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드라마는 특히 심각했다.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드라마가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다. 결국 이를 쇄신하겠다는 위에서부터의 압박 속에 지난해 하반기 MBC 드라마국이 2개로 쪼개져 1·2국 체제가 됐을 정도다.
새해 들어 움츠러들었던 드라마 왕국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가장 힘이 된 것은 무려 10회 연장을 단행한 월화극 '역전의 여왕'(극본 박지은·연출 김남원)의 후반 상승세와 올해 MBC 드라마 라인업의 빅카드인 '마이 프린세스'(극본 장영실·연출 권석장 강대선)의 선전이다.
지난해 '동이' 종영 이후 맹위를 더해가던 SBS '자이언트'의 압박 속에 시작한 '역전의 여왕'은 월화극 꼴찌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로 출발했다. 그러나 '재밌다', '공감간다'는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시청률을 올리며 제목다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10회 연장을 단행하면서 상승세에 더 불이 붙었다. 지난해 '내조의 여왕' 이후 다시 여왕으로 컴백한 김남주의 저력, '꼬픈남' 박시후의 매력이 큰 몫을 했다. 지난 10일 시청률은 15.7%로 뛰며 드디어 월화극 1위 자리에 올랐다.
'마이 프린세스'의 상황도 좋다. 김태희 송승헌 빅카드를 내세워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그려가겠다는 야심이 쌀쌀한 겨울, 방학 시즌을 타고 빛을 발하는 중. SBS '싸인'과 0.1%포인트 차 승부를 벌이는 중이라 속단은 금물이지만 일단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단 2회가 방송됐지만 시청자들의 호응이 뜨겁다. 특히 사랑스러운 푼수 공주님으로 분한 김태희의 변신이 눈길을 끈다. 능청스럽게 뒤를 받치는 송승헌과의 조화 또한 수준급. '안구정화 커플'이란 별명이 아깝지 않다.
방송을 준비중인 작품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역전의 여왕'의 뒤를 이어 오는 31일부터 방송되는 '짝패'(극본 김운경·연출 임태우)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반집과 노비 움막에서 한 날 한 시 태어난 두 남자의 뒤바뀐 운명을 그린다. 퓨전 민초사극으로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천정명과 이상윤이 투톱 주인공을 맡았다. 여주인공 한지혜를 비롯해 이문식 임현식 정경호 등 연기파 조연들이 가세했다.
MBC '글로리아' 후속으로 다음달 첫 방송을 앞둔 '반짝반짝 빛나는'(극본 배유미·연출 노도철) 또한 병원의 실수로 삶이 뒤바뀐 여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과 달리 밝은 가족 드라마를 표방할 예정. 김현주, 이유리가 바뀐 삶을 살고있던 두 여인으로 등장하며 김석훈, 장용, 박정수 등이 호흡을 맞춘다. JYJ 박유천의 동생인 박유환이 연기자로 신고식을 치를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다. 파란만장한 과거를 딛고 재벌가 총수 자리에 오르는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로얄패밀리'(가 수목드라마로 방송될 예정. 이미연이 여주인공으로 물망에 오른 가운데 지성의 출연이 확정됐다. 편성이 유동적인 '남자를 믿었네'(극본 주찬옥·연출 이은규 최은경)는 클래식한 멜로물을 표방한다. 창사 50주년 대기획으로 최근 제작 계획이 발표된 '빛과 그림자'는 5·16, 10·26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 50부작 드라마다.
올해는 MBC가 창사 50년을 맞는 해다. KBS, SBS의 맹위 속에 종편의 압박이 더해진 2011년은 MBC에게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과연 드라마 왕국의 무너졌던 자존심은 다시 회복될 것인가. 조짐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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