라면, 존 박은 20대 여심을 단단히 사로잡은 케이스다. 큰 키에 젠틀한 무대매너, 그리고 중저음 음색에서 나오는 섹시함까지, 전체적으로 로맨틱한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또 방송을 통해 공개되는 존 박의 다정다감한 모습도 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 가창력이 진리..풋풋한 신인매력도 강점

허각은 노래 잘하는 사람이 가수가 된다는 진리를 다시금 증명한 경우다. 허각의 음색은 소몰이 창법도 아니고 화려한 기교가 들어간 목소리도 아니다. 가을 감성을 타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허각 만의 담백하고 매끈한 보컬과 만나 많은 마니아 팬들을 이끌고 있다.

'리얼리티'라는 친숙한 프로그램의 포맷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화려한 옷차림에 실수 조차 용납하지 않는 연예인들의 완벽한 모습이 아니다. 그냥 보통 사람들이 스타가 되기를 꿈꾸고, 그 안에서 어설픈 실수도 그대로 시청자들에 노출된다. 여기에 눈물나는 노력과 남모를 사연들도 드리워져 젊은 층은 물론, 전 세대들의 공감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가요계 신인들의 철저한(?) 데뷔 무대와는 달리 정감이 있다. 시청자들은 어쩌면 신인다운 신인, 하지만 실력있는 뮤지션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매주 더 많은 이들이 ‘슈퍼스타K’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도전자들에 더 큰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강일권 씨는 “이번 '슈퍼스타K'를 보면서 유독 싱어송라이터가 대세임을 느낀다”며 “이는 대중들이 진정한 뮤지션의 탄생을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성있는 뮤지션을 꿈꾸는 지금 도전자들이 가요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그 장점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풋풋한 매력을 개성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지금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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