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공유와 스크린대결? 서로 눈치보는중"(인터뷰)

임창수 기자  |  2010.11.16 10:13
배우 이선균 ⓒ임성균 기자 tjdrbs23@

'버럭 쉐프' 이선균이 성인 만화가가 되어서 돌아왔다.

MBC 드라마 '파스타'로 선보인 달달한 로맨스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이선균은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했던' 까칠한 차도남(차가운 도시의 남자) 최현욱을 벗고 폭탄머리에 '뒤끝 작렬'인 정배라는 새 옷을 입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절대 마초'였던 최현욱보다는 다소 '쩨쩨한 마초'. "애 아버지가 되고 보니 로맨스물을 많이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으로 '쩨쩨한 로맨스'의 출연을 결정했다.

"사실 최현욱은 강하면서 완벽하고,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인물이었죠. 그에 반해 정배는 인간적인 트라우마도 있고 일도 뜻대로 잘 안 되는 인물이에요. 그런 꾸미지 않은 것 같은 느낌에서 매력을 느꼈고, 애니메이션의 비중도 높아 잘 만들어지면 풍성한 로맨틱 코미디 물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선균은 정배에 대해 "자기 일에 대한 프라이드는 강하지만 동시에 한계를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심적인 여유가 없다보니 쩨쩨해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 언뜻 촬영 초반 예민해지는 자신의 모습과 닮은 것도 같다고.

"사람이 절박해지면 쩨쩨해지기 마련이잖아요? 자기 한계를 알고 있어서 스토리 작가를 구하긴 해야겠고. 그러면서 자기 고집은 있고. 그러다 보니 다림(최강희 분)과 티격태격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이 쩨쩨하게 보이는 거죠. 저요? 저는 쩨쩨하다기보다는 솔직한 편이에요. 그다지 정치적이지 못하고. 싫은 건 얼굴에 다 티가 나고. (최)강희 씨는 이런 절보고 '초딩같다'고 하더라구요.(웃음)"

성인 만화가 역할을 맡은 그는 대학시절 만화방에 들락거리며 라면 면발을 들이키던 '만화광'이었다. 만화 대여점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으면서 요즘에는 많이 챙겨보지 못하고 있다고. 웹툰 만화에서는 특유의 '손 맛'을 느낄 수 없어 아쉽다는 그다.

"5, 6년 전만해도 매일 대여점에 들러서 신간만화를 챙겨서 집에 돌아가곤 했어요. 'H2'나 '터치' 같은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좋아하구요.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 후루야 미노루의 '이나중 탁구부' 같은 것도 재미있게 봤죠. 이현세, 허영만 화백의 만화들은 진작에 다 뗐고. 군대 휴가 때 나와서 '누들누드'를 봤을 때 많이 놀랐던 게 기억나네요. 대사 없이 그림만 가지고 그렇게 상상력을 풀어갈 수 있다는 게 쇼킹하더라구요. 영화에도 일러스트가 많이 사용되는데 학교 후배인 석정현 작가가 제 마음에 쏙 들게 그려줘서 '내가 저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라니' 하고 뿌듯해하기도 했죠.

작화 실력은 뛰어나지만 스토리 짜는데 영 소질이 없는 정배는 극중 다림과 함께 성인 만화 공모전에 도전한다. 두 사람은 만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들을 직접 재연하며 티격태격 미운 정을 쌓아간다. 성인만화이니만큼 '신화 속 새 체위', '아기 코끼리 체위'등 정체불명의 자세들이 가득. 카메라에 비춰질 모습 때문에 나름 '몸 관리'도 해야 했다는 이선균이다.

"사실 요즘에는 워낙 몸을 멋있게 잘 관리하는 남자배우들이 많아서 관리라고 하기도 뭣해요. 워낙에 술을 좋아하기도 해서 막 근육질로 변신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구요. 작품 들어갈 때 급 관리에 들어가게 되는데 음식도 조절하고 술도 끊고 하다보면 초반에 좀 예민해지기도 하죠. 한 번은 제작사 대표님과의 술자리에서 몸 관리 한다고 술을 안 마셨더니 만화가 정배가 몸에 왕(王)자가 있으면 안된다고 걱정하시더라구요. 뭐 그렇다고 초콜릿 복근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구요. 딱 추하지 않을 정도의 몸이에요. 애초에 그게 목표였고. 만화가가 몸이 좋을 이유도 없고.(웃음)"

배우 이선균 ⓒ임성균 기자 tjdrbs23@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최한성은 대중들에게 이선균의 이름 석 자를 알린 기회였다. 특유의 저음으로 수화기에 대고 '바다여행'을 부르는 그 앞에서 여심은 사정없이 무너져 내렸다.

공교롭게도 오는 12월에는 '커피 프린스 1호점'에 그와 함께 출연했던 남자 주인공 공유 또한 영화 '김종욱 찾기'로 3년 만에 복귀한다. 한 여자를 두고 갈등했던 사촌형제는 3년 만에 극장에서 만나 관객들의 선택을 두고 경쟁을 펼치게 됐다.

"공유 씨와 전역하고 보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연락을 못했어요. '파스타' 현장에 공유 씨가 놀러오기도 했었죠. 아무래도 결혼하고 애도 낳고 그러다보니까 예전처럼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김종욱 찾기'도 영화가 잘 나왔다고 해서 개봉시기라던가 여러 가지를 놓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웃음)두 영화 모두 잘 되는 게 한국영화를 위해서도 좋은 거겠죠."

그간 이선균은 영화보다는 주로 드라마에서의 모습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커피 프린스 1호점'과 '파스타', 최강희와 처음 호흡을 맞췄던 '달콤한 나의 도시'등 그의 드라마 출연작의 면면들을 보면 '파주', '옥희의 영화' 등 영화 출연작들과는 다소 괴리가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극적인 판타지에 좀 더 무게를 싣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환상 속에 있을 법한 저보다 멋진 인물들을 현실에 붙여서 사실적으로 나타내려고 노력했고, 그런 걸로 사랑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좀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리얼리티가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장르영화보다는 작은 영화들을 많이 하게 됐구요."

곧 박중훈과 함께하는 차기작 '체포왕'의 촬영에 들어가는 그는 "심적인 여유가 없다"면서도 "정신 차리고 해야죠"라고 각오를 전했다. 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역할에 대한 욕심에 선택을 했지만 겁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배우는 작가가 아니잖아요? 처음해보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편식을 하면 안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도전해야할 기대가 되기도 하구요. 아직 제 앞에 많은 길들이 놓여 있으니 다양하게 접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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