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설 연휴 대첩을 앞두고 극장가를 선점하고 있다.
2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글러브'는 22일 20만 5840명을 동원, 누적관객 36만 9966명을 동원하며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글러브'는 국내 최초 청각장애 야구부인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를 모티브로 퇴물 야구선수와 야구부원들의 눈물겨운 1승 도전기를 그렸다.
'글러브'는 강우석표 영화다. '실미도' '한반도' '강철중' '이끼' 등 센 영화들이 익숙하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같은 따뜻한 감성의 영화가 그의 출발점이다. 소품으로 인식되지만 '글러브'에는 강우석 감독이 쌓아온 것들이 녹아있다.
그의 영화 특징 중 하나는 보스 기질의 강한 남성과 그를 따르는 남자들의 부대낌이다. 시련을 통해 단련되는 남자들의 이야기. '실미도'와 '글러브'는 그래서 닮았다. 강우석의 코미디는 영화에서 반복된다. 메시지도 직설적으로 반복된다. 그래서 그의 영화에 먹물들은 시큰둥하고 대중은 반응한다. 웃다가 울리고, 심각하다가 웃기는, 강우석표 영화. 강우석 감독은 '이끼'의 실험을 끝내고 그의 장기로 돌아왔다.
-원래 27일 개봉하려다 한국영화끼리 맞붙는 걸 피하겠다며 한 주 앞당겨 개봉했는데.
▶'글러브'가 '강철중' 같은 영화 같으면 외화와 맞붙는 게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가 울컥 했다. 저런 이야기가 영화고, 내가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도 왜 아이들이 시험 못 봤다고 자살을 할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글러브'는 그래서 게임 없이 관객에 선보이자고 생각했다. 한국영화끼리 싸우는 것도 좀 그렇고.
-마지막에 크게 울리려 작정하기보단 감정을 쌓아가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잘했다고 판단한 게 (배우들이)울어서 울리지는 말자였다. 감성적으로 젖지 않으면 거짓이라고 생각했고. 물론 대중적인 영화에 그런 장치가 있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포기한 지 오래다. 쉬운 이야기는 더 쉽게 풀어야 한다.
-뻔한 이야기와 뻔한 전개가 예상되는 영화인데.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푸는 게 중요했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것을 원할까 생각했고. 그래서 계속 울려야 하는데 웃게 하고, 웃다가 울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삶이란 게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계속 울고만 있는 게 아니잖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던진다. 세련된 방식이 아니라 촌스러운 방식인데.
▶정서라는 게 촌스럽게 쌓여진다. 그래야만 나중에 정서에서 무너지게 돼있다. 애초에 정재영에게 이 영화는 남우주연상 받는 영화 아니라고 했다. 학생 역을 맡은 배우들에게도 못해도 OK다,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 평점에 별 한 두개 더 떨어져도 관객이 영화를 보고 정서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
-중간에 대중가요가 주제가로 삽입된다. 세련된 것을 추구하는 요즘 영화들에 비해서 역시 촌스러운 방식인데. 그래서 더 직접적이고.
▶멋있는 다른 음악을 넣는 게 더 촌스럽다. 귀가 안 들리는 아이들이 열심히 연습을 하는데 멋있는 음악이 깔린다면 그게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그 장면에 존박과 허각 노래를 넣으려고 했는데 안 어울리더라. 그래서 홍대 밴드를 급히 섭외해 부랴부랴 녹음했다.
-전작들처럼 남자와 남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거기서 오는 화학 반응을 즐기는 것 같고.
▶그게 나인 것 같다. 번개 쳐서 후배들 모아서 술 한잔 하고. 그런 것을 즐긴다.
-그런 점이 강우석을 한국영화에 권력자처럼 비추게 하기도 한다. 강우석 감독은 권력자인가, 권위자인가, 아니면 한국영화를 그냥 사랑하는 사람인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끼' 때부터 배우들도 그런 점을 알아주는 것 같다. 그 전에는 나와 영화한 배우가 아니면 나를 어려워했다. 그런데 이제는 먼저 와서 인사를 하고 간다. 예전에는 권력자로 보다가 이제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감독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재영이 사인지에 쓰는 사랑합시다는 원래 강우석 감독이 늘 하는 말이다. 한국영화를 사랑합시다가 술자리 구호고.
▶그걸 아는 사람은 그것 때문에 웃고, 그걸 모르는 사람도 그걸 보고 웃는다. 그게 즐겁다.
-'이끼' 이후 곧장 '글러브'를 찍으며 이 영화는 큰 영화가 아니라고 공언한 탓에 소 품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작들이 고루 녹아들어 있다는 점에서 지금 강우석의 영화라는 인상이 짙은데.
▶센 영화들을 찍으면서 나도 모르게 마초가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서정적인 영화로 승부했는데 어느새 더 센 자극을 찾고 있더라. 원래 감성을 찾은 것 같다.
직설적이고 반복적이고 욕도 아예 뺀 것은 그래야 동네 아이들과 아저씨들이 똑같이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화라는 점도 감동을 크게 하는데 일조한다. 감동을 팔아도 감동인데.
▶그게 쉽기도 하고 굉장히 어렵기도 하다. 감동을 팔았는데 안울린다고 생각해봐라. 식은땀이 흐른다.
-야구장면에 영화적인 기교를 넣지 않았다. 그래서 멋스럽다기보다 그냥 야구경기를 보는 것 같은데.
▶야구영화처럼 찍을까라고 생각했다가 그러면 큰일 난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CG가 아니고 일일이 컷을 다 땄기 때문에 진을 다 뺐다. 그냥 진짜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하일성 같은 야구인들이 정말 경기 보는 것 같다고 하더라.
-다음 영화는.
▶사극이 하고 싶다. '왕의 남자'를 보고 이준익 감독이 그렇게 부러웠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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