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제명입니다."
KBS 2TV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코너에 40대 중년 여성들이 푹 빠졌다. 돌아온 싱글 모임 '비너스'의 회장 김영희(28)가 속사포처럼 내뿜는 실감나는(?) 입담 때문이다.
김영희는 외로운 중년 여성들을 대변하며 산악회 등 '비너스'의 회원들이 남자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재밌게 묘사한다. 스스로를 '4학년 5반'(45살)하지만 선(?)을 넘는 행동에는 바로 "제명입니다"를 외치며 '주의'를 주는 걸로 웃음을 안긴다.
"소나 키우라"는 '남하당' 대표 박영진에 맞서 '여당당'의 대표로 목소리를 높이는 '두본 토론'과는 사뭇 다른 모습. 외로운 여성들의 대변인으로 나선 김영희를 21일 만났다.
김영희는 "'두분 토론'때보다 반응은 더 좋은 것 같다"며 "'비너스'를 하면서 1촌 신청도 더 많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비너스' 회장 맡고 나서 미니홈피 방문자 수도 많이 늘었어요. 특히 중년 여성 여러분들의 호응이 좋아요. "저는 '5학년 2반'이라면서 반가움을 표시하는 여성분들이 많아요(웃음)"
◆"남들이 '미안하다 사랑한다' 볼 때 '부부클리닉' 봤어요."
1983년생인 김영희는 올해 스물여덟 살이다. 그런데 어떻게 중년 여성들의 가려운 곳을 그렇게 콕 집어 긁어줄 수 있을까.
"'두분 토론'때는 인터넷상에 '여자인가, 남자인가'라는 질문이 많았는데, '비너스' 시작하면서 제 나이에 관한 질문이 많더라고요. 한 번은 '정말 45살 맞냐'는 물음에 '맞다'라는 대답이 적혀있는 댓글들도 봤어요. 하하. 그런 거보면 기분이 좋죠. 제가 중년 여성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지금 김영희의 '8할'을 만든 것은 '부부클리닉'이었다고 한다.
"어머니께 얘기를 많이 들어요. 어머니가 등산 갔는데 이러이러하더라고 말씀하시면 잘 들어뒀다가 나중에 개그 소재로 사용하죠. 저 자신도 그런 부분에 관심이 많거든요. 친구들이 '미안하다 사랑한다' 볼 때 저는 단 1회도 빼놓지 않고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을 봤거든요. 그런데 다 쌓여 지금의 '비너스'회장이 된 거죠. 하하"
사실 '비너스'는 김영희가 지난해 KBS 공채개그맨 시험 당시 시험용으로 만든 것이다. 당시에도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이후 데뷔 뒤 당시 '개그콘서트' 연출자였던 김석현PD와 함께 코너를 만들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그 후 '두분 토론'이 만들어졌다.
"지금 '개그콘서트'를 연출하는 서수민PD도 시험장에 계셨거든요. '개그콘서트' 연출을 맡으시면서 제게 '비너스'를 준비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셨어요. 방송용으로 잘 다듬어서 만들어봤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입니다."
◆"'비너스', 남편 있는 과부 등 외로운 중년 여성 생각하며 구상"
중년 여성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만 외로운 여성들이 남자를 찾으려 애쓴다는 내용 때문에 항의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두분 토론'의 여성 대변자로 김영희를 아는 시청자들은 중년 여성을 희화화 하는 듯한 '비너스' 회장에 헷갈리기도 한다.
"'두분 토론'이 여성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비너스'는 어머니들의 답답함을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돌싱'을 대상으로 했는데 지금은 '남편있는 과부', '서방 있는 아내' 등 외로운 여성들을 고려하며 만들고 있죠.
중년에 접어들면 외로움을 느끼시는 여성분들이 많더라고요. 당장 제 어머니만도 그러신 것 같아요. 제 어머니 나이 때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드리고 싶어요."
◆"오옥순, 정봉심, 이명자씨는 실존 이름..'비너스'는 母가 붙여준 내 별명"
'비너스' 개그에는 꼭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오옥순, 정봉심, 이명자 씨(?)다. 이들은 누구일까.
"실제하는 분들이세요(웃음). 처음에는 매번 이름을 바꿨는데, 대사가 많다보니 나중에는 이름이 헷갈리면 대사 자체도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세 분을 고정시켰죠. 세 분 다 이름은 실제 이름들이에요. 오옥순님은 개그맨 송영길씨 어머니시고요. 정봉심님은 '봉숭아학당' 작가 어머닙니다. 편집이 잘 돼 방송에는 잘 안 나가고 있는 이명자님은 서수민PD 어머니세요."
김영희는 "방송 끝나면 '왜 우리 어머니 성함을 모독하느냐'면서 항의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이름은 실제 하지만 상상 속의 인물들이니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양해를 부탁했다.
끝으로 김영희는 '비너스'라는 모임 이름을 지은 이유에 대해 밝혔다.
"어머니가 항상 저를 비너스라고 부르셨어요. '너는 키가 작지만 몸매는 비너스'라고요. 제가 비너스처럼 상체가 짧고 하체가 긴 체형이거든요. 어머니가 '넌 살만 빠지면 비너스처럼 예쁜 몸매'라고 늘 말씀하세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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