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1000회 특집 당시 '일밤'을 대표하는 MC로 인터뷰를 가진 뒤로 말이다.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이경규가 간다' 등 '일밤' 대표 코너를 이끌어온 이경규는 당시 "1000회 했다면 내가 한 900회 정도 했다"며 감격에 젖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생 '일밤' 맨(Man)일 줄 알았던 그가 보이지 않았다. 방송가에서는 '이경규가 MBC에 제안을 했는데 엎어졌다', '이경규가 MBC에서 퇴출당했네'라며 말들도 많았다.
그랬던 그가 2010년 12월 크리스마스에 '일밤'의 경쟁 프로그램 KBS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27일 오후 서울 상암 CJ M&N 센터에서 이경규를 만났다.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이다. 다시 보면 달관한 표정이기도 하고. 남들은 1번 타기도 어렵다는 대상을 7번이나 탄 수상 소감은 어떨까. 그것도 적지였던 곳에서 말이다.
"글쎄. KBS에서 첫 상을 대상으로 탔다는 것이 의미가 크긴 하다. '남격'을 하기 위해 KBS로 넘어갔을 때 (김)용만이랑 통화를 했다. '형이 넘어간다. 네가 지켜봐라. 내가 재기하는 모습을 기어코 보여줄게'라고 했다. 용만이가 그냥 웃더라."
이경규는 "그 때 막연하게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1981년 MBC 공채 출신으로 20여 년 동안 MBC에서 일했다. 그의 타향살이가 녹록치 않았을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PD와 작가들이 나의 성향을 많이 연구하더라. 금연, 자격증 따기, 리마인드 웨딩, 미중년 되기, 친구 사귀기 등 이런 저런 코너를 하자고 제안하더라. 정형화된 오프닝 멘트도 안주고, 나를 철저하게 분석했던 것 같다.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아주 옭아맸다."
처음이라고 했다. 이경규가 대상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황정민식 '밥상 소감'을 한 것 말이다. "수상하고 저녁에 술 먹으면서 그 양반들에게 이야기했다. 상 받으면서 작가나 PD, 매니저 이야기하기 처음이라고. 난 쑥스러워서 잘 안했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
도대체 어떤 면이 가장 바뀐 것일까. 이경규는 "일단 생활이 바뀌었다. '남격'은 학교 가는 느낌이다. 가령, 유기견 남순이를 키우는데, 방송을 통해 분양 받았지만 그런 느낌이 없다. 오히려 내가 분양 받았는데 방송이 들어온 것 같다. 출연자가 그런 느낌을 받기 어렵다."
"2011년 5대 기획을 발표했는데 배낭여행은 꼭 가고 싶은 주제였다. 이 나이까지 여행사에서 가는 것이나 해외 출장만 가보고, 이건 방송이지만 진짜 여행가는 것 같다."
50살 먹은 중년 아저씨라고 무시하지 말란다. 평생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배낭여행 앞에서는 10대나 20대나 50대나 마음이 같다고. 그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미션이 주어지면 방송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해 볼만 하다'고 빠져든다. 배우들이 영화 촬영 끝나고 몇 개월 동안 역할에 푹 빠져서 방황한다는데 나도 미션 끝날 때마다 그런 것 같다."
요즘은 영어 공부에 한창이다. 이경규는 "이 나이에 내가 영어를 할 이유도 없고, 사실 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지만 영어 미션 끝나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3월이나 4월에 다시 레벨 테스트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쁜 스케줄에 영어 공부까지, 거기에 '남격' 미션인 태권도와 제빵사 자격증 취득 준비까지 한단다. 힘들지 않을까. "'남격'은 방송을 떠나서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했다. 오히려 '남격' 촬영 올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 제작진도 나에게 웃기려는 것보다 그냥 내 모습을 보여주라 하더라."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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