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올인'에 이병헌 아역으로 데뷔한 지 이제 9년. 진구는 영화계에 비중 있는 배우로 떠올랐다. 스타성이 없다고 TV드라마에서 줄곧 밀려나기도 했던 그는 영화계에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2009년 '마더'로 각종 영화시상식에서 조연상을 휩쓴 건 그런 진구의 노력을 인정한 결과이기도 했다. 24일 개봉하는 '혈투'(감독 박훈정,제작 비단길)에서 진구는 박희순,고창석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혈투'는 조선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청나라 군대와 의미없는 전투를 벌어야 하는 세 남자가 패전 후 외딴 객잔에 갇히면서 서로를 죽이려한다는 영화. 진구는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친구(박희순)을 죽이려 탈영병인 고창석과 모의를 하는 인물을 맡았다.
박희순과 10살 넘게 차이가 나지만 그다지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진구가 성장했단 뜻이기도 하다. 진구는 "별말씀을요"라고 손을 내저으면서도 초롱초롱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마더'가 영화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 같은데.
▶'혈투' 박훈정 감독님도 '마더' 이야기를 제일 처음 하시더라. 대종상에서 조연상을 받았을 때 '저 뽑은 거 잘하신 겁니다'라고 했는데 뭐 그렇게 된 것 같다.(웃음) 많은 것을 배운데다 사실 그 멘트는 봉준호 감독님 처음 만났을 때 한 말인데 촬영장에서 농담처럼 여러분들이 하시면서 유행어가 된 것이었다.
-'혈투'에선 박희순 고창석 만만찮은 선배들과 함께 했는데.
▶'식객2' 끝나고 시나리오를 받았다. 처음에는 박희순 선배가 맡은 역할을 하는 줄 알았다. 내 역할은 너무 어려워서 시켜도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왜 그런 설정인지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서 캐릭터를 잡는 게 너무 어려웠다. '식객2' 백동훈 감독님한테 부탁했더니 캐릭터 설명은 A4 한장으로 써주셨다.
-두 선배들에 밀릴까 걱정은 없었나.
▶영화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두 선배들 때문이었다. 좀 걱정하기도 했지만 처음 두 분을 뵀을 때 왜 그런 걱정을 했나 싶더라. 두 분은 자신만 살려는 분들이 아니라 후배를 살리는 게 좋은 영화를 만드는 줄 아시는 분들이었다. '마더'는 김혜자 선생님과 원빈이 편하긴 했지만 친하진 않았다. 둘 다 말수도 적고 어려웠으니깐. 하지만 '혈투'는 정말 촬영 중 가장 즐거웠다. 그래서 기도 죽지 않았다.
-사극 어투를 쓰는 박희순과 달리 현대어를 사용하는데다 껄렁한 인물로 등장하는데.
▶껄렁하게 제일 잘하는 연기니깐. 아빠 빽으로 손 안대고 코푸는 캐릭터기도 하고.(웃음) 첫 촬영 때 현장에 가니 왠지 왕따 같았다. 이미 촬영을 시작한 박희순 선배와 감독님은 너무 친한데 나만 홀로 있는 것 같고. 첫 촬영이 박희순 선배한테 기방에서 '야지'를 주는 장면이었다. 그 때 엄청 고민했는데 세게 빈정거리는 연기를 하자고 결심했다. 감독님도 걱정이 많았는데 좋다고 하셨고, 그게 끝까지 갔다. 그리고 현대어는 나만 쓴 게 아니다. 원래 전부 현대어였는데 박희순 선배만 권력을 탐하는 역이라 사극체를 쓰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액션 연기야 많이 했지만 눈이 먼 상대와 싸우는 액션 연기는 처음 이었을텐데.
▶편집된 장면이긴 한데 박희순 선배가 칼을 휘두르는 데 날을 세우지 않은 진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칼이 부러져서 내 머리 바로 옆으로 지나가 카메라 감독님 앞에 떨어진 적이 있다. 유일하게 박희순 선배가 현장에서 화를 냈다. 내가 다칠까 정말 걱정하셨다.
-촬영하다 다쳤다던데.
▶허리를 다쳤는데 그 다음날 도저히 못 일어나겠더라. 그래서 조감독님한테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모부가 침을 놓으셔서 부탁을 드렸다. 8시간 뒤에 지금 촬영 다시 할 수 있냐고 이야기해 재개한 적 있다.
-또래보단 선배들과 연기하는 게 즐겁나.
▶김혜자, 박희순, 고창석 등 내공 있는 분들과 할 때 많이 배운다. 상대 배우가 잘 따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신다. 그래서 하지원 전도연 선배와 같이 연기를 하고 싶다. 상대를 정말 잘 살려주시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실력 있는 배우로 이제 인정받지만 아직 TV드라마에선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데.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 최근에 어울리지 않게 재벌2세 역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 상처만 주고 날라갔지만. 그래도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 화도 안 나더라.
-스타성이 없다고 생각하나.
▶초반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초반에는 스타가 되기 위해 연기를 시작했으니깐. 예전에 소속사 대표님이 방송사에 갔다가 한 PD에게 "얘, 안 버리면 너네 회사 망한다"고 했다더라. 대표님이 '마더'로 상을 탄 뒤 뒤풀이에서 처음 이야기해줬다. 어쩐지 그 때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앞으로 영화하자고 하시더라.
-'마더'에서 함께 한 송새벽은 스타가 됐는데.
▶부럽고 또 진심으로 잘됐다고 생각한다. 매일 현장에서 똑같은 모자를 쓰고 다니다가 큰 돈 써서 새 모자 샀다고 인증샷을 찍어 보낸 순수한 형이다. 그런 형이 잘 되니 너무 기쁘다.
-그런 아픔이 이제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은데. '모비딕'에선 황정민과 호흡을 잘 맞췄다는 소문도 많고.
▶비우니깐 인지도가 올라가는 걸 조금씩 느끼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쟤 뭐야" 이런 시선이었는데 이제는 "배우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느껴진다. 이제 시작이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